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스 원작에 대해 흔히들 가지는 인식이

코믹스에는 평행세계가 무수히 많고 버전이 여러 개 설정도 여러 개이다

잖아

아주 틀린 얘긴 아니지만 맞다고 보기도 어려운 얘기임

마블의 멀티버스가 지구-000으로 표기된다는 건 비교적 많이들 알 거야

그 중에 메인 유니버스, 즉 코믹스 원작의 유니버스는 지구-616이야

현 스토리의 시작을 1961년 판타스틱 포 탄생으로 놓고 과거를 1940년대의 캡틴 아메리카 세계대전 연재시절로 둔(물론 시간 자체는 엄청 느리게 흘러 코난처럼ㅋㅋㅋ근데  아주 안 흐르는 건 아니고, 2014년이 1962년-1963년즈음 연재되던 내용보다 13년이 흘렀다고 언급된 적이 있어

그치만 역시 코난처럼 시대상은 반영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쓰고... 매년 계절이 연재계절에 따라 바뀌고... 참전한 전쟁의 이름이 은근슬쩍 바뀌어 있고... 이런 건 실재하는 현대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장기 시리즈물 특성상 감안해야 할 듯?ㅠㅠㅠㅠㅋㅋ

대부분의, 아니 별도로 예외인 걸 짐작할 수 있는 시리즈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이 메인 유니버스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보면 돼

- 잠깐 그럼 작가가 다 다른 건 뭐임? 

이건 평행세계 때문이 아니라 그냥 연재 시스템이 그런 거...

캐릭터의 저작권이 회사에 있기 때문에 작가와 펜슬러 등등을 바꿔가면서 붙여 줘.

옛날엔 거의 매 에피소드마다 돌아가며 쓰기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한 시리즈를 한 작가한테 일정 기간 동안은 단독배정하는 경우가 더 많은 듯?

아무튼 작가가 다르다고 해서 캐릭터를 뒤집어 엎고 새로 쓰는 게 아니고 기존의 설정을 유지하면서 릴레이 소설 쓰듯이 이어서 쓰는 거야

물론 작가의 스타일이 있으니까 약간씩 캐릭터 묘사나 캐해석이 다른 거 같을 수도 있지만 그건 mcu에서도 조스웨던과 루소즈 캐해석이 다른 거랑 비슷한 거

그렇게 여러 작가들이 조금씩 쌓아올린 게 켜켜이 모여 어느 정도 확립된 캐릭터성이 되는 거지

아아아아주 오래 전에 별 비중 없이 묻혀 버린 캐릭터를 다듬어서 재등장시키고 매력적으로 회생시키는 작가들도 있는데

과거랑 다른 캐릭터입니다!가 되는 건 아니고 살을 붙이는 것에 더 가까워 

엑스맨 울버린의 탄생에 엑스트라급으로 나왔던 데드풀이 데드풀 시리즈의 데드풀인 것처럼 ㅎㅎ 

- 캐릭터당 시리즈 여러개고 한 캐릭이 이시리즈 저시리즈 나오는 건?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어서 여기저기 등장하고, 교류하는 건 mcu에서도 익숙하니까 이해가 가는데

오히려 더 헷갈리는 게 한 캐릭터의 시리즈가 여러 개 연재되고 있는 경우일 거야

예를 들면 정발 중에 스파이더맨 백 인 블랙이라는 책이 있는데

여기 수록된 이슈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센세이셔널 스파이더맨 ###~###, 프렌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맨 ###~###이라고 나와 있을 거거든

처음에 이걸 보고 진짜 너무 혼란스러웠어 ㅎㅎㅎ 그럼 이건 앞부분이랑 다른 스파이더맨인가? 아깐 막 엄청 심각하더니 왜 지금은 전혀 딴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

근데 결론적으로 이것 역시 다 같은 메인 유니버스에서 벌어진 같은 인물의 스토리야

다만 시리즈가 여러 개인 거지 ㅎㅎㅎ 

특히나 스파이더맨 같은 인기 캐릭터의 경우 한 번에 각각 다른 작가가 연재하는 시리즈 여러 개가 동시에 연재가 되곤 해

메인 플롯을 다루는 주 시리즈, 주로 소소한 사건들을 다룬 시리즈, 좀더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 시리즈 등등

같은 시기에 나오는 시리즈는 보통 세계관 내에서도 같은 시간대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예를 들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플롯이 일주일 사이 벌어진 일이라 할 때

그 중 수요일에는 캡틴이 잠깐 교육용 비디오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그거 찍으러 갔다가 스튜디오가 부실공사로 무너져서 사람들을 구조했다고 쳐

그러면 개쩌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윈터 솔져 에피소드를 연재할 때 착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는 스튜디오 붕괴사건을 다루는 식으로

