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로봇에게는 라스칼 씨가 더 좋은 반려자 같아. 도그는 로봇의 첫 주인이자 너무나 사랑하고 내내 기다리며 그리워한 존재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미숙하고 미성숙한 캐릭터라... 라스칼 씨가 로봇을 대하는 태도랑 비교되는 부분이 많더라고.
도그는 혼자 지내는 시간의 무료함,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로봇을 구매했어. 로봇과 함께 지내면 자신은 더 이상 외롭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성급하게 로봇을 맞이했고 간단한 설명서에만 의지해 어설픈 조립실력으로 로봇을 구동시켜. 후에 오션 비치에서의 일로 알 수 있듯이 도그는 로봇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더라고. 물에 들어가기 전에 기름칠을 해야 된다거나, 연료가 떨어지면 작동이 멈추고 움직이지 못한다는 등의 사실을 몰라.
반면 라스칼 씨는 자신만의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폐기물 처리장에서 로봇의 잔해를 가져와 수리할 때 보면 그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있었더라고. 도그가 오션 비치에 로봇을 두고 온 뒤에 부랴부랴 수리에 관한 책을 산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임.
도그는 로봇을 반려로 맞이한 다음 집에서 함께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공원에서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가는등 자신의 여가를 마음껏 즐기지. 로봇도 물론 너무 즐거워했지만 사실 로봇의 의사는 반영되어 있지 않아.
로봇이 창문 너머로 도그와 그의 새로운 반려 로봇을 발견했을때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로봇이 자신의 몸체에 들어있는 '로봇의 페이버릿 송' 테이프를 크게 틀잖아? 그 아래에는 '라스칼의 페이버릿 송' 테이프도 같이 있어. 라스칼 씨는 로봇이 좋아하는 음악을 따로 테이프로 만들어 자신의 테이프보다 위에 둘 만큼 로봇의 취향을 배려해주는 주인이더라고. 그리고 단순히 여가를 즐기는것 뿐만 아니라 건물 관리인인 본인의 직업 영역에도 로봇과 함께 해. 그저 일손에 불과한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라스칼 씨는 로봇을 자신의 인생 전반에 함께하고픈 반려로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또 이건 약간 돼지적🐷 관점인데...ㅋㅋㅋㅋㅋ
도그는 오션 비치를 향하는 버스 안에서 힘겹게 뜯은 치토스를 혼자만 먹거든? 그리고 오션 비치에서 산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두 개 다 자기가 먹어버려. 로봇이 바다에 정신을 뺏긴 사이 아이스크림이 녹고 있었으니 버리는것보단 먹는게 낫지만 로봇에게 너도 어서 먹으라고 손에 쥐어주거나 입에 넣어줄 수도 있는거였는데... 싶더라고.
그에 비해 라스칼 씨는 피자집에서 본인의 몫을 먼저 먹고도 로봇의 접시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아. 그리고 로봇은 자신의 피자를 먹고 일어나면서 라스칼 씨의 빈접시까지 먹어버림ㅋㅋㅋ 옥상에서 바베큐 파티를 할 때도 로봇과 함께 먹을 음식들을 푸짐하게 마련해. 되게 작고 사소한 부분이지만 로봇과 나누고 공유하려는 마음가짐이 다르게 와닿더라고.
이렇게 보면 도그가 너무 모자라고 나쁜 주인이었던 것 같지만 난 사실 도그의 처지가 더 딱하다고 생각해서 그가 밉지 않아. 오히려 안타까운 마음이 큼ㅠ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로봇을 구매한건 사실이지만 그도 나름 최선을 다했어. 너무 빠른 이별에 괴로워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6월 1일에 로봇을 되찾을 생각으로 오션 비치로 뛰어갔지만 돌아온건 잘려나간 다리 한 짝 뿐이었지. 그날 밤 한 손에는 로봇과 찍은 네 컷 사진을, 다른 손에는 로봇의 다리를 껴안고 허망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있던거 생각하면 눈물이 남ㅠㅠㅠㅠ
로봇의 빈자리를 채울 방법을 찾지 못한 도그는 또다시 다른 반려 로봇을 찾으러 매장을 방문해. 수많은 고성능 로봇들이 그곳에 있었지만 도그의 눈에 띈건 잃어버린 자신의 로봇과 가장 닮은 아이. 더 이상 상실의 아픔을 겪고 싶지 않은 도그는 새로운 로봇과 방문한 오션 비치에서 그에게 오일 스프레이를 꼼꼼히 뿌리고 혹시라도 물에 닿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여. 로봇은 도그가 다른 로봇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 돌아가기를 포기했지만 도그는 로봇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새 로봇과 사는걸 택했지만 마음 속엔 항상 자신의 첫 로봇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자리잡고 있을거임. 로봇은 라스칼 씨와 함께 '해피'를 들으며 춤을 추는 장면으로 끝나지만 도그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셉템버'에 자꾸 뒤를 돌아보다가 축 늘어진 어깨로 돌아서게 됨. 그래서 난 도그에게는 새드엔딩에 더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