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반에 범석은 거짓말을 반쯤 믿긴 한 모양이다. 대충 호랑이 비스무리한게 마을에 나타난 거라고 믿는 동안에는 차 드리프트도 하고 총 들고 달려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인간이 죽는 형상을 점점 더 잔인한 형태로 목격하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겁에 질려가고 거기에 따라 돌격력도 낮아지는게 포인트.
2. 범석은 무슨 소리가 들리면 그게 괴물인지 아닌지도 모른채 겁에 질려 총을 쏜다. 그렇게 인간에게 쏘는 장면이 수차례. 즉, 무고한 사람을 겁에 질려 총으로 쏘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보면 모든 인간들이 겁에 질려서 원래는 살의가 없었던 괴물(외계인)에게 총을 쏘는 영화 전반부 전체를 동일하게 볼 수 있다.
3. 영화 소개의 '무지가 빚어낸 불행의 씨앗은 입장의 차이를 거쳐 온 우주의 비극이 되고야 만다'라는 문장에서, 결국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외계인의 존재가 아니라 무지하고 겁에 질려 성급하게 총부터 쐈던 인간에게 있음을 명확하게 나타낸다.
4. 일단 처음에 몇몇 인간이 총을 쏘고 그 인간들이 괴물에게 반격당해 죽임을 당하고 나면, 원래는 싸울 의도가 없었던 다른 인간들까지 휘말리고 만다. 결국 나의 동족을 많이 살해한 괴물은 눈물을 흘려도, 아무리 강해도 용서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건 외계인들의 입장에서도 동일할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범석 일행은 칼리와 바미기르의 살해자이다.
5. 중반부에서 인간과 외계인의 특징이 서서히 바뀌고 장르가 전환되는데, 해부 장면이 가장 큰 계기가 된다. 괴물의 시체는 존중받지 못한 채 해부되고 인간의 잔악함은 흔들리는 괴물의 얼굴과 손에서 조명된다.
6. 양배(음문석캐)는 외계인 시체를 팔아 돈을 벌고 싶어하고, 성기 일당도 외계인들의 강함을 알지 못했을 때 "저게 다 돈이야", "살려서 잡아야지" 같은 말을 했다. 결국 둘 모두 총으로 죽일 수 있을 정도의 괴물은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외계인들이 모두 칼리처럼 약했다면 이 이야기는 인간이 아닌 외계인들의 비극이 되었을 것이다.
7. 처음 볼 때는 영화 속 인물들의 대화가 1차원적인 것에 더 집중했으나, 두번째 볼 때는 인간들끼리 얼마나 소통이 안 되는가가 더 잘 보였다. 특히 범석은 뒤에서 부르는 소리, 차 경적 소리를 전혀 못 듣는가 하면 주변에서 말하는 얘기를 모두 개소리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양배가 괴물을 잡았다는 말, 성애의 괴물이 더 있다는 말들을 다 허투로 알아듣고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무전과 전화가 잘 연결되지 않는 것까지 하나의 메타포처럼 느껴졌다. 외계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자신들끼리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인간들.
8. 외계인들이 본인을 공격하는 존재를 정말 철저하게 구분한다고 느낀 것은 말들이다. 인간의 이동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라는 것을 아는듯이 백마와 흑마는 절대 공격하지 않고 그 위에 탄 인간만을 노린다. 연출상 액션의 긴박감을 위해 말을 다치게 하거나 죽일 법도 한데 말들은 계속 건강하게 달리기만 한다.
9. 개인적으로 양배가 핸들을 일부러 틀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일부러든 진짜 고양이가 튀어나왔든 상관없다. 양배의 우발적인 행동으로 성기가 떨어졌던 그 장면 자체가 의미 있다고 느꼈다. 양배는 우발적으로 외계인들의 희망인 칼리를 죽였었다. 그리고 성기가 마베이요를 죽였다고 믿은 순간 인간들이 느낀 환희와 희망을 우발적으로 망가뜨렸다. 결국 양배라는 캐릭터는 희망과의 대척점에 있으며, 인간과 외계인 모두의 희망을 죽이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10.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인간이 얼마나 우매하며 성급한 판단으로 비극을 불러올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사실 같은 지구, 같은 인간, 같은 한국이라서 '우리'에 대입하기 좋지만 그렇게 보지 말고 관객이 초우주적이고 관전적인 존재라고 가정하고 본다면 영화 속 인물들이 참으로 무지몽매한 미물 같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