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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챌린저스) 아트는 누굴 좋아했을까 (강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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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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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가 누굴 좋아했는지에 대한 길고 진지한 글이야. 짧게 써보려고 했는데 타시의 말이나 패트릭의 마음이나 영화 전반에 대한 맥락없이는 할 수 없는 이야기라서 글이 길어졌어ㅜㅜ 끝까지 읽어주는 영덬들 미리 고마워!! 

 

주의 원덬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음

주의 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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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처음 볼 때는 흔한 스포츠영화의 공식처럼 흘러가는 남주둘이 여주 하나를 놓고 싸우는 삼각관계이자 테니스경기라고 생각하며 봤거든. 루카구아다니노 감독이 퀴어가 아닌 영화를 만들었네, 신기하네, 음악이 좋네, 하면서 봤음. 근데 흔한 스포츠 영화의 공식처럼 이긴 남주가 여주를 차지해야 할 때, 여주는 보고 있고 남주 둘이 포옹을 하는 거야? 그러더니 그 여주는 환호하네? 어머이게이뭐야 

 

그렇게 이틀뒤에 못참고 영화를 또 보게 됩니다. 이런 전적이 작년에도 있죠. 헤결이라고. 사랑영화 아닌 척하면서 사랑얘기하는 영화 참 좋단 말이야. 근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도 이건 스포츠영화인척 사랑얘기하는 영화라는 냄새를 강력하게 맡았어. 타시도 그러잖아 테니스경기는 relationship이라고. 그래, 이 영화는 사랑얘기는 분명하다. 근데 그럼 그 사랑이라는 건 어디에 있다는 거지, 삼각이 모두 서로를 사랑하는 폴리아모리라도 된다는 건가. 

 

나는 폴리아모리는 타시나 패트릭에 한해서만 가능한 이야기같고 영화를 두번봐도 아트는 아닌 거 같았어. 아트는 타시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것 같았지. 아트도 두번이나 말하잖아,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나는 이게 진심은 맞는 것 같았어. 아트는 뱀같은 xx 지만 적어도 그 순간은 진실되어 보였거든. 그리고 그런 마음이 아니고서야 8년의 결혼생활동안 그렇게 헌신적일 수 있겠냐고. 

 

근데 걸리는 게 몇가지 있었음. 마지막에 타시가 바람핀 걸 알았는데 잠깐 분노하고는 웃어? 웃...어?? 웃고는 게임을 더할 나위없이 열정적으로 임하잖아. 일대일랠리가 이어지고. 그러더니 네트를 넘어서 패트릭한테 안겨? 이거 굉장히 퀴어영화에서 많이 쓰이는 메타포잖아. 마음의 벽을 넘어서서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는 은유.

 

그리고나서 앞을 되새겨보면 13년전 호텔에서 패트릭이 '아트는 연애를 쉬는 중'이라고 말하는데 아트는 별 말을 못하거든. 정말 쉬는 중이었을까? 혼란이 찾아온 시기는 아니었을까? 시간이 더 가서 패트릭이 타시랑 잤다는 시그널을 보내니까 그 전까지는 '얘기 안해주면 소외감느낌! 흥칫뿡' 모드였던 아트가 차가운 표정으로 정색하는 게 지나가거든. 나는 이게 '배신감'으로 읽혔음.

 

패트릭은 분명히 아트를 좋아했어. 앞서 호텔장면에서 패트릭이 아트의 첫 ㅈㅇ 얘기를 하니까 타시가 '누가 먼저 끝났냐'고 묻거든. 패트릭이 아트였다고 말하면서 웃는데, 패트릭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분명 ㅈㅇ하는 동안은 눈감고 어떤 여자애 상상을 한다고 했는데, 아트가 먼저 끝난 건 어떻게 알았겠어. ㅈㅇ하면서 아트를 봤으니까 알겠지. 아트는 패트릭이 자신을 좋아하는 걸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좋아하는 여자애가 패트릭이랑 잤는지 안잤는지가 중요했다면 소외감을 느낄일이 없지 셋이 연애하고 싶은게 아니고서야. 패트릭이 자신(동성)이 아닌 이성에게도 끌리는 건지 패트릭이 알려주지 않으니까 '패트릭에게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패트릭이 '이성에게도 끌린다'는 걸 알게되는 순간은 '배신감'을 느끼는 거지. 

