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나는 1편 한 번 봄. 원작 모름. 원작 스포 원하지 않음. 드니 좋아함.
듄 전작은 재밌게 잘 봤지만 소화불량감도 느꼈던 관객 1 입장에서
파트 2는 상대적으로 이야기가 좀 풀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더 흥미로웠음
물론 이것도 어떤 걸 기준으로 놓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이긴 함
사실 파트 2까지도 폴 개인을 기준으로 봤을 땐 여전히 시작하는 이야기인데,
파트 1에서 뿌린 떡밥 회수(복수, 아라키스, 프레멘 관련) 측면에선 상당부분 진척이 된 거 같거든
어쨌든 세계관을 시작하는 파트 1보다는 파트 2가 당연히 불친절했기 때문에
이 세계관의 고유명사가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관객은 약간의 혼란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음
물론 하나하나 사용하는 방식이 명확하긴 했지만 하나만 예를 들어도 주인공을 지칭하는 단어가 너무 많이 나옴
다중서사이긴 해도 상대적으로 이야기의 구조 자체는 어렵지 않아서 다행인데,
러닝타임이 이미 충분히 긴데도 불구하고 잘려나간 것 같은 이야기의 공백이 느껴짐
방대하다고 들은 원작을 각색하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본디 거기에 존재하는 이야기들이다보니 없어진 공간이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나봄.
아쉽긴한데 원작을 읽어서 내가 스스로 메우는 수 밖에 없겠지.
그보다 이야기 면에서 가장 아쉬운 건 역시 오래전에 쓰여진 원작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아무리 각색을 한다해도 시대에 뒤처진 설정과 요소가 많다는 건데,
이건 원작이 그렇다보니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어서 불편해도 넘어가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함.
왜냐면 현 시대에 어울리는 설정과 요소라고 다 편안했던 건 아니니까 ㅇㅇ
예를 들면 종교, 광신, 숭배... 와 관련된 부분. 매우 현대적인 요소잖아? ㅋㅋㅋ
파트 1은 보다 단순해서 갑작스럽게 멸문을 당하고 어머니와 단 둘이 남은 폴에 이입하는 게 쉬웠는데,
파트 2의 폴은 내가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그 위치에 있다가,
일개 관객인 내 입장에서는 매우 갑작스럽게(아님) 변절해버리기 때문.
아니 물론 폴은 생각이 있겠죠. 있어야죠.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지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폴이 그 요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로 한 이상,
세계관 바깥에 존재하는 관객인 내가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음.
특히 폴에게 비판적인 존재였던 스틸가가 '추종자'로 변해가는 과정이 굉장히 노골적으로 묘사되잖아.
모든 걸 자신이 믿는 방향으로 해석하고 맹신하는 모습이 소름돋을 정도였지.
이해는 되면서도 거부감 혹은 거리감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해.
만드는 쪽도 그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룰란 공주의 대사 등을 통해서 알 수 있긴 하지만.
반면에 영상매체를 커다란 스크린으로 본다고 하는 경험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근래 들어 가장 압도적인 경험을 함. 시각적인 것 뿐만 아니라 소리, 진동을 아우르는 오감적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드니 감독의 특기이긴 한데 듄 파트 2에 이르러선 거의 접신한 거 같은 수준이 아닌가 싶음.
마지막으로 배우의 연기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음.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건 아니었는데 상당히 많은 등장인물 숫자 속에서도
짧은 분량일지라도 본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연기를 하는 배우들투성이라 굉장히 눈이 즐거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파트 투의 엔딩도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강렬한 소화불량감이 느껴졌어.
어쩔 수 없이 빨리 드니가 파트 쓰리 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