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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말모이) [★FULL인터뷰] '말모이' 유해진 "작품마다 변신보단 잘 녹아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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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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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배우는 드물다. 흥행력을 갖췄고, 연기력에 이견이 없으며, 누구에게나 호감이다. 유해진. 어느샌가 한국영화계에 유해진은 대체할 수 없는 배우로 떠올랐다. 그가 출연하면, 영화에 인간미가 더해진다. 유해진이 하면 잔재미도 큰 웃음으로 바뀐다.

절대적인 호감배우 유해진이 2019년 첫 한국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1월 9일 개봉하는 '말모이'는 '택시운전사'를 집필한 엄유나 감독의 데뷔작. 일제 강점기 온갖 핍박에도 조선어사전을 만들려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해진은 '택시운전사'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말모이'를 함께 했다. 일자무식이지만 자식들을 위해 조선어학회에서 잔심부름을 하다가 한글을 깨치고 말을 모으는 작업을 도운 김판수 역을 맡았다. 새해부터 유해진의 마법이 통할지,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장소인 서울 삼청동 카페에 "쪼그만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는 유해진은 도착하자마자 피아노 곁으로 다가가 "한 번 연주해 볼까요?"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정말 피아노를 칠 줄 아나.

▶에휴. 못 쳐요. 정말 배우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피아노 연주다.

-'말모이'는 왜 했나.

▶직업이니깐.(웃음) 엄유나 감독과 '택시운전사' 인연이 있다. 제작사인 더 램프도 같고. 엄유나 감독이 계속 저를 두고 썼다고 하니깐. '택시운전사' 작업도 워낙 좋았고. '말모이'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다소 교육적이지만 그대로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았다. 엄유나 감독은 '국경의 남쪽' 연출부인가 스크립터인가 그랬다. 그때부터 인연이 있었다. '택시운전사' 시나리오도 읽으면서 '아, 대단하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김윤석이 엄유나 감독이 '추격자' 스크립터였다며 정말 반가워하더라. 엄유나 감독은 뚝배기 같은 분이다. 자기를 낮추고 심지가 굳다. 영화와 닮은 분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물론이다. 그렇지만 인연만으로는 못 한다. 작품이 나 말고 다른 좋은 누군가가 주인이 될 수 있는 법이니깐. '말모이'는 인연도 인연이지만 까막눈에서 변하는 판수의 캐릭터가 재밌겠다 싶었다. 최영환 촬영감독과는 '타짜' '전우치'를 같이 해서 궁합도 잘 맞을 것 같았다.

-'말모이' 주인공 판수를 유해진을 놓고 썼다는 건 유해진의 기존 이미지를 놓고 썼다는 뜻이기도 하다. 배우들에겐 매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 같은 게 있기 마련인데. '말모이'에선 기존 유해진 이미지에 더해 뭔가를 더 보여줘야겠단 생각이 있었나.

▶에휴. 제가 뭘 더 보여줄 게 있겠어요. 사실 다른 거 보여줄 건 다 보여준 것 같다. 내 안에서 뭐가 더 새로운 게 나오겠냐. 내가 카멜레온도 아니고. 그저 작품에 충실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 작품에 거북하지 않게 녹아있으냐가 이제 더 중요한 것 같다. 나를 이미 많은 분들이 봐 오셨고 익숙할텐데 새로운 모습보다는 이 얘기가 더 재밌구나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유해진이 헛도는 게 아니냐, 이런 소리를 안 듣고 잘 녹아드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모습을 매번 보여주는 배우가 얼마나 되나. (테이블을 턱 치며)헉, 그 사람이었어. 이런 사람이 있나요?

-왜 유해진이어야 한다고 하던가.

▶말맛을 잘 살리는 배우가 필요하다더라. 한글을 다루는 영화고 까막눈에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영화니깐. 그리고 내가 까막눈 역할을 맡은 데 대해 사람들이 "에이, 유해진이 무슨 까막눈이야" 이런 건 없지 않나. 유해진이면 까막눈에 어울린다 이러니깐. 어떤 작품에선 그간 했던 역할들 중에선 제일 고학력이다, 이런 질문을 받지만 이번에는 가장 저학력인데, 이런 질문은 안 하지 않나.

-캐릭터 구축은 어떻게 했나.

▶어릴 적에 고모댁이 아우내 장터 근처였는데 그런 분들이 많았다. 요즘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연필심에 침 묻혀서 쓰는 분들. 그래야 더 진하게 써졌다. 그리고 이웃집에 매사에 불만이 있는 분이 있었다. 아무데다 침을 탁 뱉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분. 그 분을 연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같이 호흡을 맞춘 윤계상은 유해진에게서 통찰력을 배우고 싶다고 하던데.

▶글쎄. 내가 계상이를 쫓아다니면서 통찰, 통찰, 이런 것도 아닌데. 계상이보다 이쪽 밥을 오래 먹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봐줬으면 다행이다. 사실은 이 일에 정답이 없으니깐. 그렇다고 의견을 강요하지도 못한다. 해서도 안되고. 그저 실수를 적게 하기 위해 계속 생각할 뿐이다.

-윤계상과 '소수의견' 이후 두 번째인데. 호흡은 어땠나.

