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 44초'는 컨셉이 눈에 띄는 영화임
관람료 4천원을 받고, 4분 44초짜리 공포 단편을
44분 동안 여덟 편 상영하는 것인데
내가 보기엔 괜찮은 것 같음
어떻게든 시선을 끄는 게 중요한
저예산 호러의 세계에서 이런 특이한 계획은
한 가지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4분은 훌륭한 공포 영화를 만들기에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라서
기예르모 델 토로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영화라고 했던
안드레스 무시에티의 '마마'는 3분에 불과했음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 컨셉에 걸맞는 재미를 주는가?
아쉽게도 전혀 그렇지 못함
첫번째 에피소드인 'ASMR'이 끝나고,
두 번째 에피소드인 '택배'가 2분 정도 진행됐을 때
나홀로 대관을 하고 있는 상황을 활용해서 나는
휴대폰을 켜고 대강의 참여진을 확인해 보았음
그리고 생각했음
나갈까.
왜냐면 모든 에피소드가
박종균 한 사람의 작품이었기 때문임
그나마 여러 감독의 연출작이 섞여 있는 형식이면
들쑥날쑥한 모양새라도 기대해볼 수 있겠으나
같은 감독과 작가의 창작으로 전편이 구성된
앤솔로지에서 두어 편의 완성도를 확인한 이상
나머지 여섯 편을 볼 필요가 없어서
그리고 그 다음은?
남은 상영 시간 삼십 분이 얼마나 긴 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었음
도입부가 조금씩 다른 이런저런 단편들이
이어지지만 어떤 것도 솔깃하지가 않았는데 이건
모든 단편의 구조가 똑같기에 공포 영화로써
아무런 긴장을 주지 못했기 때문임
'4분 44초'의 모든 에피소드는 간단한 설정에
같은 전개, 똑같은 결말로 향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당연하지만
설정만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은 없음
빈약한 빌드업에 형편없는 효과들은
공포물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의문스러운 수준이고
물론 넉넉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을 것임
초저예산인데다 시간도 짧고, 비교적 경력이
길지 않은 편인 아이돌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서
할 수 있는 표현에는 한계가 있었을 거고
하지만 납득할 수 있는 완성도의 하한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런 내용을 보면서 굳이
이 상황을 애써 헤아릴 필요는 없을 것 같음
덧붙이자면 롯시 관람권 기한이 이틀 남아서 ㅠ
입장료 4천원의 3배 이상 가치가 있는(!)
관람권을 써서 이 영화를 봤다는게 내게는
가장 큰 공포였음..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