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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글로벌 구단 가치 평가 얘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022년 포브스 조사에서 T1은 10위에 올랐는데, 젠지는 8위, 상위권에는 북미 팀들이 많았죠.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T1이 10위에 머문 건 조금 의외라는 생각도 듭니다. 포브스는 “북미와 동아시아 구단의 수익 구조가 다르다”고 했는데요, COO의 입장에서 실제로 체감하는 북미 팀과 동아시아 팀의 차이는 어떤가요?
"먼저 배경을 조금 설명드리자면, 일단 2022년 포브스가 산출한 e스포츠 구단가치는 그렇게 정확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공시되고 3자 검증이 된 자료보다는 구단들이 자체적으로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된 기사였기 때문에 현실과 어느 정도 괴리는 불가피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T1의 경우 SK의 자회사로 간주되어 공시된 자료가 있기 때문에 현실에 가장 가까운 구단가치로 산출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그 당시 포브스에서 발표한 구단가치와 현재 T1의 구단가치는 유사한 편이지만, 다수의 구단들의 현재 가치는 그 당시에 비해 매우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 당시에는 VC 업계에서 e스포츠, 특히 북미 e스포츠에 막대한 투자를 하던 시절이라서 어느 정도 거품이 껴있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 T1은 어떤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CU와 협업한 T1 삼각김밥이 눈에 띄었고, 마스코트 ‘아티(ATI)’도 등장했죠. 응원봉, 게이밍 기기, 각종 굿즈까지 팬 경험을 넓혀가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단순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T1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같은 형태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네네, 맞습니다. T1은 작년 기준으로 스폰서십이 더 이상 제1 매출원이 아닙니다. 지난 6년간 굿즈 판매, T1 베이스캠프(PC방 & T1 팬공간), T1 홈그라운드(직접 개최하는 홈경기), T1 멤버십, 라이선싱(CU와 협업) 등 다양한 매출원을 확보했고, 그런 의미에서는 T1이 단순 e스포츠 구단에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여기에 영상, 스트리밍, 음악, 웹툰 등 컨텐츠로도 매출원을 계속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티와 같은 IP 사업을 계속 개발하기 위해 올해 디즈니와 콜라보를 진행했고, 앞으로도 기대하실 만한 IP 협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중계권이라는 개념이 e스포츠에도 있기는 하나 전통 스포츠만큼의 규모는 아니며, 전통 스포츠의 중계권 또한 뉴미디어(new media)에 이어 뉴어미디어(newer media)가 계속하여 나오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모델인지는 의문입니다.
정리하여 말씀드리면, e스포츠 구단에 있어서 스폰서십 매출이 스폰서사의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입니다. 경기가 안 좋아질 때 기업(스폰서사)에서 가장 먼저 삭감하는 비용이 마케팅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e스포츠 구단이 스폰서십 매출에만 기댄다면 그 기반이 매우 약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T1은 스폰서십 매출 이외에 다양한 매출원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 중 복제가 가능(replicable)하고 확장성(scalable)이 좋은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팬 경험 강화는 ‘홈 경기(Home Ground)’ 시도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기존 LCK 경기가 400여석 남짓한 서울 종로 LoL파크에서 진행되었던 것과 달리, 경기도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정규 리그 경기를 치른 ‘T1 홈그라운드’ 이벤트는 성황리에 치러졌고, “e스포츠가 지역사회·팬덤을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 시도를 추진하게 된 배경, 실제 운영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나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일단 T1 홈그라운드의 횟수를 최대한 늘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차근차근 더 많은 종목에서 홈경기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홈경기장을 만들고 싶고, 그것은 그냥 VR/AR, 홀로그램 등 e스포츠의 디지털적인 특성을 극대화하여 팬들에게 전통 스포츠는 줄 수 없는 경험을 줄 수 있는 최첨단 몰입형 (state-of-the-art immersive)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전 인터뷰에서 수년 내에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피어”(Sphere)에서 T1 홈그라운드를 개최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이것도 중간 단계일뿐 결국 스피어보다 더 멋진 구장을 건설하는 것이 꿈입니다. 스피어만을 보고자 라스베이거스에 가는 사람도 있듯이, T1의 경기장을 가보기 위해서 한국에 오는 사람들이 오도록 하고 싶습니다."
