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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관객을 목전에 둔 지난 21일 만난 장 감독은 ‘파묘’의 성공은 기쁘지만, 자신의 연출관이 변하진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초자연적 소재와 그로테스크한 불편함 이 두 가지는 늘 내 영화에 들어갈 것 같다”며 “다른 종류의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미스터리든 액션이든 어쩌면 코미디로 풀어내든, 방식은 달라져도 늘 관심사인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겠단 얘기다. 이는 그의 영화를 오컬트 장르에 포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 감독은 “다른 소재를 찍는다면 검증된 이야기 방식을 쓰겠지만, 난 좁은 틀 안에서 변화를 줘야 하기에 늘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영화 찍을 때 염두에 두는 건 두 가지예요. 첫째 했던 거 또 안 한다. 둘째 너무 큰 예산의 영화는 찍지 않는다. 찍고 싶은 걸 새로운 방식으로 찍는 게 제 목표입니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두 동강 나 있다. 마치 관 위에 관을 또 묻은 ‘첩장’ 같은 구조다. 무당 화림(김고은)과 그를 따르는 봉길(이도현), 그리고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악지 중의 악지’에 묻힌 묘와 만나 사태를 수습하는 전반부 이야기가 끝난 후, 파묻혀 있던 후반부 이야기가 드러난다. 섬나라 일본에서 건너온 ‘오니’를 격퇴하며 할퀴어진 한반도를 치유한다는, 장 감독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공포 영화 팬이라면 긴장감이 팽팽한 전반부에 만족하고, 볼거리를 중시하는 관객들은 화끈한 후반부를 즐겼다.
장 감독은 “전반부와 후반부 다 오컬트인데, 귀신의 형태가 다를 뿐”이라며 “후반부를 더 대중적으로 풀려고 한 것도, 덜 무섭게 하려고 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 감독에 따르면 전반부의 조상귀신은 혼령이지만, 후반부 일본 귀신은 사물에 영혼이 깃든 정령이다. 그래서 전반부 귀신은 찍히는 느낌을 줬고, 후반부 귀신은 대놓고 드러냈다. 그는 “귀신의 종류에 맞게 표현 방식을 다르게 했을 뿐”이라며 “오히려 후반부가 더 깊이 있는 오컬트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헐거운 연결을 이어주는 건 시종일관 긴장감이 유지되는 덕분이다. 나무에 몸을 숨긴 화림이 무덤에 있던 오니를 꾀어내며 대화를 나누는 신은 자칫 유치해질 위험이 있었지만 끝내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장 감독은 “긴장감 하나는 끝까지 이어가려고 했다”며 “이게 영화의 생명줄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전작 ‘사바하’ 이후 5년 만에 나왔다. 영화를 준비하며 공부한 것만, 자신이 보고 들은 것만 쓴다는 장 감독의 철학 때문에 오래 걸렸다. 장 감독은 “귀신마다 그것의 ‘코어’부터 알기 위해 근원부터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귀신은 집안사람들만 공격하는데, 왜 일본 귀신은 보이는 대로 죽이고, 비디오 하나 잘못 봤다고 죽일까(‘링’) 같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학술서부터 만화책까지 다 뒤진다”며 “근원을 알아야 시나리오가 써진다”고 설명했다. “저희 어머니는 왜 영화 하나가 5년씩 걸리냐고 하시는데, 진짜 전 쉬지 않고 일해요. ‘사바하’ 찍을 때 아기가 태어났는데, 제대로 놀아준 적이 없어요.”
장 감독은 교회 다니는 집사다. 주위 신자들의 영화에 대한 평가를 물으니 “반응이 좋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 칭찬을 받았다. “목사님이 예배 시간에 제 영화를 칭찬하시더라고요. 일본 귀신을 영성으로 극복했다고 하시면서요. 하하.”
목사님도 감복한 ‘우리 땅에 묻힌 일본 귀신을 때려잡는다’는 항일 메시지는 영화 흥행의 핵심 요인이 됐다. 그는 캐스팅 단계에서 “할퀴어진 한반도의 상처에 빨간약을 발라주고 싶다”는 말로 최민식과 의기투합했다. 장 감독은 “처음 시작할 땐 그런 마음이 컸는데, 사실 영화를 찍으면서는 그 마음이 희미해졌다”며 “관객들이 이 부분에 뜨겁게 반응해줘서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