하지만 같은 세계관에 속하니까 이 시리즈에서 생긴 변화는 저 시리즈에도 반영이 돼

윈터 솔져 에피 중간에 갑자기 캡틴이 붕괴사건에 얻은 머리혹을 달고 나오는 등등

위와 같은 게 보통이지만 가끔은 한 캐릭터 또는 여러 캐릭터를 다루는 시리즈 여러 개에서 협업해서 한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이벤트명: 토르 라그나로크

연재순서: 킹왕짱토르#25-로키#3-킹왕짱토르#26-토르와아이들#7-헐크#5-킹왕짱토르#27-헐크#6-토르와아이들#8 이런 식으로  

그러면 그 수많은 유니버스들은 대체 어디서 파생된 것인가?

이것도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어 ㅎㅎ

1. 미디어믹스

정확히는 마블 '코믹스'가 세계관이 여럿인 게 아니라 마블이라는 프랜차이즈 자체가 멀티버스야

현실에서 벌어진 일을 가상세계에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멀티버스가 채택된? 그래서 모든 미디어믹스가 그 안에 다 통합되어 있는 형태로 묶어 놓는 거지

영화화됐다->지구 19999에서 벌어진 일이다

부모님이 애기가 원하던 선물을 사서 트리 밑에 둠->산타할아버지가 소원을 들어주셨다

이런 식의 설명인 거

그래서 각 실사화 시리즈(샘스파 어스파 특촬물스파이다마...)와 애니메이션 시리즈 각각, 게임, 신문연재판 등등이 다 각자의 지구 넘버를 갖고 있어

미정인 애들도 많은데 대충 팬들이 부르는 이름 정도는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음

2. what if?

정리된 넘버링 대부분은 여기에 해당할 거야

what if?는 어떤 시리즈냐면 어떤 기점에 다른 선택/결과가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를 가정한 단편물 모음이야 

what if 토니가 죽고 잉센이 살았다면? what if 피터가 벌쳐를 안 쫓아가고 리즈랑 춤추러 갔다면? what if 떨어져 죽은 게 호크아이라면? 이런 거...

근데 이 시리즈의 산타클로스식 설명은 왓쳐라는 주시자 종족이 각 기점에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여러 평행세계를 관찰하고 있다는 거임

한 마디로 what if 매 편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다른 평행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는 설정을 한 거

이게 마블의 평행세계 보유량을 어마어마하게 늘린 주범임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걸 원작의 여러 공식설정 중 하나라고 말하기는 진짜 단발성에 일부러 더 혼란하게 가는 내용이 태반이라 무리가 있음!

여러 버전이 있다는 말이 맞기도 틀리기도 하다고 한 이유! 

이런 걸 코믹스에서는 논-캐논이라고 불러

3. 단편 시리즈물

what if?보다는 좀더 발전된 형태라고 보면 될 것 같아

매번 다른 사람이 쌓아 온 스토리만 이어받아 연재하기엔 작가들도 욕심이 있잖아

원작 설정만 갖고 노는 것도 한계가 있고 또 what if?에서 엄청 반응이 좋아서 다음편...다음편이 필요해!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때로는 논캐논 시리즈를 따로 만들기도 해

보통 약 5편짜리에서 인기를 끌면 많게는 100편 남짓 가는 경우도 있어

원작에서 하기는 여러 가지 문제로 힘든 설정이나 자유로운 컨셉트를 가미한 시리즈가 많아

좀비가 된 히어로들, 히어로들은 오래 전 다 몰살당하고 남은 늙은 로건의 이야기(로건은 여기서 착안한 걸로 알고 있어!),

엠제이와 결혼해 딸을 낳고 사는 피터 파커, 마블 사건들 현실이었으면 시궁창이었어 스토리 등등 

짱구 극장판이나 15살 짱구 자폐아설 성인 둘리 잔혹동화 2차에서 많이 나오는 학원물au 아포칼립스au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될 듯!

역시 여러 버전이라고 할 순 있겠지만 공식이라기엔 무리가 있는 경우가 많겠지? 로건이나 디씨의 닼나시리즈 생각하면 실사화할 때 기반으로 쓰일 때도 은근 있지만...

몇만 권에 달하는 616의 분량에 비하면 적기도 하고

아! 그리고 아동 독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아동들을 위한 청소년문고용 세계문학전집 같은 느낌의 수위를 낮추고 간단한 영어와 귀여운 그림체로

쉽게 쓰인 스토리를 연재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도 논캐논으로 평행세계 넘버링을 받아

4. 메인 유니버스 플롯 자체에 멀티버스 개입

비교적 최근에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소재라고 할 수 있어!