- T1의 핵심은 여전히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선수단입니다. 페이커 선수가 소속된 리그오브레전드(LoL) 선수단은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5회 우승이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고, 오버워치 등 타 종목의 활약하고 있습니다. 또 아카데미 출신 유망주들의 성장은 T1이 계속 명문 구단의 명성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T1의 선수단 운영과 육성 시스템은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어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지난 20여년간 T1의 선수단이 이뤄낸 눈부신 성과가 있기 때문에 유망주들이 자연스럽게 T1을 동경하고 T1으로 오고 싶어한다고 생각합니다. LoL 선수단의 “구마유시” 이민형 선수가 언급했듯, “최고의 선수가 있을 곳은 T1”이기 때문에 최고의 유망주들도 T1으로 오고자 합니다. 이민형 선수가 있기 전에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있었고, 이상혁 선수 전에는 임요환, 최연성, 이신형 등 종목 불문하고 최고의 선수는 항상 T1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발로란트, PUBG 등 T1이 참여하는 모든 종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도록 지원하는 것이 T1의 과제입니다.
별개로 저희의 훈련생 육성 시스템의 기조 중 하나는 “희망고문을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훈련생이 가능성이 없다면 계속 데리고 있는 것보다는 다른 길을 알아보도록 정확하게 말해주는 것이 저희의 방침이자, T1 Esports Academy의 설립 이념 중 하나였습니다."
- 선수단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한편으론 “T1조차 적자를 본다”는 보도가 나오고, 업계에선 e스포츠 구단의 수익성이 취약하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들립니다. 실제로 T1의 경우 재무는 어떤 상황인지,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T1도 적자운영이 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만, 작년 기준으로는 사실상 흑자전환을 했습니다. “사실상”이라는 것은 회계연도상으로는 아직 적자였지만, 2024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를 놓고 봤을 때는 흑자였고 앞으로도 흑자폭을 늘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의 T1은 앞으로도 급성장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현재 사업을 키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유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국 T1이 e스포츠 최고, 최대의 구단이 되고, 스포츠를 통틀어서도 최고 가치의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것. 그로 인해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에서 T1이 세계 일류 회사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 제게는 가장 큰 목표입니다. 확장 기조는 크게 2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는데, 하나는 “글로벌”이고 다른 하나는 “e스포츠를 넘어서”입니다. T1의 팬덤이 글로벌을 아우르고 있으며, e스포츠를 기반으로 연관 산업, 연관 소비층, 연관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30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정상급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T1과의 4년 재계약이 큰 화제가 됐고, 이 과정에서 사우디와의 협력도 주목받았는데요.
"사실 많은 분들이 페이커 선수 4년 재계약과 사우디아라비아 기업인 ‘Red Sea Global’과의 스폰서십 계약과 연관을 지으시는데,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아닙니다. 페이커 선수와의 재계약은 프렌차이즈 스타이자 역대 최고 선수에 대한 예우와 페이커 선수와 T1의 미래를 같이 만들기 위해 오래 전부터 계획해온 일입니다."
- COO로 일하시면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COO를 갑자기 맡았을 때였습니다. 전임 COO 김원철 님이 제가 워낙 존경하고, 제게는 멘토이자 형과 같은 분이셨던지라 그분의 빈 자리를 갑자기 메우는 것은 참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김원철 COO님이 돌아가신 직후 저희 LoL팀이 그 당시 최강 팀이었던 담원 기아와 경기를 했었는데, 저희 팀이 객관적으로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멋진 경기 끝에 승리를 했던 기억입니다. 그때 선수들이 김원철 COO님을 위해서라도 안 지고 싶었는지 정말 집중해서 경기를 했던 것이 게임 속 챔피언의 움직임에서도 느껴졌는데, 정말 감명 깊었던 기억입니다."
- 마지막으로, 올해 <PC사랑>이 창간 30주년을 맞았습니다. PC사랑을 오랫동안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과, e스포츠를 응원해온 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PC사랑> 창간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러한 영광스러운 순간에 제가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기자님께서 과분한 제안을 주셔서 마지못해 수락했습니다. 부족한 내용이지만 잘 읽어주신 독자분들과 e스포츠 팬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T1을 위해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조금은 더 멋지게 일해서 T1이 더욱 사랑받고 존경받는 구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