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무식함과 편협함에서 우러나온 후기니까 주의
**그냥 농담처럼 쓰인 표현이 많아요 이것도 주의
1.
흐르는 아이스크림 방울을 놓치지 않고 후루룹 훑는 민첩함을 가지고 있던 나
취소표라는 방울을 노리며 숨을 죽이고 몇시간을 기다리니
용산cgv아이맥스 j열 중블이라는 엄청난 달콤함을 얻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평소에 애국가 4절까지 외우고,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열심히 따라부르는 애국심을 가졌더니
이런 행운도 누리게 되는구나
2.
경제가 불안하고 영화관이 망하고 있다는 뉴스와는 다르게
용산cgv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다.
온종일 더쿠만 하는 내가 문제일까 하며 사람들이 많은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오렌지빛으로 자리하고 있는 오 펜 하 이 머 판떼기와, 이게 아이맥스 광고인지 오펜하이머 홍보인지 알 수 없는 화면이
영화관 입구에서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아, 경제가 불안하고 영화관이 망한대도 사람들은 놀란 같이 잘 만드는 사람 영화는 보러 오는구나
놀란은 좋겠다. 돈 많이 벌겠다. 놀란아~! 기억나? 복도에서 떠들다 같이 혼나던 우리...
3.
과거, 그리고 또 어느날의 과거, 그리고 현재가 마구잡이로 뒤섞이는 전개.
마치 내 방과 같은 그런 전개.
좋았지만, 키티와 진 태트록을 다룰 땐 그 전개가 그 캐릭터들에 미치는 영향이 좋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마치 내 방의 어지러움이 나한테 미치는 영향이 좋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키티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라지만 도가 지나치게 분노하는 스탈린처럼 보이고
진은 사랑과 전쟁을 찍어대는 우울증 환자(영화에서 그렇게 나오긴 하다만)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로만" 보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점은 많이 아쉬웠다.
내가 놓친 것인지... 키티라는 캐릭터가 남편인 오씨한테는 책임자가 되라고 해놓고는 나중에는 세상이 당신을 용서할 줄 알았냐고 물었을 때,
번역이 잘못된 건지 내가 길고 긴 3시간 사이에 깜빡 존 것인지, 아니면 원자폭탄이 터질 때 나도 잠깐 터졌던 건지 헷갈렸다.
키티라는 캐릭터에 대해 얼핏 불친절해 보인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저는 그렇게 느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들... 용서해주십시오... 저는 에밀리 블런트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굳이... 노출이 필요했을까요?
4.
보는 내내, 야, 이 친구 영화 참 잘 만드네! 역시 맛집이야! 소리가 절로 나왔고
애국심이 투철한 내 속에서도 에휴... 소리가 나올만큼 양가감정이 들었다.
대의를 위해서는 터트리는 것이 맞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될 죄 없는 일본사람들... 아니 잠깐. 죄가 없어?
(파란눈으로 울먹이는 오펜하이머)
그래... 죄 없는 사람들...이지... 아니 잠깐. 진짜로 죄가 없다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면 다야?
(정신 공황상태에 빠진 오펜하이머)
...그래. 뭐... 당시 짬뽕시와 원자시에 살았던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겠어. 거긴 그냥 일반 민중들이고 실제로는... 아니 잠깐만. 전쟁 벌어지는거 알았잖아 쓰발새끼들이
(피부가 너덜, 펄럭거리는 모습의 군중)
...아 내가 졌다. 맞아 고민해 볼 문제야 충분히! 그리고 6:4 정도로 잘못된 선택이 맞는 거 같아! 한문철한테 제보해도 그렇게 나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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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아 x발.. 징징거리는 애들 좀 강퇴시키라고~!!!!
아... 나 트루먼 좋아하네. 나 트루먼이랑 가치관 같네. 나 트루먼 지지하네.
4-1.
트루먼 얼굴만 봤을 땐
'아... 저 사람이랑 대화하면 대화 주제가 어떤거든 진짜 죽어도 말 안통할 듯;' 이라고 생각했던 저의 편견에 원자폭탄을 터트립니다...
