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강희와 이상엽이 드라마 <굿 캐스팅>에서 만났다. 각각 따로 말했지만 이야기는 하나로 모아졌다. 지금까지 경험한 최고의 현장이라는 것. 사람들이 좋아서, 좋은 사람들이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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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가 입은 재킷과 톱, 팬츠는 모두 미우미우 (Miu Miu). 슈즈는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이상엽이 입은 셔츠는 랑방(Lanvin). 스카프, 팬츠, 코트, 스니커즈 모두 지방시(Givenchy).
[ 이 상 엽 ]
지난번 <얼루어>와의 인터뷰에서는 <톱스타 유백이>와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도 두 작품이 동시에 시청자를 만나게 됐어요.
원래는 <굿 캐스팅>이 끝나면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방영하는 스케줄이었는데요, <굿 캐스팅> 편성이 뒤로 많이 밀렸어요.
쉬지 않고 일하는 배우라는 이야기도 될 거예요. 제일 길게 쉬어본 게 언제인가요?
<시그널> 전에 반년 정도 쉬었던 것 같아요. <시그널>을 두 달 찍었거든요. 그때랑 군대 다녀왔을 때 빼고는 없던 것 같아요. 저는 해외 가본 지도 오래됐어요.
누구도 여행을 꿈꿀 수 없는 상황이지만 <톱스타 유백이>를 촬영한 섬이 가끔 그립진 않아요? 커피차도 잘 못 가는 곳이죠?
커피차, 못 들어옵니다. 섬에 들어왔다 못 나가시면 안 되니까요.(웃음) 그래서 커피차 대신 저희는 그냥 술을 마셔서 밤이 되면 섬 전체에 술냄새가 가득했어요. 저도 요즘 완도가 부쩍 그립더라고요.
주말에 <시그널> 전편이 재방송되길래 다시 봤이요. 새삼 비극과 희극을 자유롭게 오가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말을 들으면 어떤가요?
감사하죠. 저의 패턴 아닌 패턴인데 어두운 걸 하고 나면 밝은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또 그게 인간 이상엽을 살게 하는 것 같아요. 계속 어두운 걸 하면 저도 다운되는 부분이 생기니, 다시 밝은 작품을 해서 올라가고 싶어 그런 것 같아요.
배우로서 어느 쪽이 더 어렵나요?
이 질문을 어두운 작품 할 때 들었다면 어두운 작품이라고 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밝은 걸 하고 있으니 밝은 작품이 더 어려워요. 바로 앞 스태프들의 반응이 그대로 보이잖아요? 어두운 연기를 한다고 스태프들이 제 연기를 보면서 같이 울진 않으니까요. 그런데 밝은 연기는 스태프들이 웃음을 참으려고 어깨를 들썩이는 게 안 보려고 해도 보이더라고요.
현장에서 스태프들의 어깨가 들썩이면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는 발걸음이 더 가벼워지나요?
내가 오늘 뭔가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하죠.
먼저 인터뷰한 최강희 씨의 말을 들으니, 이번 <굿 캐스팅>의 현장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면서요?
지금까지 해온 작품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여태까지 제가 만난 현장 중에 분위기가 최고였어요.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고, 감독님이 중심을 잘 잡아주셔서 항상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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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와 스니커즈, 목걸이, 팔찌, 반지 모두 디올 맨(Dior Men).
<굿 캐스팅>에서는 웃음을 주는 역할인가요?
어떤 역할이든 한 가지만 하는 건 재미없는 것 같아요. 이번 윤석호는 멋있는 캐릭터이지만 그 안에서 인간이기에 나올 수 있는 허당미가 있는 역할이에요. 초반에는 폼을 많이 잡을 거 같고요, 중후반부터 찬미(최강희)에게 마음을 보여주면서 인간미가 나올 것 같아요. 찬미가 제 첫사랑이거든요.
여성 요원들의 이야기라니 여성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드라마라는 이야기도 되죠. 그런데 남자 배우들이 그런 작품을 꺼려한다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죠. 그 점을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저도 처음부터 여성 캐릭터 위주의 이야기라고 들었어요. 저는 별로 고민을 안 했어요. 거기에 최강희 씨가 주인공이라고도 하고. 원래 강희 누나 팬이었어요. 자기만의 중심이 잡혀 있는 사람이라서 너무 좋았어요. 되게 멋있는 사람이에요.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앞에 세 분이 있기 때문에 부담감에서 조금 자유로울 수 있겠다…?(웃음)
최강희 씨는 자꾸 스스로를 대중에게 잊혀진 배우라고 하던데요? 이 작품으로 뭘 보여주고 싶냐고 했더니 ‘언니가 살아 있다’라고 했어요.
이 누나가 진짜…이상엽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팬심이 있어서 촬영 초반엔 되게 많이 떨었어요. <7급 공무원>도 <달콤, 살벌한 연인>도 너무 좋아했거든요. 누나가 작품을 쉬어서 그런 것 같은데, 이 작품에선 누나가 너무 멋있고 잘하기 때문에 지금 어린 시청자분들이 누나를 잘 모르더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제 다시 알 거니까요.