멀티버스를 만들려고 만들었다기보단 이렇게 세계관을 정리하다 보니 생긴 자원이라지만 산타클로스식 설정까지 만들어 놨는데 활용을 안 하면 아깝잖아

그래서 아예 외계인을 넘어 외우주인이랑 문제가 생기는 이벤트들을 만듬!

대표적인 게 시크릿 워즈라는 대형 이벤트에서 다룬 인커전 사건이야

다른 평행세계의 지구들끼리 충돌해서 두 세계가 멸망하는 뭐 그런 일을 메인 유니버스에서 관측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걸로 시작해서

아예 멀티버스 다 산산조각나버리고 덕지덕지 이어붙여서 배틀월드라는 퀼트이불지구 됐다가 복원되는 내용까지 나옴

배틀월드에서는 각 구역마다 다른 지구에서 떼온 거라 작가들이 신났다고 구역별 평행세계 썰을 풀었어

시빌워가 5년 지속된 세계, 전부 다 헐크가 된 세계, 아머 안 입으면 공기가 오염돼서 못 사는 세계........

진짜 개신났나봐 미친놈들

또 적극적으로 멀티버스를 활용한 스토리가 있다면 스파이더버스!

스파이더버스는 아예 빌런이 지구-1에서 온 인헤리터라는, 토템의 기를 빨아먹고 사는 종족이야

평행세계의 거미토템들을 죄다 사냥하려고 해서 스파이더 피플이 협력해서 싸우거든

그러니 지구-1의 모습도, 또 각 평행세계 출신의 독특한 설정의 스파이디들이 등장하고 그 출신 지구가 대략적으로 소개가 돼

그 중 인기가 많은 지구-65 출신의 스파이더 그웬은 아예 따로 시리즈를 받아서 연재 중!!! 

이런 것들도 있고, 실은 그냥 인워에서 닥스가 1400만개 미래 보는 씬처럼 상황이 이랬더라면 하고 보여 주는 컷들 일일이 평행세계 넘버링 붙인 것도 많아

아이언맨이 여자인 세계관에선 캡아랑 결혼했다 이것도 초인등록법의 가능했던 다른 해결방안들 이런 거 둘러본 내용

역시 다른 버전은 맞지만 공식은 아닌...

5. 얼티밋 유니버스(지구-1610)

유일하게 진짜 다른 '버전'의 코믹스 설정이라고 한다면 이 얼티밋일 거야!

얼티밋 유니버스는 마블에서 코믹스에 현대물을 먹이려고 아예 새로 런칭한 세계관이거든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얼티밋 유니버스를 다룬 시리즈들은 전부 ultimate이라는 이름을 앞에 붙여 연재했어 (얼티밋 스파이더맨, 얼티밋츠, 얼티밋 데어데블...)

종종 리부트로 세계관 정리를 해 온 DC와는 달리 50년이 넘는 시간을 쭉 연재해 온 마블은 신규 독자를 유입시키기 위해

고전 줄거리를 좀 더 현대적, 현실적으로 재해석해서 얼티밋 유니버스를 시작했어

DC와 다른 점이 있다면 메인 유니버스는 메인대로 계속 끌고 갔다는 거

피터 파커가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이고 닉 퓨리가 우리에게 익숙한 새뮤얼 잭슨의 모습인 등 기존과 다른 설정이 몇 있고

616을 본바탕으로 재해석한 건데 지금 보면 꽤 과감하게 재창조해서 캐릭터성이며 디자인이며 설정이며 의외로 다른 여타 평행우주들에 비해 튀는 부분도 은근 있음

(데드풀이나 베놈은 설정이 되게 다름...)

처음에는 메인을 넘볼 정도로 호응을 얻었지만 뒤로 갈수록 막장에 캐릭터들 다 죽고(여기선 죽으면 데쓰한테 따져서 부활 이딴 거 없거든...)

2015년에 위에서 언급한 시크릿 워즈에 휘말려서 끝나고 말아ㅠㅠ 마일즈 스파이디만 616으로 편입돼 

메인과 얼티밋을 보면 음... 하얀국물라면이 엄청 잘 팔렸다가 기존의 빨간국물라면에 도로 밀려서 사라진 걸 보는 느낌? 품종개량된 통일벼 요즘 안 쓰는 느낌? 그렇다

그래도 얼티밋은 얼티밋 나름의 캐논이라고 할 만한 듯?

아 그리고 지금까지도 마블은 리부트는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음 

여기까지다! 헉헉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네 제목 너무 거창해서 민망하다ㅠㅠㅠㅠㅠ

요약하면 여러 평행세계가 있다 : O지만

설정도 버전도 여러 개다: X에 가까운 물음표 라는 거! 

코믹스 재밌고 나름의 줄거리가 있어! 너무 겁먹지 말고 정발이랑 마블 언리미티드부터 시작해 보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