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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모바일) 신규 서적 죄악이 버려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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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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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악이 버려지는 곳

The Sewer of Sin

테리아 솔 지음

 

 

파트너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은 그 모험가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모험가가 바리 광산 밑의 고대 신전을 토벌했다는 소문이 퍼진 후, 내 오랜 파트너 모니는 잔뜩 들떠 있었다.

"우리도 갈 수 있어."

모니가 말했다.

"모험가 길드에서 가이드를 작성했거든."

"아직 비공개잖아. 잠깐… 그거 어디서 구했어?"

반호르 지하 신전 보고서 - 사본 - 반출 금지라고 적힌 서류철을 까닥까닥 흔들어 보이는 모니에게 나는 다급히 물었다.

"에반 씨 서랍에서 슬쩍했지."

나의 도적 파트너는 자못 자랑스러운 투로 답했다.

"들어 봐, 바리 광산이라고! 황금이 샘처럼 솟아났다던 바로 그 바리 광산. 물론 지금은 죄다 말라 버렸지만…."

모니는 잠시 숨을 멈췄다가 다시 크게 내뱉었다.

"맨 밑바닥에는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몰라… 무한한 황금의 샘이!"

터무니없는 욕심이었다. 하지만 그 애의 달뜬 기세에 나도 그만 마주 웃고 말았다.

그것이야말로 나의 터무니없는 실수였다.

 

 

구멍

"여기가 끝이야. …가이드에 따르면."

검붉은 창을 지닌 사내, 네베론이 있던 곳.

그자는 대체 뭐였을까? 진짜 신? 아니면 자신이 신이라고 믿은 가여운 과대망상증 환자?

어느 쪽이든, 그는 소멸했다. 그 모험가에 의해서.

나는 생각에 잠겨, 먼지 쌓인 벽면을 손으로 가만히 쓸었다. 문득, 손가락 끝에서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 벽에 뭔가가 있었다. 잿가루를 벅벅 닦아내자, 보이지 않았던 것이 드러났다.

벽 한쪽에 옛 시대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닳고 흐려진 데다, 내 문헌 지식도 예전만은 못하지만 일부분이라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망각… 영원을… 부활하리…

 

……키홀의 이름으로

 

끼이익.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돌 조각이 무겁게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나는 소리를 따라 흠칫 고개를 돌렸다.

돌바닥 어딘가에, 처음 왔을 때는 분명 없었던 구멍이 새로 생겨나 있었다. 그 아래는…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거대한 어둠뿐이었다.

"저 아래는 가이드에 없어."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네베론이 신단의 끝이야. 분명 그렇게 쓰여 있다고."

머릿속 경보가 시끄럽게 울렸다. 위험하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해. 그렇게 말하기 위해, 나는 애써 고개를 돌려 모니를 쳐다보았다.

그 애는 가만히 웃고 있었다. 어서 내려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끝없는 어둠으로 연결된 녹슨 사다리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지, 테리? …무한한 황금이라고."

 

 

괴물들

 

가장 첫 번째로 우릴 맞이한 건, 냄새였다. 모든 공기에 자욱한 악취가 깔려 있었다.

"이게 무슨 냄새야? 백 년 동안 방치된 쓰레기장에 떨어진 것 같네."

"백 년 안 씻은 개털 냄새는 아닐까?"

나는 무너진 기둥 뒤로 몸을 낮추며 최대한 조용히 속닥거렸다.

분노한 놀들의 무리가 그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녀석들은 하나같이 증오를, 원한을, 그리고 복수를 드높이 외치는 듯했다.

극도로 흥분한 놀 떼와 정면으로 맞붙는 건 결코 현명한 행동이 아니었으므로, 우리는 반대 방향으로 슬금슬금 기어가기로 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부패한 냄새는 점점 더 심해졌다.

 

그리고 그 악취의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오거가 배회하고 있었다.

 

수없이 던전을 드나들면서, 오거라면 익히 봐 왔다. 그 커다란 덩치도, 사나운 포효도 이젠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는 지금까지 봤던 오거와 한 가지 명백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녀석에게는…

 

머리가 없었다.

 

녀석의 기분이 최악이라는 걸 알아차리기 위해, 예리한 직감 따윈 필요하지 않았다. 모니가 입 모양만 움직여서 말했다.

튀어.

 

갈라진 벽 틈으로 간신히 몸을 비집고 들어온 후에야, 우리는 머리 없는 오거를 겨우 따돌릴 수 있었다.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빛의 고리를 불러냈다.

그곳은 방이라기보다는 동굴에 가까울 법한 작은 공간이었다. 작은 촛대나 오래된 책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었다.

"피난처인가? 인간의 흔적이네."

온몸이 땀과 악취로 범벅이 된 데다 애타게 목이 말랐지만, 수전을 따라 떨어지는 물방울은 전부 꺼림칙한 검은빛을 띠고 있었다.

"아니."

모니의 목소리였다.

"아니. 여긴… 실험장이었나 봐."

무슨 실험? 내가 되물었지만, 모니는 답변 대신 방 안에서 찾아낸 누렇게 변색한 종이 묶음을 내밀었다.

나는 가늘게 눈을 뜨며 그 위의 기록을 읽어 내려갔다. 문서의 첫 장에 적힌 글자는….

