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봤는데 영화가 인상깊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해서 기록해보고싶어서 글씀.
이동진 평처럼 얼음장 같이 차갑고 아주 무미건조하게 연출하는데 배우들의 연기는 활활 불타다 못해서 폭발할지경
다큐멘터리인가 싶을 정도로 차분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에 영화 시작하자마자 크레딧을 띄워버려서 뭐지?싶었음
스토리는 영웅적 인물을 몰락을 그리고 있는데
이 몰락은 어떤 천재지변이나 재해가 아니라 과거의 자신을 잘못으로부터 시작된 것임.
주목해야할 부분 하나는
재미있는 점은 영화는 인터뷰로 시작하는데, 인터뷰 시작에 타르의 어마어마한 이력을 나열하고 이후 인터뷰 과정에서 타르가 답변하는 걸 보면 타르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줌.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시간에 대한 부분인데, 지휘자는 시간을 다루는 사람이고 자신이 시작하면 시간이 흐르고, 자신이 멈추면 시간도 멈춘다고 표현했던거 같음. 그리고 연주의 어떤 변주에서 오는 참신함?은 리허설에서만 찾을 수 있지 무대 위에서 연주할때는 희열이 있지만 동시에 되돌릴 수 없다는 부분도 이야기하는데, 타르는 지휘자로써 무대와 삶 모두를 통제하고 지휘하는것 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되며 보여주는 실상은 타르 역시 과거의 그림자가 길어져 현재와 미래 모두 어두워지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과거의 그림자 때문에 나락에 떨어지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줌. 그리고 영화의 처음 자신이 지휘를 시작하면 시간이 흐르고, 자신이 멈추면 시간이 멈춘다고 말한것과는 정 반대로 스크린에 비춰지는 비디오의 시작에 맞춰서 지휘를 시작하게 되는, 시간의 지배 아래 있게되는 지휘자가 되어버린 모습을 보여줌. 그 클라이막스 부분이 이웃집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유족들이 방문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아파트를 팔아야하는데 소음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음악연습시간을 정해서 하면 안되겠느냐고 하니까 타르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폭발해버림. 시간을 지배한다는 오만에 사로잡혀 있던 마에스트로 지휘자도 결국 시간의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일 뿐인 것. 또는 그런 수준으로 떨어져버린 것으로 보여짐.
주목해야할 부분 두번째는
줄리어드 강의에서 학생 맥스에게 했던 대화에서 음악가는 음악으로서만 평가해야한다고 말했던 점임.
이는 중반 이후 올가라는 첼리스트를 평가함에 있어서 음악으로만 평가하지 않았던 오디션 장면에서 스스로의 모순을 드러내는 부분이 됨. 그리고 본인도 그런 부분때문에 나락가게 되어버렸고...
재미있는 점은 타르뿐만 아니라 극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이런 모순된 양면적인 부분을 가지고있음을 보여주며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감독의 의도가 아닌가 싶었음. 영화를 보면 유독 거울에 반사되는 인물들의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부분이 인물들이 가진 양면성, 이율배반성, 모순을 드러내는 연출이라고 생각함.
지휘자는 모든것을 관객에게 보여줘야한다고 말하면서도 의상이나 사진구도는 과거의 마에스트로들을 참고하고, 주변인물들에게는 거짓을 일으며 스스로를 한번도 솔직하게 드러낸 적이 없었던 점도 있군
아무튼 극 자체는 매우 잔잔하고 건조하게 흘러가면서도
배우들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인물 그 자체가 되어 있었던, 다큐맨터리를 보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집에서는 절대 못 볼 영화였고, 극장에서 보기를 잘 했다는 감상임.
대충 생각나는 대로 써서 중구난방인데, 생각들 정리해서 리뷰쓰는 기자, 평론가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하고 다시 느낌....
참고로 영화속에 나오는 오케스트라씬은 실제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한 장면이고, 케이스 블란쳇이 직접 지휘를 한것이라고 함.
올가역으로 나온 배우는 실제로는 첼리스트고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