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후) 전국민 앞에 전두광의 비열함과 하나회의 매국행위를 전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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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사를 보면서 참 한숨이 나오잖아. 지 국민 잡아죽이는 학살자를 하야시켜놓으니 군사반란으로 독재자가 나오고 독재자를 죽여버리니 또 군사반란으로 다른 학살자 나오고, 겨우 내려놓으니 투표로 학살자 친구를 뽑아놓고. 근처 다른 나라는 지들 문제 생기면 한국인 탓 하면서 잡아죽이는데 왜 우리는 자국민을 죽이고 그 다음 대통령은 나라 팔아 제 주머니 채우고 그 다음 대통령은 자국민도 죽이고 매국도 하는 걸까. 왜 그런 정치가 반복되어 오는 걸까, 의문이었거든.
오늘 영화를 보고 나와서 든 생각은, 정보가 숨겨져 있어서 그랬구나, 했어. 과연 서울의봄을 본 사람들도 전두광을 옹호하고 지지하는게 있어보이고 진정한 보수같다고 생각할까? 자기가 죽게 생겼으니까 운전하는 애도 차로 치고 버리고 가버리고, 지가 실패하게 생겼으니 최전방 군대를 서울로 진격시키라고 소리치는 놈을...?
영화 보는 동안은 끝을 아니까 미리 분노하고 열받아서 힘들었는데 다 보고나서는 일견 후련했던게 이런 이유임. 전두광과 하나회의 민낯을 사람들이 봤다는, 알아버렸다는 통쾌함.
이 영화가 잘 만들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아. 쉽게 감정에 기대어 이야기를 풀지 않고 최대한 상황묘사만 계속 하거든. 그러니 영화가 안우니까 내가 울게 되고 영화가 화를 안내니까 내가 화가나서 지켜보게 돼. 그리고 장면장면이 전두광과 하나회의 실제 성격을 묘사하고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전두광이 명분따위 없었다는 것, 제 이익을 위해 반란을 일으킨 것, 전두광과 하나회가 반란을 성공시키려고 국가를 지켜야할 군대를 사적 경비대 쯤으로 빼돌렸다는 것... 등등을 목격하게 하는 거지.
그렇게 영화는 반란의 전개과정만 보여주고 빠지고 판단은 관객에게 넘겨. 판단의 기준이 되는 여러 팩트들은 가감없이 사실 그대로로 남겨두고. 이게 영화가 하는 순기능이 아닐까? 여러 이야기를 버무려서 긴박감있게 장면을 만들어두고,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사실 그대로를 담아 정보를 전달하니 영화는 영화대로 재밌게 보고나오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면 세상을 보는 눈은 달라져 있는 거야.
언젠가 좋은 날이 오면 ㅁㅁ가 ㅇㅂ만든 이야기도 이렇게 잘 만든 영화로 나오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 안내상배우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음. 전두환을 끝내놓으니 노태우가 투표로 당선되는 세상을 겪었는데 나라면 연기로라도 둘 얼굴을 못 봤을거 같아. 심지어 전두광은 너무 비슷하잖아ㅠ
++) 오늘 개봉하는 영화가 두갠데도 서울의봄 관이 커플과 중년층으로 꽉차있었어. 내 양옆은 우느라 못일어나고 내 앞뒤는 ㅈㄷㅎㄱㅅㄲ 를 열창하고 있었음.
+++)충무로에 전두환이 나오면 정우성이 죽이러 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 이거 넘 좋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도 정우성의 선택은 좀 믿보일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