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마지막 통장 씬
세 번봐서 마지막에 날짜 유심히 보니
2009년에 개설됐고
할아버지가 매월 같은 날짜마다 자동이체로
100만원 입금
할머니가 비정기적으로 2n~50만원 타행입금.
2011년까지 통장 초반 세 장 정도 넘겨보고 끝나
(작중 년도 안나옴)
성진이가 뭔가 깨달았다는듯 + 당혹한 + 그러면서도 뭔가 기분좋은 승리감? + 그러면서도 심란해보이는
여러가지로 읽힐 수 있는 표정을 지어.
ㅡ 장례식 씬
술취해서 잘 안들린다는 그 씬 있잖아.
일부러 안들리게 냅둔거 같고...
오열하는 아버지가 손에 들고 있는거 잘 안보여줘서 뭐지? 했는데 아마 영정사진 앞 제사상에 올랐던 조기 굴비?로 보임..
뭔가 품질에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이럴수 있냐 하면서 화내고 오열하는 장면.
+ 그 다음에 붙는 씬이 바로 성진이가 그 오열 따라해보다가 멈추는 장면.
ㅡ 병원 씬
두 인물이 그려내는 극단적인 대비가 너무 재밌음
성진의 입장 :
고모랑 싸운 아버지가 술김에 고모집을 불태웠을거라고 생각해서 고모한테 면목없고 죄책감에 꽃들고 정말 오랜만에 (혹은 거의 처음으로) 고모부 병실까지 찾아온 성진이가
고모를 만나 겨우 잔해에서 살아남은 사진을 건네주며
대신 변명과 사죄를 하지만
(돈도 가져갔을지도 모르는) 고모가 집을 불태웠다고? 뭐? 왜? 아니겠지..
그냥 아빠가 한 짓에 대해 괜찮다고 하는 말이겠지. 정말? 설마.. 말도 안돼하며 큰 충격과 놀람. 약간의 공포.
보는 사람에 따라 스릴러로 까지 보일 수 있을 정도의 연출.
성진이는 놀라서 도망치듯 자리를 떠남.
고모 입장 :
(고모의 말이 진실이라는 전제하에)
평생 함께한 엄마도 49제로 완전히 떠나보내고
평생 믿었던 엄마, 아버지한테 맡겼던 남은 여생+ 남편의 병원비를 대비할 돈도 다 빼앗기고 배신당했고.
아버지와도 스스로 절연.
허물어지는 마음에 모든걸 다 내려놓고
터전인 집에 불을 내고 돌아온 다음날. 십여년째 응답없는 남편의 병실에서 간호하다가 맞이한 조카 성진.
(고모는 자신의 돈이 성진이한테 갔을 것임을 확신하고 있을거같아)
성진이의 잘못이 아니란걸 알지만
돈, 남편, 가업.
평생 희생만 하고 일했던 고모가 가졌던 모든 것을 눈앞의 성진이가 다 앗아감.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을 하고.
성진이같은 자식이 내게 있었다면 이런 날이 찾아왔을까, 아니 성진이 졸업식 대신 간다고 남편이 다치지만 않았었다면...
그런 와중에 성진이 어쩔줄 몰라하며 내민 남편과 찍은 불타버린 사진.
그리고 꽃화분.
처연,조소,회한,허탈,텅빈 마음 등등 여러가지로 읽힐 수 있는 감정을 토해내고.
죄책감에 그 오랜세월 찾아오지도 못해놓고,
정작 남편이 꽃 알레르기 있는 줄도 모르는 성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화분에는 손도 안대고
다시 병실로 들어가 너무나 말라버린 남편의 등을 닦아내는 혜숙.
진짜 저 마음이 어떤 마음일지 가늠할수가 없음....ㅠㅠㅠㅠ
ㅡ 빛 그리고 장손
마지막 씬.
새벽에 할아버지와 성진의 옷차림이
각자 한복/캐쥬얼이지만
동일한 색 대비감의 옷을 입어서
마치 같은 옷, 동류로 보이게 함.
이 영화에서는 '빛' 이 장손의 가업,권리,의무 등으로 표현되는거같은데
특히나 성진-할아버지의 첫 만남씬(매우 아름답게 묘사된)에서 그게 보여. 환한 빛 속에서 흰색 한복과 함께 글씨쓰는 할아버지.
종종 성진이 얼굴에 빛 이용한 대비장면이 눈에 띄는데 아버지한테는 그런게 없고.
병원씬에서는 극단적으로 성진이만 자연광을 받고, 고모의 표정은 역광,어둠 속에서 보여주지.
할아버지의 정신이 깜빡깜빡하실때 전등도 깜빡하는게 재밌고. 그걸 이용해 어둠속에서 성진은 아버지 행세를 해서(말투 잘따라하시더라ㅎㅎㅎ) 과거 두부공장에 대한 사실과 속마음을 전해들을 수 있었지.
여튼 차 타고 가는 순간.
성진이 장손의 가업,권리를 물려받는 그 순간.
빛이 창가에서 성진의 얼굴로 따갑게 쏟아져내리는데 성진은 당혹스러워하며 반쯤은 얼굴을 가리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끝나지.
중간중간에 성진이가 할아버지 모시고 다니는 모습이...특히 집안에서 옥좌 같은 상석에 앉힐때.
영조 모시고 다니는 정조의 느낌이랄까? (건너뛰게 된) 아버지, 어머니, 고모들은 그 서열 아래고.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후계자 앞세워 데리고 다니는 조손의 모습이랑 닮아서 재밌었어.
ㅡ 엔딩
그리고 할아버지.
돌아와서 잘 닦여진, 눈이 없는 익숙한 길로 가다가 멈칫. 눈으로 쌓인 산으로 가는 거친 길을 바라보며... 갈림길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걸음을 옮기셔.
이때 아름다운 롱테이크와
몽환적이면서, 단조로 진행되는 불길한거 같으면서도 모호하다가 웅장해지는 음악이 재밌다 싶었고.
중간에 까마귀 소리 작게 2번 들리는거 진짜....ㅋㅋㅋㅋ 제작진이 엄청 신경썼다 싶더라고.
할아버지 극중 걸음 속도가
산에 오르실 때만 빠르고.
중간에 할머니가 계셨을땐 할머니가 항상 빠르고 할아버지는 뒷짐지고 천천히 걸으셨거든.
그후로 쇠약해지셨다가
치매가 찾아오셨을때처럼 그리고
할머니처럼 빠른 걸음으로 산으로 가시는 할아버지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
영화 정말 여러가지로 해석되게끔 엄청 고민하고 잘 만들었다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