▶윤계상은 가수가 메인 직업이었다가 이제는 배우로 잘하고 있지 않나. 만일 내가 연기를 하다가 가수를 한다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 해봤다. 계상이 만큼 잘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윤계상이 지금은 배우로 자리잡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번에도 나야 감정대로 하면 되지만 윤게상은 감정을 숨겨야 하는 역이라 훨씬 힘들었다. '소수의견' 때보다 확실히 더 깊어진 것 같다. 윤계상이 예능 프로그램으로 산티아고를 다녀오지 않았나. 거기에서 정말 많이 배우고 달라진 것 같다.

윤계상은 옛날보다 술이 많이 늘었더라. '소수의견' 때는 한 잔만 해도 얼굴이 빨개졌는데. 이번에는 그래서 되게 반갑더라. 갑이 세월을 먹는 듯한 동지애가 생기더라. 그래, 이거지, 라면서 술을 따라줬다. 그래서 윤계상이 술병도 나고 그랬다.

-영화에서 딸 순희 역을 맡은 아역 박예나가 참 잘했는데.

▶저희끼리는 현장에서 할머니라고 했다. 그 또래 배우들과 분명히 다르다. 리허설도 잘 안한다. 연출부 여성 스태프 한명과 감독님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그 나이 때 모습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오빠 덕진 역을 맡은 조현도도 그렇게 착하고 잘한다. 예의도 바르고. 공부도 잘하고. 예의가 그냥 하는 건지 아닌지는 알 수 있지 않나. 정말 착한 아이다.

-아들, 딸 자랑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아유, 뭘. 얘들이 정말 잘하니깐 잘한다고 하지. 뭘.

-'말모이'에서 아이들을 홀로 키우는 아빠로서 어떤 선택을 하는데. 실제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영화 속 판수처럼 할 것 같다. 그래서 촬영할 때도 덕진이한테 더 간절하게 연기해달라고 했다. 아들의 말이 간절해야 아빠가 그런 선택을 하는데 납득이 될테니깐. 글쎄, 실제 그런 상황이라면 판수처럼 행동해도 양심상 편하게는 못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판수도 마지막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고. 정말로 그 때 그 분들은 대단하신 것 같다.

-마지막 편지는 직접 썼나.

▶그렇다. 왼손으로 썼다. 김성수 감독님이 연필을 영화 속 판수처럼 쥐는 데 따라 했다. 소품팀이 준비한 걸 그대로 가면 마음이 잘 안들어 갈 것 같았다. 후식녹음할 때도 힘들었다. 말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편지에는 문어체인데 이걸 그대로 가면 감정이 잘 전달될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첫날 녹음을 다 못하고 다시 가서 했다.

-자기에게 익숙한 말로 바꿔도 됐을텐데.

▶음. 그 편지는 엄유나 감독님이 쓴 거다. 그 의도를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게 내 몫이다. 예컨대 '운수 좋은 날'을 밤새 읽는 장면에선 원래 시간이 지나는 걸 창 밖의 풍경으로 묘사한 대목이 있었다. 그런데 편집에서 흐름상 조명으로 나타내는 걸로 바뀌었다. 연기한 배우로선 아쉬움이 있지만 감독님과 제작진이 나보다 더 오래 후반작업을 하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다 했을텐데, 그 분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따로 감독에게 이야기는 했나.

▶했다. 보자마자는 아니고 조금 지나서 슬쩍.(웃음)

-영화 반응들은 살피나.

▶그렇다. 등 돌리고 있을 순 없다. 더욱이 '말모이'는 엄유나 감독 데뷔작 아닌가. 엄 감독이 진정제와 청심환을 먹고 다녀서 위로는 하지만 사실 나도 늘 그렇다. 영화 개봉 편수가 많아진다고 그런 긴장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영화 결말에 신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사실 신파는 영화의 중요한 장치 중 하나다. 억지로 쥐어짜는 것만 아니면 감정을 끌어올리는 좋은 장치 중 하나인데.

▶(휴대전화로 신파 뜻을 계속 검색하다가) 신파란 말이 원래 일제 강점기 때 새로운 사조라고 해서 신파라고 생긴 것이다. 그럼 신파가 아니면 구파인가. 쥐어짜서 울리는 게 문제지, 이야기가 흘러가서 그리 되는 건, 굳이 신파라는 단어를 쓰기 전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 영화가 우리말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다룬 영화다보니 현장에서도 일본어 잔재는 가급적 안쓰려고 노력했다. 왜 영화 현장에는 일본식 용어가 많지 않나.

-엄유나 감독이 '택시운전사'를 쓴 감독이다보니 '말모이'도 큰 틀에서 '택시운전사'와 닮은 흔적이 있는데. 특히 엔딩은.

▶'택시운전사'에서도 그랬지만 그런 엔딩이 이 이야기에는 적합했던 것 같다. 영화적인 재미로만 끝난 게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이야기들을 알려주는 것. 영화의 목적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끝낸 것 같다.

-'말모이'에서처럼 배우는 즐거움이 있다면.

▶이번 영화에선 딸 순희란 이름을 지키고 싶다는 게 포인트였다. 일제 강점기 때 창씨개명을 강요 당했는데, 못난 아비가 줄 게 있는 마지막 선물이란 게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그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윤계상한테 "미안해요. 힘들 때 이래서"란 대사를 한다. 어떻게 하면 그 모든 감정과 그 상황을 아우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 말을 찾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러다가 그런 말을 찾았을 때 즐겁다. 배우는 즐거움이라기 보다 그런 말을 찾아냈을 때 가장 즐겁다. '완벽한 타인'에서 키티가 그랬던 것처럼.

-다음 작품은.

▶'전투' 마지막 부분을 찍고 있다. 그 다음 차기작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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