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보러 가자고 해서 얼떨결에..
듣도보도 못한 캐릭터와 생각지 못한 액션이 난무하는
애니메이션 극장판을 보고 왔음
상영관에 나랑 친구 외에 한 열명 가량의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는데 왠지 되게 매니아들 같더라고..
친구의 간단한 설명을 통해 알게 된 사전 정보는
게임 및 TV 애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며 등장 인물은
실제로 존재했던 경기용 말을 모에화한 것이다
라는 것 뿐이었음
작품 초반부는 확실히 장벽이 있었음
감정 표현이나 캐릭터 묘사 등등
한 10분 정도 외부자(?)로서 항마력이 꽤 필요했는데
그 구간을 넘기면서부터는 괜찮았음
제목에서 느껴지는 심연의 향기와는 달리
의외로 산뜻한 열혈 스포츠물이었고
거의 소년만화를 방불케하는 내용으로
오로지 달리기만 생각하는 반인반수 주인공들이
수십명씩 나와서 비정상적인 광기를 발산하면서
경기에 몰입하는 게 굉장히 이채로웠음.
모든 인물들이 여자이긴 한데
상당수의 성격이나 조형이 남캐에 가까워서
인물의 토대는 말이고 외양은 미소녀이고
성격은 상남자인 혼종들이 죽을듯이 뜀박질을 하면서
오로지 승리만 외치고
이쪽에서는 이런 인물 묘사가 흔한지 모르겠으나
나로서는 별로 못 본 광경이라서.. ; 아니 이런
희한한 볼거리를 오늘 얼떨결에 안 따라왔으면
평생 못 볼수도 있었겠구나!
하고 생각했음 ㅋㅋ
주인공들의 목표가 오직 승리! 달리기! 자아실현!
뭐 이런거밖에 없어서
다들 딱히 비겁하게 굴거나 나쁜짓도 안함
전부 다른 방식으로 정신나간 개쌍마이웨이임
전개는 거의 뮤직비디오에 가까운데
음악을 아주 잘 썼고 영상이 매우 아름다운데다
장면 연결이 유려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음
실제 경마를 구현한 듯한 경기 장면도 대단하고
이런 종류의 영화로서는 최상의 연출이라고 생각함
사전정보가 없는 상태였는데도 내용을 따라갈 수 있을만큼
꽤 쉽고 대중적으로 만들어져있기도 했으나
마지막에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 뜬금없이
주인공들이 아이돌이 돼서 콘서트를 하는 장면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는걸 보고
앗 역시 ㅠ 장벽이 아주 없진 않구나 하고 생각했음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신나고 장대하며 한편으로는
오그라드는(?) 주제곡이 3분 정도 나오는데
열명 넘게 앉아있던 매니아 관객분들이
그 노래가 끝날때까지
단 한명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음 ㅎㅎ
왠지 나도 일어나면 안될 것 같아 그 노래를 끝까지 들었음
이것도 극장에서 영화를 수백편 보면서
거의 못 보았던 광경이었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