농담처럼 말하지만 배우로서 이 작품으로 뭘 가져가야겠다는 욕심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폼을 잡는 게 당연한, 코믹적인 요소가 아닌 진짜 멋있는 캐릭터는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제가 실제로도 그렇게 멋진 사람이 아니거든요. 이번엔 반도체 회사 일광하이텍의 사장이라는 성공한 남자의 역할인데, 그런 슈트를 입은 각 잡힌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안 해봤어요. 요원들이 제 회사로 위장취업을 하고, 나중에는 같은 사람을 쫓게 돼요.
2년 전 <얼루어> 인터뷰에서는 “장가를 가고 싶다”고 말했더라고요. 결혼과 연애에 대한 질문은 잘 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아직도 결혼을 고민 중인가요?
허…묻지도 않았는데 제가 갑자기 결혼 얘기를 한 건가요?(웃음)
요즘 무엇을 고민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에 결혼이라고….
하,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럼 2018년의 이상엽이 아니고 2020년도의 저의 생각은, 이게 사람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 물 흘러가듯 가보자… 그리고 못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슬슬 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에 대해 편안해지고 평화로워진 상태예요.가끔 촬영을 끝내고 왔을 때 아무에게도 문자가 와 있지 않은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겠죠. 궁금하네요, 이 얘기가 어떻게 실릴지….
이대로 실립니다.
그렇군요. 정리한다면,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안 한다는 아닙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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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슬 장식 셔츠는 질 샌더(Jil Sander). 하운즈투스 패턴의 셔츠 재킷은 아워 레가시 바이 매치스패션(Our Legacy By Matchesfashion). 와이드 팬츠는 우영미(Wooyoungmi). 더비 슈즈는 휴고 보스(Hugo Boss).
사적으로 친밀한 연예인이 많은데 장성규 아나운서와 친하다고요.
매주 올라오는 <워크맨>을 열심히 보고 있어요. 되게 열심히 했고 일이 좋아서 했던 친구인데 이제 그걸 중심에 서서 하는 걸 보면 되게 뿌듯해요. 다만 쉽게 만날 수 없는 친구가 돼서 이제 제가 그의 시간에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도 바쁜 게 좋죠.
<굿 캐스팅> 외에도 주말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촬영하고 있는데, 보통 주말 드라마는 어머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지 않나요?
그동안 주말 드라마와는 달리 젊은 사람한테도 재미있을 이야기라 <얼루어> 독자분들에게도 추천드립니다. 이혼 후에도 부동산 문제 때문에 계약 동거 중인 전 남편, 전 아내의 이야기거든요. 확실히 주말 드라마는 어머니들이 많이 보셔서,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와이프한테 잘 하지 왜 이혼당했냐고 하세요.
왜 이혼을 당했나요?
이혼을 당한 게 아니라 ‘합의하에’ 이혼을 했어요. 제 캐릭터가요.
왠지 엘리베이터 안의 어머니들에게도 그렇게 답할 것 같네요.
어머님들이 워낙 훅 들어오시니까 그냥 ‘헤헤’ 해요.(웃음)
인터뷰를 마치면 화보 촬영을 바로 시작할 텐데요. 화보와 인터뷰 중에 어느 쪽을 즐겨요?
다 좋지만 화보를 찍을 때는 웜업이 늦는 편이에요. 매거진에 실리는 멋진 사진은 찍다가 어떻게 얻어 걸린 거라서요.(웃음) 그래서 오늘 강희 누나랑 촬영하는 게 너무 좋아요.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이런 시기에 작품을 선보이는 것에 무게감도 느끼나요?
첫 방송이 나갈 때 떠는 타입은 아닌데요. 이번에 <한 번 다녀왔습니다> 첫방 때도 엄청 떨었고 <굿 캐스팅>도 굉장히 떨려요. 초반에는 제가 많이 나오진 않아서 한 신으로 존재감을 보였으면 하는데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힘든 시기에 볼거리가 풍성하고 웃음 포인트가 있는 작품이라 저는 좋습니다.
배우들은 마스크를 쓰고 연기할 수 없죠. 안전망 없이 연기를 하는 만큼 두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어서 상황이 좋아지길 바라요.
촬영이 없을 땐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예전엔 밖에 나가서 뭐라도 하고 사람도 만나는데 요즘은 그냥 집에 있어요. <부부의 세계>도 재미있게 보고 있고요. 누워서 생각도 많이 해요. 제가 했던 것도 다시 보고요. 클립 영상이나 제가 좋아하는 배우분들 영상을 보다 보면 하루가 다 갑니다.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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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가 입은 셔츠는 대중소(Daejoongso), 팬츠는 골든구스(Golden Goose). 이상엽이 입은 플로럴 프린트 셔츠는 폴 스미스(Paul Smith). 데님 재킷은 메종 마르지엘라 (Maison Margiela). 팬츠는 발렌티노(Valentino). 목걸이는 존 하디(John Hardy).
[ 최 강 희 ]
상엽 씨도 이번에 처음 봤어요. 저 ‘카피추’처럼 거의 산에서 막 내려온 수준이에요.(웃음) 그렇다 보니. 내가 시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나? 하는 불안감은 있어요. 원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점점 ‘다른 사람은 어떻지?’ ‘요즘 시대는 어떻지?’ ‘사람들은 뭘 좋아하지?’ 하는 생각을 해요. 요즘 대중분들이 뭘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