4-2.
인간이기에 흑백논리만을 따를 수 없기에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오펜하이머를 보여준 것도 좋았고
인간으로서 결정을 해야하기에 ㅈ까ㅗ;; 복잡하게 생각하고 ㅈㄹ이야;; 하는 모습을 보여준 트루먼도 좋았다.
한국이 바로 직접적으로 식민지배에 의해 심각한 고통을 입었음에도 한국의 ㅎ자도 안나왔기에 더 씁쓸하고
오펜씨가 느끼는 그 감정을 알겠으면서도(나도 그랬을듯ㅇㅇ 근데 바람은 안피울듯ㅇㅇ) 명치가 막힌듯 답답했던게
트루먼씨로 인해 뚫렸던 것이다. 역시 굿모닝 굿애프터눈 굿이브닝 굿나잇 트루먼 짬바 어디 안가지! 암 그렇고말고
감독이 의도한 건 이게 아닐 수 있지만, 나는 그냥 그랬다고...!(맨 처음 주의사항을 상기해주세요. 무식함과 편협함 주의 어쩌구 써있음)
5.
고민에 휩싸이는거 윤리관, 도덕관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한거지
애초에 이게 영화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제이기도 하니까
근데 오씨 너 아니었어도 제 2의 오펜하이머 육펜하이머 칠펜하이머 나와서 어떻게든 했을거라고.
수소폭탄 화소폭탄 목소포탄 다 만들고 난리 났을거라고~!
그리고 너는 그런 일말의 윤리관이 있으면 바람은 왜 피웠냐?
오일남: 자네가 아랫도리 간수 못해서 아내 마음에 원자폭탄 터트린 건 말이 되고~?
라고 내 안의 또다른 자아가 한번쯤은 비아냥 대고 싶다네요
6.
아이맥스도 좋았지만, 오히려 돌비에서 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시각적으로 기대했던 장면은 그닥 나오지 않았고, 워낙 소리 가지고 염병천병을 떠는(좋은 의미입니다) 놀란 영화이니까.
이번엔 그게 더 심했고, 솔직히 정적이다가 스피커가 갑자기 귀에 대고 소리 지를 땐 나도 스피커 멱살 잡고 패대기 치고 싶었는데
(?: 아 영화관에서 왜이렇게 시끄럽게해; 스피커면 다야?;)
생각해보면 영화의 분위기, 내용 등 전반적인 면에서 그런 소리 운용을 하는게 영리했다고도 보여지고 어울린다고도 느꼈다.
그리고 굳이 아이맥스 아니고 일반 상영관에서 봐도 충분할 거 같다고 느꼈다.
7.
칭찬인지 비난인지 모를 글이지만... 어쨌든 당연히 '영화관'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여러 논란이 있더라도)
나는 원래 무식하고 냉소적인 인간이라 이렇게 글을 썼지만,
3시간이 지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도
멍~했고 무력함이 느껴졌고 약한 탈진의 느낌이 날 정도로 압도되었다.
좋은 영화 나쁜 영화 그런 거는 잘 모르고, 잘 만든 영화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놀란 영화중에 베스트는 아니라고~!~!
8.
로저 롭.
청문회에서 오펜하이머를 마구 압박하는 그 사람. 안경 쓴 그 남자.
아... 연기를 열받게 아주 잘하시더라고요
진짜 죽여버리고 싶었어요(칭찬)
스크린 찢고 들어가서 싸대기 때리고 "아 ㅆㅂ 아니라잖아 썅놈아~!~!!!!" 하고 싶었어요(칭찬)
안경알 손으로 잡아서 지문 묻혀서 시야 방해하고 싶었어요(칭찬)
9.
한국에도 이런 기깔나는 전기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결론: 그래 오펜하이머야! 걱정마! 어차피 세상은 트루먼만 기억한다고! 저승에선 걍 단순하게 생각하고 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