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는 게 뭐 어때서? 영화 '위키드'가 주는 교훈
[리뷰] 영화 <위키드>(*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거대한 악과 대적하면 우리는 이런 고민에 빠진다. 과연 인간은 본디 선한 존재인가, 아니면 악하게 태어나는가.
심오한 질문에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답답하다는 듯 숨을 내쉬었다. 당신을 놀라게 한 '악마'가 어쩌면 '천사', 아니 '전사'일지 모른다고.
전 세계가 환호한 뮤지컬 <위키드>가 영화로 탄생했다. 자신의 진정한 힘을 발견하지 못한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발견하지 못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가 우정을 쌓아가며 맞닥뜨린 모험 이야기가 담겼다. 모두가 싫어하는 악당 '엘파바'가 알고 보니 착한 마녀 '글린다'의 친구였다고? 오해와 편견을 무너뜨린 건 현란한 마법도, 환상적인 주문도 아닌 우정이란 몸짓이었다.
혹시 인성 좋아지는 마법은 없나요
아름다운 넘버들로 유명한 <위키드>지만, 관통하는 메시지는 마냥 아름답지 않다. 오히려 선과 악에 대한 본질적인 고뇌에 가깝다. '사악한'을 뜻하는 단어 'Wicked'가 제목인 것처럼, 해당 작품은 촉망받던 신예 '엘파바'가 어쩌다 사악한 서쪽의 마녀라 불리게 됐는지 이야기한다. 그의 삶을 이해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으니, 그건 모두에게 사랑받는 마녀 '글린다'다.
첫 만남부터 잘못 꿰맸다. 정반대인 두 마녀는 각자의 콤플렉스를 찔렀다. 초록색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로 모두에게 외면받는 엘파바는 인기 많은 글린다가 어쩐지 밉고, 대마법사를 꿈꾸는 글린다는 타고난 재능을 뽐내는 엘파바가 얄밉다. 그래서 둘은 만날 때마다 마법으로도 못할 악담과 위선을 쏟아낸다. 서로에게 모난 돌인 두 사람은 계속 긁고 긁히다가 한순간에 행동을 멈춘다.
타인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던 엘파바가 벽을 무너뜨리고,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었던 글린다가 손을 내밀게 된 순간, 두 마녀는 속수무책으로 우정이란 감정에 빠져 서로를 흡수하고 이해하게 된다. 세밀하게 짜맞춰진 우정은 어떠한 역경도 이겨낼 듯했지만, 언제나 적은 가까이 있었고 둘은 갈림길로 내몰린다.
영화 <위키드>에 얹힌 감칠맛은 주인공 엘파바와 글린다의 뒤틀린 캐릭터성이다. 두 사람은 처음엔 자신이 가진 힘과 성품을 믿지 않고 스스로를 궁지에 몰았다. 그런 그들이 마침내 '나'라는 틀을 깨고 타자를 만나 구축하는 세상을 보면 어떠한 판타지와 견줄 수 없다. 마냥 착하거나 나쁘지 않은 캐릭터성은 갈고리처럼 관객을 낚아 그들의 입체성을 매만지게 한다.
어두웠던 자신을 깨고 새로운 세계로 향한다는 점에서는 책 <데미안>을, 친구만이 지닌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서로 꾸며준다는 점에서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닮은 영화 <위키드>. 감독 존 추의 바느질이 극과 극의 장르를 한 극에 담았다.
차라리 '악당'이 되어 세상을 지킬래
아름다운 우정을 자랑하는 영화 <위키드>는 쌉싸름한 하이라이트를 향한다. 엘파바는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대마법사의 꿈을 키워갔으나, 어딘가 의심쩍은 구석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모두를 존중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줄 알았던 마법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무기'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자신이 믿었던 거짓과 새롭게 알게 된 진실 사이에서 헤매던 엘파바는 마침내 뜻을 정한다. 초록색 피부, 험악한 인상, 뾰족한 말투 때문에 처음부터 모두에게 미움받았던 소녀는 다시 한번 미움 받을 용기를 낸다. 자신이 사랑하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 '엘파바'라는 이름 대신 '사악한 서쪽의 마녀'라고 불리며.
주인공들의 우정담과 모험 이야기, 거기에 뮤지컬적 요소까지 더하며 영화는 분주하게 흘러간다. 여러 메시지와 캐릭터가 섞여 자칫 엉성할 수 있는 완성도를 섬세한 연출로 채웠다. 일상적인 공간을 마법과 섞어 환상의 나라로 만들고 캐릭터의 움직임을 고려한 의상은 동작 하나하나를 포착하게 한다.
"누구나 세상을 날아오를 수 있다"는 메시지로 160분 동안 떠다니는 영화 <위키드>. 중요한 건 어떻게 날아오를 것인지보다 어디로 착륙할 것인지다.
2024년 개봉한 파트 1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파트 2가 예정됐다. 대서사는 과연 무사히 비행에 성공해 관객들의 마음에 내려앉을 수 있을까. 활주로에 정체 모를 마녀가 기다리고 있다.