 

그러니까 뉴로셀 경기 전날에 거시기를 덜렁거리며 사우나로 들어오는 패트릭에게 화가 나는 게 아닐까. 여전히 이성과 동성을 넘나들며 성욕을 뿌리며 사는구나 (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물론. 아트 그 성격에). 그래서 선긋는 거 아닐까, 너와의 경기(동성애의 메타포)는 나에게 matter가 아니라고. 

 

하지만 넘나 matter였구연 그날밤에 타시에게 matter가 아니라고 말해달라고 애원할 정도로. 다음날 경기는 아트의 마음에서 이미 너무 중요했어. 그러니까 그렇게 패트릭의 생활을 잘 알고 있었겠지. 어떻게 사는지, 챌린저급 대회를 돌아다니며 사는지 어쩐지. 아트의 슬럼프는 스스로 'confidence thing' 때문이라고 하거든. 자신감문제이기도 하지만 confidence는 비밀이기도 하잖아. 경기에서는 자신감문제, 인간관계에서는 비밀의 문제라고 중의적으로 읽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리고, 아트와 타시의 베드씬은 베드씬이라기엔 너무나 일방적인 찬양같아. 자신은 너무나 깨질 것 같이 소중하게 키스하지만 타시의 성욕은 받아주지 않아. 그래서 타시는 자신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내뱉을 수 있고 또 그걸 받아주는 패트릭을 찾아가지. 

 

그리고 다시 타시에게 두번이나 한 말을 보면.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는 너무 절절한 사랑고백이지만, 주어가 없다. I love you, 가 아니야. 아트는 타시를 사랑했을까? 패트릭의 마음을 따라가다보니 그 끝에 있는 타시를 동경한 건 아닐까? 아트가 보기에 패트릭은 타시를 사랑하고, 그런 패트릭을 -'의식적으로' 좋아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하지만- 자신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그가 가진 것들을 자신도 가지고자 한 건 아닐까?

 

패트릭이 아트를 뱀이라고 말하면서 '이기기 위한 게임'을 한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거든. 상대가 망하길 기다린다고. 아트는 경기에 푹 빠져서 신나고 재밌고 열심히 하다보니 그 끝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게임을 해. 이걸 인간관계에 대입하면, 아트는 '가능한 인간관계'를 해. '원하는 인간관계'가 아니라. win(이기다, 얻다)할 수 있는 게임을 하는 아트는, 타시를 열심히 해서 얻어내지만 사실 타시에게 푹 빠져서 너무나 사랑해서 그 끝에 사귀게 된 게 아니라는 말. 

 

타시가 테니스 경기는 relationship이라는 말을 하면서 아름다운 걸 함께하고 서로에게 빠지는 것이라고 하거든. 아트는 타시의 테니스도 대신해주고 한없이 헌신하는데 타시가 말한 사랑이 아닌 이유는 뭘까. 난 그게 가장 기본적인, 자신의 코트를 찾아가는 게 빠진 거라고 생각했어. 자신이 이길 수 있는 게임의 코트가 아니라 자신이 푹 빠져서, 정말 재밌어서 하고 싶은 게임의 코트를 찾아가는 일. 아트는 그걸 빼먹고 남의 코트에 가서 열심히, 아주 열심히 8년간 게임을 해온 거지. 

 

아트가 웃은 건, 타시에 대한 집착을 벗고보니 패트릭이 있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아트 자신이 패트릭과의 게임을 '원해서' '푹 빠져서' 재밌고 신나게 할 걸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걸, 그리고 이제 자신도 이 코트의 이 게임을 즐길 준비가 된 걸 알았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자신의 코트에서 자신의 게임을 즐기기 시작해. 그 결과는 짜잔, 벽 너머 오랜 당신의 사랑을 찾았습니다! 

 

 

 

- 아트와 패트릭 둘이 서로를 향한 마음을 찾아가는 퀴어영화라고 생각하면 타시는 중간에 낙동강오리알인가, 싶을 수도 있는데 나는 이 영화는 타시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해. 타시의 이야기는 별도의 글에서.  

- 퀴어영화가 아니라고도 생각하는데, 이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건 관계 속에 있는 개개인의 심리지, 관계 그 자체가 아니라서. (그래서 야한 장면이 제법 나오는데도 심의에 걸리지 않은 건, 야한 장면에서 카메라가 향하는 방향이 아트와 타시, 패트릭의 표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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