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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조커2) 보고왔다 (스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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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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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EdDB
 

DC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시리즈니까 
당연히 나오는 거겠지만 
난 처음부터 속편 제작 소식이 달갑지 않았음

 

속편에 관한 기사가 뜰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음.
이런 영화에 속편을 만들 수가 있나?

 

토드 필립스의 조커는 그 자체로 완전하게 
맺어져 있어서 무언가 덧붙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존의 슈퍼히어로물 형식의 영화이면 
새 사건을 만들고 새로운 적을 등장시키는 
방법으로 이끌어 갈 수 있겠지만 

그런 시리즈와도 거리가 멀고 


이 작품의 불안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아슬아슬하며 예민한 균형은 
뭐 하나만 살짝 건드려도 박살나는 거라서 

 

위플래시나 블랙스완 속편을 만들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이런 걸 같은 캐릭터로 
두번 구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함

 

하지만 초대박난 DC 코믹스 원작의 영화가
속편이 제작되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고 
결국 몇년 후에 우리 앞에 왔지 

 

오늘 첫 시간에 보았는데 나를 포함해  
극장에 한 스무명 정도 앉아 있었음 

 

한 시간쯤 지나서 뒤 돌아보니 절반 이상이 자더라ㅠ

 

상영 첫 시간에 보러 왔으니 아마 조커를 
누구보다 좋아했을 분들일 가능성이 높은데ㅠ

 

모두에게 얼마나 예상밖의 영화일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음 

 

뮤지컬이라서 그럴까? 호아킨이랑 가가가
열 곡 넘게 부른 것 같던데 이게 낯설어서? 

그것만은 아닌 것 같음 


이 영화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팬들의 기대를 
배반하고 있기 때문에 

 

'조커 폴리 아 되'는 이례적인 속편임 

 

속편을 위한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전편의 결말에서 이어지는 뒷얘기를 
길게 늘인 것에 가깝고 

의미있는 전개가 펼쳐진다고 하기도 어렵고

 

판타지나 SF 세계관이 아닌 1편의 결말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라고 해 봐야 하나 뿐일테니까 
결국 우리가 보는 것은 결국 두시간 내내 철창에 
갇혀서 심판받는 아서 플렉의 모습 뿐임 

 

조커2는 철저하게 전편에 
반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음

 

총 한자루와 함께 끊임없이 고담 시티를 
내달렸던 동적인 이미지의 전편과 달리 
속편의 아서 플렉은 
감옥과 법정을 거의 벗어나지 못함 

 

예고편에 나오는 화려하고 멋있는 이미지들은
대부분 그의 고통스러운 상상에 불과하고 
스토리 전환은 전적으로 
그의 심경 변화와 관련되어 있고 

 

여기서 특이한 건 감독의 
주인공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선인데


이 내용과 구도를 보았을 때 '조커2'를 
작중 이야기만으로 읽어내는 건 불가능해 보임 

 

'조커2'는 전작의 믿을 수 없는 성공과 
그 엇갈리는 반응에 관해 속편의 형식을 빌어
그 이야기의 정체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말하는 영화임 

 

감독인 토드 필립스는 아마 이 상황을 굉장히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았을까? 

 

주인공의 아서 플렉을 향한 그릇된 열기와
오만가지 갑론을박에 대해서. 

 

그런 맥락으로 보았을 때
레이디 가가가 연기하는 할리 퀸은 사실상 전편을 
통해 형성된 조커의 팬덤을 상징하는 역할임 

 

그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는 말은 이 캐릭터가 단순한 아서 플렉의 상대역이자
여자친구 역할이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일 테고

 

'조커'가 현실 세계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 봤을 때 
평소에 여자한테 말 한번 못 붙여서 
연애마저도 망상으로 대신할 수 밖에 없었던 


그에게 나타난 진짜 '여자'인 할리 퀸은 
무한한 힘을 주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악영향을 미치는 사람일 뿐임  

 

그가 그나마 발붙이고 있던 현실에서마저

철저히 떨어지게 만드는 존재이고 

마지막으로 본인이 갖고 있던 변론 기회마저 
포기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거니까 

 

그렇다면 할리 퀸이 그에게 주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냐? 당연히 그렇지 않음 

 

할리 퀸이 반한 남자는 조커이지 
아서 플렉이 아니라서 

 

하지만 어색한 분칠의 가짜 가면인 조커를 
무한히 덮어쓰고 있을 수는 없는 거고 
그 시점에서 이미 파국은 예정돼 있는 것임

 

할리 퀸과 이별하는 장소로 이 작품의 
가장 유명한 배경인 계단이 선택된 것도 
그 의도가 너무 명백해 보이는데

 

결국 모든 이야기는 하나로 수렴될 수밖에 없음

 

감독은 '조커'를 통해 
인간 아서 플렉의 이야기를 하길 원했음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고 철저한 외로움 속에  
헛된 희망을 품으며 소외된 존재로 고통 받던 
누군가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하지만 DC 코믹스의 일부이자 '조커'로 태어난 
그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 메시지를 읽었음

 

그리고 그 사이에는 아주 비정상적이고 
위험한 반응들도 포함되어 있었음 

 

또 한 번의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은 상태에서
본인의 손으로 그 캐릭터의 마지막을 결정하며
감독은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해 주었음

 

모두가 '조커'로 소비했던 이것은 나약하고 평범한

내면을 가진 사람인 아서 플렉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런 에필로그를 덧붙여야 이 내용이 완성이 된다 

 

놀라운 건 작중의 할리 퀸의 반응을 보았을 때 
감독이 이 영화의 운명을 너무 정확하게 
예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건데 

 

이 정도 대작이 이런 모양새로 완성된 것 자체가 
너무 미스터리하고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임 

 

'조커2'는 사랑받지 못할 것임 

 

특히 전편의 불온한 분위기와 기이한 상승의 감각 
불건전한 클라이막스가 주던 아찔한 감정 
그 대단한 효과를 형편없이 훼손한다는 점에서 

 

아마 이후에도 이 영화는 '조커'를 이야기할 때 
'2편도 있는데 그건 보지 마라!'라는 식으로
언급될 가능성이 높음 

 

난 지금도 이 영화가 없는게 낫다고 생각함 

 

하지만 그 짧은 절정을 맛본 이후에 
현실 세계에 어떤 황량한 풍경이 남았는지 
모두가 알고 싶어하지 않는 후일담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는지

 

이것이 나의 진심이자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이야기라고 두시간 내내 
전편을 자기 손으로 망치며 


광기어린 악몽같은 뮤지컬의 강렬한 에너지로 

절절하게 풀어내는 이 영화의 태도

 

이 당혹스런 순간을 쉽게 잊기는 어려울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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