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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퍼스트레이디) 보고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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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0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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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주의 관 배정을 보면 원래 '퍼스트레이디'는

그다지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한 채 

사라질 영화였던 것 같음

 

하지만 지금은 꽤 많은 곳에서 상영되고 있음

계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여파 때문인데

시사회를 여는 것도 쉽지 않을 만큼

열악한 조건에서 출발했던 이 영화가

몇 주 후의 미래까지 예측할 수는 없을 것임

운명이라고 봐야 함 

 

대강의 제작 배경은 다음과 같음

윤석열의 아내 김건희는 대선을 준비하던 도중

'서울의 소리'의 이명수 기자와 50회에 걸쳐

7시간 가까운 분량의 통화를 했음

 

이 내용은 선거를 앞두고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고

큰 파장을 몰고 왔던 이 녹취가 세상에 나온 이후

끊임없는 고소 고발이 이어졌음 

 

'서울의 소리'에서는 이 녹취록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김건희에 대한 의혹을 더해 

인터뷰와 취재를 보강하고 그녀의 실체를

폭로하는 영화를 만들었고 그게 이 작품임 

 

사실 막상 어렵게 공개된 

이 영화에 아주 새로운 무언가가 있거나 하지는 않음

 

'퍼스트레이디'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공개되어 익히 알려져 있고

정치 고관여층이라면 더욱

그 내용들을 잘 알고 있을테고

 

그러니까 이 영화를 시간내서 보러 올 정도의 

관객들이라면 아마 

'퍼스트레이디'를 통해 얻게 되는 정보는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함 

 

작중에서 다루는 것보다 여러가지 국면이 이미

한참 더 진행된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함

업데이트가 필요한 내용임

 

시간의 부족도 발목을 잡는 요소임

당사자의 의혹이 너무 많다보니 100분 남짓한

상영 시간동안 짚고 넘어가기엔 버겁기도 하고

양평 땅 특혜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상당수 에피소드가 규모만큼 자세히 다뤄지지 않고

비교적 빨리 지나감

 

그렇다면 '퍼스트레이디'에서 진정 보여주는 건 무엇인가.

 

부당한 상황 뒤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으며 

그림자처럼 도사리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임 

 

떨어져 있는 여러가지 조각들의 일부를 관객이

인식하고 있더라도 그걸 100분짜리 영화에서

많은 사건들을 통해 빠르게 붙여서 보여주는 건

전혀 다르다는 걸 '퍼스트레이디'는 

너무나 잘 알고 있음 

 

정권의 이면을 폭로하고 고발하는 내용 치고는 

이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윤석열에게 관심이 없고

그건 이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목표가 

명확하다는 이야기임 

 

이 영화를 통해 얻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람과 참여의 쾌감임

 

이런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걸 미친듯이

싫어하는 누군가가 있음 

 

그런걸 알기에 이 영화에 관련된 사람들은 

2년의 기간동안 불굴의 집념으로

독립 영화 한 편을 완성해

기어코 세상에 내보내고 말았음 

 

'퍼스트레이디'를 보는 것은

그 끈기에 동참하는 일이자 

 

번드르르한 겉치장으로 가식을 떨고 있는  

누군가가 끝까지 숨기려 했던 그 실체를 

저잣거리에 걸어놓고 내려오라며

손가락질하고 외치는 데 함께하는 일임 

 

지금같은 시국이라면 더욱 

이런게 작품 자체를 즐기는 것만큼이나 

훌륭한 영화적 체험이 될 수 있는 건 물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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