심오한 질문에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답답하다는 듯 숨을 내쉬었다. 당신을 놀라게 한 '악마'가 어쩌면 '천사', 아니 '전사'일지 모른다고.
전 세계가 환호한 뮤지컬 <위키드>가 영화로 탄생했다. 자신의 진정한 힘을 발견하지 못한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발견하지 못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가 우정을 쌓아가며 맞닥뜨린 모험 이야기가 담겼다. 모두가 싫어하는 악당 '엘파바'가 알고 보니 착한 마녀 '글린다'의 친구였다고? 오해와 편견을 무너뜨린 건 현란한 마법도, 환상적인 주문도 아닌 우정이란 몸짓이었다.
혹시 인성 좋아지는 마법은 없나요
▲ 영화 <위키드> 스틸컷 |
ⓒ 유니버설 픽쳐스 |
아름다운 넘버들로 유명한 <위키드>지만, 관통하는 메시지는 마냥 아름답지 않다. 오히려 선과 악에 대한 본질적인 고뇌에 가깝다. '사악한'을 뜻하는 단어 'Wicked'가 제목인 것처럼, 해당 작품은 촉망받던 신예 '엘파바'가 어쩌다 사악한 서쪽의 마녀라 불리게 됐는지 이야기한다. 그의 삶을 이해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으니, 그건 모두에게 사랑받는 마녀 '글린다'다.
첫 만남부터 잘못 꿰맸다. 정반대인 두 마녀는 각자의 콤플렉스를 찔렀다. 초록색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로 모두에게 외면받는 엘파바는 인기 많은 글린다가 어쩐지 밉고, 대마법사를 꿈꾸는 글린다는 타고난 재능을 뽐내는 엘파바가 얄밉다. 그래서 둘은 만날 때마다 마법으로도 못할 악담과 위선을 쏟아낸다. 서로에게 모난 돌인 두 사람은 계속 긁고 긁히다가 한순간에 행동을 멈춘다.
타인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던 엘파바가 벽을 무너뜨리고,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었던 글린다가 손을 내밀게 된 순간, 두 마녀는 속수무책으로 우정이란 감정에 빠져 서로를 흡수하고 이해하게 된다. 세밀하게 짜맞춰진 우정은 어떠한 역경도 이겨낼 듯했지만, 언제나 적은 가까이 있었고 둘은 갈림길로 내몰린다.
영화 <위키드>에 얹힌 감칠맛은 주인공 엘파바와 글린다의 뒤틀린 캐릭터성이다. 두 사람은 처음엔 자신이 가진 힘과 성품을 믿지 않고 스스로를 궁지에 몰았다. 그런 그들이 마침내 '나'라는 틀을 깨고 타자를 만나 구축하는 세상을 보면 어떠한 판타지와 견줄 수 없다. 마냥 착하거나 나쁘지 않은 캐릭터성은 갈고리처럼 관객을 낚아 그들의 입체성을 매만지게 한다.
어두웠던 자신을 깨고 새로운 세계로 향한다는 점에서는 책 <데미안>을, 친구만이 지닌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서로 꾸며준다는 점에서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닮은 영화 <위키드>. 감독 존 추의 바느질이 극과 극의 장르를 한 극에 담았다.
차라리 '악당'이 되어 세상을 지킬래
▲ 영화 <위키드> 스틸컷 |
ⓒ 유니버설 픽쳐스 |
아름다운 우정을 자랑하는 영화 <위키드>는 쌉싸름한 하이라이트를 향한다. 엘파바는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대마법사의 꿈을 키워갔으나, 어딘가 의심쩍은 구석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모두를 존중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줄 알았던 마법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무기'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자신이 믿었던 거짓과 새롭게 알게 된 진실 사이에서 헤매던 엘파바는 마침내 뜻을 정한다. 초록색 피부, 험악한 인상, 뾰족한 말투 때문에 처음부터 모두에게 미움받았던 소녀는 다시 한번 미움 받을 용기를 낸다. 자신이 사랑하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 '엘파바'라는 이름 대신 '사악한 서쪽의 마녀'라고 불리며.
주인공들의 우정담과 모험 이야기, 거기에 뮤지컬적 요소까지 더하며 영화는 분주하게 흘러간다. 여러 메시지와 캐릭터가 섞여 자칫 엉성할 수 있는 완성도를 섬세한 연출로 채웠다. 일상적인 공간을 마법과 섞어 환상의 나라로 만들고 캐릭터의 움직임을 고려한 의상은 동작 하나하나를 포착하게 한다.
"누구나 세상을 날아오를 수 있다"는 메시지로 160분 동안 떠다니는 영화 <위키드>. 중요한 건 어떻게 날아오를 것인지보다 어디로 착륙할 것인지다.
2024년 개봉한 파트 1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파트 2가 예정됐다. 대서사는 과연 무사히 비행에 성공해 관객들의 마음에 내려앉을 수 있을까. 활주로에 정체 모를 마녀가 기다리고 있다.
▲ 영화 <위키드> 메인 포스터 |
ⓒ 유니버설 픽쳐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