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콜>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11월 27일 넷플릭스에서 최초 공개되는 박신혜, 전종서 주연, 이충현 감독의 <콜>이 언론에 공개됐다.
영화 <콜>은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향집에 돌아온 서연(박신혜)은 집에 있던 낡은 전화기를 통해 영숙(전종서)이라는 낯선 여자와 연결되고, 서로의 운명을 바꿔 주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번 영화로 장편 데뷔하는 이충현 감독은 단편 영화 <몸값>으로 주목받은 신인감독. 장르적 특성을 강하게 부각시킨 스릴러로서의 미덕이 돋보인다는 반응과 배우들의 열연에 관한 언급이 두드러진다. “오로지 여자들이 이끄는 과격한 장르영화” <콜>의 공개를 기다리며 기자들의 짧은 평을 모아봤다.
남선우 기자
이충현 감독의 데뷔작 <콜>은 여러모로 지금 극장 상영 중인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런>과 비교하고 싶어 지는 영화다. <콜>과 <런> 모두 친밀하게 소통하던 두 여성이 서로 다른 목적과 계획으로 충돌해 파국의 직선대로를 달리게 한다. 그 길목에서 한 인물은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빌런으로 승화하고, 다른 인물은 기지를 발휘해 적을 방어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전자를 연기한 배우들(<콜>의 전종서, <런>의 사라 폴슨)은 단연 압도적이다. 이들은 이야기가 감정적으로 질척일 위험에 놓일 때마다 맹렬한 표정으로 그 통로를 차단한다.
다만 <런>이 작은 소품을 활용해 세밀하게 서스펜스를 자아냄은 물론 종종 점프 스케어 스타일의 연출까지 겸해 관객의 심장을 쥐고 흔든 것과 달리 <콜>은 오직 과거와 현재의 통화로 현재의 무언가가 바뀐다는 설정에 의존해 두 인물이 얽히고설키게 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테넷>이 언급하는 ‘할아버지의 역설’ 같은) 타임 패러독스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선택은 플롯을 매끄럽고 탄력 있게 진행하는 데에 도움이 된 듯하나, 종종 관객으로 하여금 크고 작은 물음표를 띄우게 한다. 그럼에도 <콜>은 일면 단순해보일지 모르는 컨셉을 끝까지 밀어붙여 한 편의 스릴러를 빚어내는 작업을 꽤나 멀끔히 해냈다. 크게 거슬리는 대목이 없이, 장르적 재미에 충실하기 위해 기본을 다한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배동미 기자
"한마디로 장르적 쾌감만을 위해 내달리는 영화. 상징과 메타포로 서사의 동력을 분산시키기보다 폭주하는 X세대 여성 연쇄살인마 영숙에게만 집중하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다. 영화의 가장 특권적인 순간은 영숙이 서연의 운명을 걸고 게임을 걸기 시작하는 영화 후반부로, 영숙을 표현하는 배우 전종서의 모든 면이 찬탄을 자아낸다. <추격자>의 지영민을 가뿐히 뛰어넘는 연쇄살인마의 탄생을 목도하는 느낌마저 든다. 다만, 영화 중반까지는 기존 한국영화들이 보여준 오컬트 이미지를 활용해 분위기를 잡아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몇몇 장면은 <화차> <마더> <사바하> <검은 사제들> <곡성> 속 장면과 대단히 비슷하다."
김소미 기자
폭주하는 여자들의 줄다리기가 기묘한 쾌감을 터뜨린다. 20년의 격차를 두고 한 집에 사는 두 여자의 타임슬립 스릴러인 <콜>은 1999년을 사는 영숙(전종서)이 2019년을 사는 서연(박신혜)에게 받은 정보로 두 인생의 인과 관계를 바꾸어 나가면서 생기는 파국에 집중한다. 세계관의 논리나 드라마를 설명하는 대신 바로 본론에 도입하는데, 두 여자가 시간을 주무르며 발생하는 서스펜스를 몽타주로 풀어낸 초중반부가 특히 매력적이다. 여기엔 영화의 세번째 캐릭터라 할 만한 집과 이를 배경으로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는 촬영, 세트 미술, CGI의 공조가 주효하다.
사이코패스 스릴러와 오컬트 장르적 요소들로 혼종의 자극까지 섭렵한 <콜>은 장르적 합의를 전제하고 클리쉐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가 장점이지만, 핵심 설정이 반복되는 후반부는 다소 신선감이 부족한 인상도 든다. 다만 야누스적 페르소나를 형성하는 두 여성 캐릭터의 대비감만큼은 의심할 여지없이 강력하고 청량하다. 한국 스릴러 영화에서 '죽이고, 욕하고, 파괴하는' 악마적 얼굴들이 주로 남성 빌런 캐릭터의 몫이었다면, <콜>은 오로지 여자들이 이끄는 과격한 장르영화라는 점에서 다른 모종의 아쉬움도 상쇄시킨다.
임수연 기자
소재 자체는 <백투더 퓨처> 시리즈를 비롯한 시간여행 영화들이 숱하게 다뤄왔다. 2019년의 서연(박신혜)과 1999년의 영숙(전종서)가 연쇄살인으로 얽히는 스릴러로 발진하면서 익숙한 설정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콜>은 불균질한 영화다. 오컬트부터 슬래셔까지 장르를 변주할 때 두 주인공이 공유하는 집 세트 역시 이산적으로 변한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는 박신혜와 광기 서린 얼굴로 폭주하는 전종서가 고르게 필요하고, 두 배우의 호연은 <콜>의 가장 강력한 볼거리가 된다. 다만 패기 있게 질주하던 영화가 모녀 관계를 너무 납작하게 조명하면서부터 힘이 빠지는 점이 아쉽다.
글 : 씨네21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