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에일리언을 보려고 했는데 ㅠ
시간이 안 맞아서 이것부터 봤다
10.26과 관련된 군사재판을 다루고 있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사전정보 없이 갔음
이제는 현대사 영화가 꽤 많이 만들어져서
작품명으로 연대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는데
'행복의 나라'는 '남산의 부장들'과 '서울의 봄' 사이의
기간을 다룬 내용임
'서울의 봄'으로 대부분의 관객들이
최근에 예습을 했으므로 이런 부분은 작품에
이득이 되는 부분일거라 생각함
12.12 군사 쿠데타의 일부가 작중에서 재현되기도 함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은 사건의 주역인 김재규가 아니라
그 밑에 있었던 군인 박태주(영화에서는 박흥주)를
주요 인물로 하고 있다는 것인데
거창한 역사의 주인공이 아닌 그보다 평범한 사람을
바라보고 그를 통해 역사의 의미를 읽어낸단 점에서
무척 창의적이고 훌륭한 접근이라고 생각함
하지만 역사물로 그다지 만족도가 높지는 않았던 건
이 재판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도
너무 많은 부분이 픽션처럼 느껴졌기 때문임
이를테면 조정석이 연기한 정인후 변호사는
지나치게 가상의 인물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실제로 그 사건을 맡았던 변호인 여러 명을
합해서 만든 가상의 주인공이라고 함)
그를 통해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이 마치
모의 세트로 만들어놓은 10.26 재판에
들어간 현대 시간여행자의 유사 체험같이
여겨지는 면들이 있음
진술과 증언이 중요한 재판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진짜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헷갈리게 해서 작중의 중요한 증언들과
쟁점들이 '실제로 법정에서 있었던 일인가?'
하고 끊임없이 의문을 일으키며 몰입을 방해하고
작중의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인
'누가 육본으로 가자고 했으며 그 진의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도 이런 맥락 속에서는 제대로
의도한 만큼 힘이 생기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음
특히 전두환과 주인공이 일대일로 마주하는
클라이막스는 절대로 저런 일이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진심어린 주인공의 연설에도 불구하고
계속 등장인물과의 거리를 두게 했음
이런 계열의 작품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실화를 취재해서 만드는 작품들은 최대한
원래 사건을 살리는 쪽이 좋다고 생각함
그래도 이 영화에서 어떤 감동을 느꼈다면
배우들의 존재와 그 연기 때문일텐데
조정석은 당장 일주일 전에 여장남자로 비행기 타고
그러고 다녔다는게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절절한 연기를 했고 그 때문에 여러가지
믿기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가슴아프게 설득되는 면이 있었음
그리고 이선균은..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 않았는데
도중에 짧게 나오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이 사람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 이제
몇 분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하필이면 영화가 이런 내용이라
보기에 많이 힘들었음
죽는 걸로 결정되어 있는 이선균을 살리려고
주인공이 두 시간동안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그를 떠나보내는 내용임.
마지막 장면에서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울었다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일어날 수가 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