 

 

실험명: 네베론

 

피험체 0025. 인간. 세균. 4분. 폐기.

피험체 0037. 놀. 관통. 37시간. 폐기.

피험체 0124. 오거. 참수. 14시간. 폐기.

피험체 0276. 인간. 중독. 43분. 폐기.

......

......

......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영생일지어나, 그것은 오로지 신의 권역이니라.

허나 그 달콤한 과실마저 우리의 위대한 주인들을 비껴 나갔다면,

만일 영원이란 것이 신에게마저 허락되지 않는 한 편의 환몽에 불가하다면,

신과 인간 사이에 끝내 무슨 차이가 있으리.

 

신과 인간에 다름이 없다면,

인간이 생명을 빚어내는 것이 무엇이 어려우리.

인간이 인간을 빚어낼 수 있다면,

인간이 신을 빚어내는 것 또한 무엇이 어려우리.

 

빛나는 수정에 숨결을 불어 넣어 신전을 지키게 하였다.

나의 위대한 주인, 혼돈의 천사여. 지켜보소서.

당신의 종, 베스키아에 의해 이 세계에 황혼이 깃들리라.

 

......

......

......

피험체 5917. 호문쿨루스. 폐기.

피험체 6436. 호문쿨루스. 폐기.

피험체 6762. 호문쿨루스…… 생존.

 

이로써 황혼의 실험: 네베론을 종료한다.

폐기물은 전부 하수도에 버린다.

 

 

하수도

 

송수관을 따라 걷는 동안 모니는 한참 말이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든, 이제는 아무 상관없을 것 같았다. 탈출구를 찾는 것만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여기가 하수도의 끝인가?"

수전을 통해 곳곳에서 폐수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끈적끈적한 검은 물이 마치 해자처럼 중앙의 석판을 빙 둘러싸며 흘렀다.

석판 위에는 이제껏 본 적 없는 거대한 오물 덩어리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우리는 악취를 내뿜는 오물의 산을 깨금발로 피해 가며 주위를 살펴보였다.

석판 네 곳의 모서리마다 알 수 없는 구조물이 하나씩 있었다. 그것은 두꺼운 관을 통해 지하와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옛 시대의 기계인가? 책에서 본 것 같기도….

그때였다. 모니가 거칠게 내 입을 틀어 막았다. 버둥거리는 나를 꽉 붙들고, 그 애는 손을 들어 방금 우리가 지나온 석판의 가운데를 조용히 가리켰다.

 

그것은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었다.

 

미약하게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꺼지고, 다시 부풀었다.

마치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처럼. 그러니까 마치… 생물처럼.

오물 덩어리가 아니었다. 살아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것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고, 여러 개의 붉은빛 수포가 파리의 눈알처럼 번뜩거리며 나의 눈과 마주쳤다.

 

 

돌연변이

 

"저 괴물은 대체 뭐야?"

"실험 폐기물들을 전부 하수도에 버렸다고 했잖아. 설마 그것들이 뒤섞여서…."

나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그것이 점점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느리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처럼. 뒤는 폐수의 강. 앞은 끔찍한 괴물. 끝이다. 도망칠 곳이 없다. 하필 이런 곳에서….

 

달칵.

 

기계에서 나는 소리였다. 뒷걸음질 치다가 다리에 부딪힌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이….

 

달칵. 우우웅.

 

머리카락이 반대 방향으로 흩날렸다. 바닥의 떨림이 전해졌다. 석판 밑과 연결된 두꺼운 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것도 아주 맹렬하게. 그리고 공기가… 조금 가벼워졌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아주 약간 주춤하는 것이 느껴졌다.

 

"기억났어! 이건, 옛 시대에 오염을 정화한…."

"무슨 생각 같은 걸 하고 있어? 뛰어! 뛰어! 뛰어!"

내 팔을 낚아챈 모니가 전속력으로 입구로 내달렸다. 잠깐, 무한한 황금은 어쩌고?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목소리를 낼 틈도 없었다.

모니의 손에 붙들려 달리면서, 나는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것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죽음의 숨결을 천천히 토해내며.

 

 

그 뒤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 뛰고, 뛰고, 또 뛰었다.

그곳을 벗어나고 나서야, 나는 처음 숨을 쉬어 보는 사람처럼 허겁지겁 공기를 빨아들였다. 반호르의 모래 섞인 묵진한 바람이 그토록 시원할 수는 없었다.

간신히 고개를 돌려 보니, 모니 역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나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애의 입이 먼저 열렸다.

 

"방금 그거, 책으로 내면 대박 나지 않을까?"

 

 

 

 

+스샷 보면서 타이핑한 거라 오타 있으면 댓글로 알려줘

+뜬금없이 등장하는 전투 때문에 몰입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서적으로 보충하려는 시도가 아닐까..

 모험가가 바리 어비스 정리한 후의 일이고, 갑자기 추가되는 네 번째 바리 어비스 등장 이유도 만들어준 듯

 신규 던전 콘셉트 알려주고, 공략법도 살짝 보여주는 느낌이지만 이건 인게임에서도 나오겠지?

+구매는 던바튼의 스튜어트한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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