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어살이 미야자키하야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게 이런 느낌일 줄 알았던 거야. 만화에 대한 애정, 가족과 자신의 삶에 대한 관조 같은 게 담긴 이야기일 줄 알았음. 그래서 길다고 하고 노잼소리 나오는데도 꼭 보러가려고 했던거. 그래서 개봉날 내돈내산으로 용아맥 다녀옴.
근데 자전적인 이야기가 정말 감독 어릴때 본인이야기일 줄이야...? 일제시대 교복을 입은 아이가 도쿄공습때 불타오르는 엄마병원을 향해 달려가는 걸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대체 한국사람한테 어떻게 받아들여질거라 생각한 걸까? 피난차, 새엄마와 만날 겸 시골?로 이사를 갔는데 지나가는 출정병을 보고 인사하는 장면을 한국인이 어떻게 봐야해?
이게 감독이 반전 평화주의를 갖게된 배경이라 전시하는 것이어도 제2차세계대전과 일본, 하면 그 시절에 끌려간 위안부, 징용공, 생체실험에 희생당한 사람들과 마지막 가미카제에 끌려가 죽은 사람들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보기에 이건 굉장히 부조화스러운 아름다움 같은거야. 반전이 좋은 이즘이니까 따르는데 그 구체를 들여다보면 자신에게 불편한건 다 제거해버린.
그래서 일제시대 교복을 입은 이 주인공아이가 떨어진 이세계는 일본이 아닌거 같아. 옷도 음식도 하다못해 등장하는 동물들의 종류조차 일본에 주로 사는 동물들이 아니야. 심지어 이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이세계를 위협하는 존재들도 duch 팻말을 들고 있어(난 이게 상당히 나치같았음. 벤ㅊ 비슷한 마크까지) 이게 일본에선 평화를 가져올 수 없으니 외국의 풍경으로 도망쳐갔다는 은유같은 걸까? 이모가 아이를 낳으려고 숨어들어간 곳은 또 되게 일본적인데...? 난 오히려 첫장면의 공습처럼 전쟁의 주체를 외부화하는 장치로 보였어. 왜 나치같은 상징을 끌고와? 가까이에 일제 있는데.
파벨만스와 거미집이 좋았던건 자신이 좋아했던 영화, 커가며 봐온 영화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자기자신 혹은 자신이 만든 영화에 대한 어떤 씁쓸한 감정같은게 읽혀서였음. 근데 하야오의 그어살은, 진짜 최대한 양보해서 반전영화는 맞다치더라도, 이것이 스스로 일으킨 전쟁에 대한 반성은 아니며, 그에 대한 씁쓸한 자조 따윈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어.
그럼에도 하야오는 동명의 책제목을 빌려와 자기자신에게 가야할 비판의 화살을 돌려 다시 남에게 묻는 거야, 그대들 어떻게 살것인가? 아니 이제 좀 물어봤으면 좋겠다, 우리 어떻게 살것인가, 나, 앞으로 어떻게 애니만들지, 나 어떤 생각을 애니에 넣지? 우리 앞으로 역사교육은 어떻게 하지? 좀 물어라 좀. 내가 왜 지들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앞으로 어떡할지를 고민해야 해? 실상없는 반전주의 말고 지들이 일으킨 전쟁땜에 옆나라 사람데려다가 전쟁에 집어넣느라고 일어난 희생을 보고 반성을 하는 반전이었으면 좋겠음.
진심 돈아깝고 시간아깝고 왜놈들 역사의식은 역시 기대하면 안된다는 걸 깨달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