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개봉하는 영화의 절반 이상을
예고편도 안 보고 감. 어차피 개봉작을 거의 보니까.
그래서 모든 영화를 정보량 제로에 가까운
상태로 접하게 되는데
부활남은 안좋은 의미로 굉장히 놀랍고
당황스러운 영화였음 왜냐면
스케일이 너무 컸기 때문에
저 포스터만 보고 상상할 수 있는 건
구교환이 나오고, 원톱을 하고,
안 죽는 논스톱 액션물이다! 정도임
그래서 딱 중급의 하이컨셉 액션물인줄 알았으나
웬걸, 시작부터 국제 범죄 조직이 나오고
군용 장비를 쓰고, 초법적 상황이 벌어지고
블루, 레드, 블랙이라는 이름 붙여진 능력자들에
멩겔레 실험, 대기업 비밀 연구소, 국가를 넘나드는
음모와, 인류 미래가 걸린 프로젝트의 전말,
헬기가 뜨고 군대가 나오고 항공모함이 박살나는
스케일이었던거임! 저걸 저 포스터를 보고
상상할 수 있엤음?
재미는 둘째치고
머리 머릿속에 넣어놓았던 기대와
눈앞에 벌어진 광경의 아득한 불일치가
우주를 날아가는 수준이었음

얼핏 겉모습은 구교환이라는
독특한 배우를 내세운 캐릭터 액션 무비같지만
너무 그 계획과 야망이 장대한 것
영화를 보자마자 대체 이 물건의 정체가 뭔지
영화관 복도에 앉아서 검색부터 해보았는데
'부활남 더 레드'는 웹툰 원작으로, 2017년부터
진행해온 프로젝트였음
'슈퍼스트링' '신인류 전쟁 : 부활남'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한국형 마블처럼
거대한 IP 세계관을 개발한거 ㅠ
만화 원작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었고
대형 프렌차이즈가 될 예정이었고
세계관의 여러 작품이 개발중이며
부활남이 1번 타자 ㅠ 이러니까
그나마 좀 설명이 되더라
개봉은 2024년부터 계속 밀렸고
그러니까 한국 영화 호황기에 시작된 계획이
엎어지지 않고 계속 가다가 패키지가 성립해서
완성은 되었는데 그 사이에 영화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고 개봉이 밀리다가
낯선 모양새처럼 보인 것
그 사이에 '신인류 전쟁', '슈퍼스트링'
이라는 브랜딩은 축소된것 같고
빨간머리 구교환이 나오는 특이한 액션영화!
정도로 작아진 것이지! ㅠ
그리고 웬일인지는 모르겠으나 OTT판매나
국제 장르 영화제 사전 버즈 같은것도 없이
추석시장 끝물에 그냥 개봉! ㅠ
구교환이 그 때보다 훨씬 큰 건 그래도 호재!ㅠ
제작비와 손익분기점은 대강 찾아보니까
나오긴 하던데 어떤 참사가 내부적으로
벌어졌을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싶지 않음!ㅜㅜ
'부활남'은 컨셉과 내용의 불일치 외에도
자잘한 약점들이 꽤 있는데

이를테면 시작부터 너무 많은 비현실
SF 정보들을 때려넣는다는거임
취준생 구교환이 죽었다 살아나는 액션 정도가 아니라
시작하자마자 무장한 악당들이 들이닥쳐서
국제 범죄 조직! 노아! 히로시 박사! 실험체!
블루! 레드! 블랙! 시냅스 능력! 이렇게 외치는
전개가 이어져 관객이 현실에 발붙일 수 있는 감각이
상당히 빨리 사라지는데, 그나마 마블이면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우린 이 원작을 모르니까!
이를테면 비슷한 설정과 구도를 가진 마녀에서는
김다미가 연기하는 여주인공 구자윤이 영화 내에서
꽤 오랜 시간을 시골에서 부모 모시고 사는
고등학생으로 등장함
그래서 관객의 눈높이가 자윤과 거의 같음
닥터 백의 명령을 받은 귀공자가 와도
저 사람들은 누구고 나를 왜 아는 척 하는가
나는 대체 누구인가? 같은 걸 받아들이면서
관객이 준비할 시간이 있음
그래서 집 습격 장면에서 갑자기 영화가
확 깨지며 자윤이 초인이란 사실과,
전체 전모가 드러나고 영화가 날아오르는거
그런데 부활남은 석환이 레드이고, 죽으면
72시간 뒤에 살아나고 세 명이 능력이 다르고
척수액 의존관계가 있고 실험이 어쩌구저쩌구..
이걸 끊임없이 구구절절 계속 설명함
초반부터 세계관 강제 다운로드임 ㅠ

그리고 모든 캐릭터가 그 어색함을
나눠 짊어지게 됨. 마녀에서는 조민수가 연기한
닥터 백이 그걸 독박쓰듯 덮어쓰고 있어서
'조민수가 비밀시설에서 초능력 아이들을 발명한
매드 사이언티스트다! 저 여자는 이상한
SF 나라에서 건너왔다! 저기는 구자윤이 사는
촌동네 한국 세계!' 라고만 생각하면
나머지를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고
'아, 조민수 연기 왜 저래? (사실은 죄 없음ㅠ)'
라고만 여기면 대강 넘길 수 있으나
부활남은 그 역할을 떠맡을 히로시 박사가
초반에 죽어버리고, 모두가 블랙 블루 레드
척수액 시냅스 조종 같은 얘기들을 하니까
영화 전체가 이상한 SF 사투리를 쓰는 세계가 되는거
현실 기준점이 굉장히 낮음
그걸 막기 위해서 여동생과 친구 캐릭터가
나오긴 하지만 충분하지 않고
뒤쪽으로 가서 규모가 커질수록 그 비현실의
괴리가 더욱 커짐. 모든 영화가 장대한
액션과 엄청난 스케일인게 좋은 건 아니니까

'부활남'은 지금 기준에서는 극장 영화보다는
스트리밍 프렌차이즈에 훨씬 가까운 형태라서
OTT로 타진해 보고 성사가 안 되면
성립이 안 될 가능성이 높은데
2010년대 중반의 사고방식이 안 엎어지고 진행되다
여러가지 이유로 뒤늦게 도착해서
'그 사이에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구나!' ㅠ
하는 걸 절감하는 모양새가 되는거 같음
그리고 이 영화의 CG들은 2024년에만 봤어도
신기하다고 생각했을 모양새가 많은데
하필이면 그 사이에 AI가 급격하게 발달해서
비행기가 뜨고 항공모함이 무너지는 스펙타클이
그렇게까지 강력하게 보이지 않았음
물론 극장용으로 그걸 만들려면 굉장히
세심하고 정밀한 후반 작업이 필요하지.
실제 결과물의 완성도는 천지차이더라도
'와, 드라마에선 절대 못 본다!'고 여기는거랑
'앗 이거 AI딸깍으로 되는거아님?' 라고 여기는건
또 상당히 달라서 ㅠ
여러모로 불운한 작품이기도 함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예고편을 보니까
그 장대한 SF세계관, 캐릭터 설정, 슈퍼스트링,
마블식 야망은 별로 보이지도 않고
구교환이 나오는 재밌는 액션영화!
정도로 축소돼 있던데
너무 기분이 이상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