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빌드업은 잘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중간부터 이게 초반의 그 루시우스가 맞는지 이해가 안 됨
루시우스는 주인공이라서 분량도 많은데 주인공 연기로든 영화 전개로든 후반부에 가서는 주인공 감정을 못 따라가겠더라고 공감이 안돼
주인공 연기가 꺾이지 않는 기개, 불굴의 정신 뭐 이런 거 표현하는 건 괜찮았는데 다른 감정선은 영화의 빈틈을 메꿀 정도는 아니었어
매우 불친절하고 뚝뚝 끊기는 이 영화에서 그래도 다른 주조연 배우들은 연기로 영화가 보여주지 않은 서사와 감정을 만들어 전달하는데 주인공은 그렇지 못했던 게 아쉬워
보다가 오히려 마크리누스에 감정이입해서 마크리누스의 목적을 어느 정도 눈치채게 된 이후로는 '로마 따위 망해버리라지!'를 외치게 되더라
그 긴 상영시간 동안 (물론 시대상을 반영한 거겠지만) 로마의 꿈을 다시 찾아서 로마를 되살려야 할 이유보다 그냥 망하는 게 나을 것 같은 모습을 더 보여줘
쌍둥이 황제의 폭거에도 계속 침묵하는 원로원
심지어 그래도 황제랍시고 모시던 쌍둥이 중 한 명이 죽었고, 갑자기 원로도 아니던 마크리누스가 등장해서 남은 황제를 꼭두각시 삼아 모든 권력을 한 방에 가져가니까 그 압도적인 폭력 앞에 한 마디 반론도 못하고 찬성이나 외치는 원로원으로 공화정이라는 이상을 제대로 구현이나 할 수나 있겠나...
불만은 있지만 콜로세움에서 황제가 제공하는 폭력이나 즐기고 향유하는 시민들
나중에 시민들이 활든 병사들이나 근위대한테 맞서 싸우고 시위하는 모습이 쬐금 진짜 쪼끔 나와서 그나마 좀 희망이라는 게 있어보여도 그 시민들도 아무 의미 없는 타국 정복 때는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았지
그리고 최하층에는 빈민들이 길거리를 가득 채우는 모습을 보여줬어
이 로마에 무슨 꿈과 희망이 있어서 유지를 해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대목이 마크리누스가 죽었던 장면이 아니라 쌍둥이 황제가 죽는 장면이었다는 점에서 덴젤 워싱턴 연기는 좋았지만 글래디에이터2라는 영화는 정말 별로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