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밖에선 전봇대 뒤에 숨어있더니 집에 들어와서도 계속 숨어다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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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이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다가 말했다.
"저기, 기둥 뒤에 있네요."
준후는 아까 전봇대 뒤에 숨었던 것처럼 한쪽 눈만 살짝 내밀고 그늘에 몸을 숨긴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현암은 웃으며 말 했다.
"꼭 고양이 같네요."
원래는 도둑고양이라고 생각했으나 차마 그렇게 말할 수 없어서 그냥 고양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준후는 그 말 한마디를 듣자마자 그늘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현암은 준후가 화난 것 같아 당황했다. 별생각 없이 한 말이었는데 현암은 미안한 생각이 들어 준후가 몸을 숨겼던 기둥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가 보니 준후의 모습은 또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현암이 박 신부에게 뭐라 말하려 고개를 뒤로 돌리자 어느새 준후는 박 신부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대체 언제 옮겨 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준후가 커다란 눈을 들어 현암을 빤히 바라보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애가 계속 숨어서 울기만하니까 만화로 유인하려는 현암과 박신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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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데 돌리세요. 만화라도."
"그렇군, 어허헛. 어이쿠, 이거 만화 영화도 하는군"
박 신부는 일부러 준후 들으라고 크게 소리치며 TV 채널을 돌려 대는데도 정작 만화 영화는 나오지 않았다. 박 신부가 얼굴이 벌겋게 되도록 열심히 리모컨을 눌러 대는 사이, 현암도 다급한 표정으로 화면과 리모컨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만화는 아니어도 영화 장면 하나가 화면에 떠올랐다. 박 신부는 복음이라도 들은 기분으로 일부러 크게 외쳤다.
"어헛! 이 영화 재미있겠는데?"
현암도 들으라는 듯 소리쳤다.
"그러게요! 와, 멋지네요!"
그들의 서툰 노력 덕분인지 아니면 정말 영화에 관심이 생겨서인지 준후의 조그맣던 울음소리가 조금씩 잦아들다가 마침내 잠잠해졌다. 그래도 두 사람은 TV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신출귀몰한 꼬마는 필경 어딘가 숨어서 엿보고 있을 터였다. 따라서 화면을 보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영화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두 사람이 한참을 큰 소리로 떠들어 대자 효과가 나타났다. 아무리 신동이라도 애인지라 호기심이 들었는지 저 뒤에서 사라락 하고 다가오는 발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박 신부는 비로소 조금 안심한 표정으로 현암을 보고 잘했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밥 멕이기도 고난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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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후야, 배고프지 않니?"
준후는 대답이 없었다. 그보다도 아직 어디에 숨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대체 어디 숨을 공간이 있기에 이렇게 모습을 감출 수 있는 것인지 놀랍기만 했다. 박 신부는 메밀국수 그릇을 늘어놓고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이건 괜찮을 거다. 배고플 텐데."
박 신부는 말을 하다가 말고 퍼뜩 놀랐다. 한복 자락을 늘어뜨린 준후가 어느새 자기 옆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기척도 없이 나타났는지 놀랍기만 했다. 모습을 드러내 다행이 라고 생각한 순간, 꼬마는 코를 썰룩해 보이더니 건방지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비린내. "
준후는 화난 표정으로 메밀국수 국물을 담은 종지를 가리켜 보였다.
"비린내 나요."
"그, 그러니? 다시마 같은 걸로 간을 낸 거라 그럴 수 있겠구나. 허나 고기는 안 들어 있으니..."
그러나 준후는 샐쭉하게 박 신부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면이 담긴 그릇만 쥐고는 후다닥 달려 나갔다.
"허..저런..."
박 신부가 탄식하며 준후를 뒤쫓아 모퉁이를 돌아서니 준후는 또 어느새 귀신같이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며칠 지나고 사과 먹이기 성공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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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이 말했으나 준후가 움직이는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기척을 느낀 이상 마음먹고 준후를 찾아내려면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해서 아이를 놀라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현암은 싱긋 웃으며 자기가 먹던 사과를 서둘러서 와삭와삭 먹고는 다시 상자를 열어 제일 좋은 사과만 골라냈다. 여섯개의 사과를 한꺼번에 들고 방문 앞에다 늘어놓았다. 현암이 일어나 등을 돌리자, 등 뒤에서 준후의 기척이 슬쩍 느껴졌다.
'수줍음을 타는 건지 아니면 내가 무서운 건지. 거참. 꼬마들한테는 이럴 때 뭐라고 해야 되지. 이거 원... 말하기가 쑥스러워서.'
현암은 그냥 싱긋 웃으며 사과를 와삭외삭 베어 먹었다. 박 신부에게는 라면만 먹어도 끄떡없다고 큰소리를 뻥뻥 쳤지만 사실 라면이라면 신물이 나는 터였다. 그러기에 더 맛있는지도 몰랐다. 현암이 집어 든 사과를 먹어 치운 다음 다른 사과를 잡는데 아주 저 멀리, 건물의 반대편 끝 방 즈음에서 아주 미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아삭아삭 하는, 현암보다는 훨씬 조그맣고 조심스럽게 먹는 소리가 났다. 분명 준후가 혹시라도 들릴까 숨어서 사과를 갉아 먹고 있는 소리였다.
'뭐가 그리 수줍어서'
현암은 웃으며 거침없이 외삭와삭 사과를 먹었다. 보통 사람에게는 절대 들리지 않을 것이지만 예민한 현암의 귀에는 흐릿하게나마 준후가 사과 먹는 소리가 들렸다. 장난처럼 그 소리에
나름대로 박자를 맞춰 가며 사과를 먹었다. 현암의 입가에 점점 커다란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가하면 현암은 완전 풀죽은 유기견 그잡채임ㅋㅋㅋㅋ 뭔 말만하면 자기때문이라하고 죄송하다하고 자긴 한심한 놈이라하고 밥도 라면이면된다고 혼자 라면만 쳐먹고 자꾸 자기는 나가서 노숙하고 살겠다 하고ㅋㅋㅋㅋ
박신부님 노고가 장난아니내 ㅠㅋㅋ
박신부가 혼자 밥 차려 먹으면서 '이러면 예전과 다를 것이 없잖아..' 하고 씁쓸해하는 장면도 있음
유기견 유기묘가 빨리 마음을 열어줬으면ㅠㅋㅋ
ㅊㅊ ㅅㄷ
퇴마록 원작 맛이 궁금한 더쿠들을 위해 뒤에서 끌어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