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과 진지함을 오가며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 창조

배우 이정재가 정말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와 안방팬들에게 청량한 웃음을 선사하고 나섰다. 제목부터 알싸한 tvN 월화극 '얄미운 사랑'(극본 정여랑, 연출 김가람)에서 상대역 ㅇㅈㅇ과 즐거운 티키타카로 귀엽고 얄미운 감정선을 그리며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얄미운 사랑'은 얄궂은 악연으로 얽힌 국민배우와 연예부 기자가 서로 팩트 폭격을 하며 디스 전쟁을 펼치는 이야기. '혐관 로맨스'의 정석을 작정한 듯 보여주는데, 베테랑 이정재와 연기파 임지연의 진 연기 호흡이 첫 회부터 유쾌한 앙숙 케미스트리로 증명되고 있다.
무엇보다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톱스타가 된 이정재의 몸 사리지 않는 코미디 연기가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가 물오른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압도하고 각종 시상식을 휩쓴 '관상'(2013)도 벌써 10년도 더 전이다. 이후 묵직한 캐릭터들을 이어가며 위상이 높아진 세월만큼 그의 로코는 대중의 기억에서 희미해진 지 오래다. 그러니 이정재가 어디 '코미디 할 상'이었나 싶은 시청자들도 많았다. '얄미운 사랑'에서 여유롭게 스스로를 비트는 연기를 펼치는 이정재를 보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환호할 만한 것이다.

이정재가 맡은 국민배우 임현준은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위정신(임지연)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모양 빠지게 넘어지고, 끝내 바지가 터지며 빨간색 속옷이 생중계되는 망신살로 더없이 강렬한 첫 회 엔딩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곳곳에서 이정재의 능청스러운 코미디가 펼쳐지는 '얄미운 사랑'에 채널이 고정되는 건 당연하다.
더욱이 거침없이 망가지며 초반 웃음을 확실히 책임지고 있는 이정재는 사실상 임현준과 다를 바 없다는 시선들이다. 임현준은 '착한형사 강필구'로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시즌4까지 성공시켰다. 하지만 형사 이미지에 갇혀 이제는 캐릭터 변신이 절실하다. 지난 4년간 시즌3까지 나오며 '오징어게임'의 456번 혹은 성기훈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이정재 역시 "전작들이 워낙 무게 있는 장르가 많았다"며 "발랄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이번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직접 밝힌 바 있다.
그렇기에 가뜩이나 캐릭터와 실제가 중첩돼 보이는 이정재의 활약이 커지면 커질수록 몰입도는 더욱 높아진다. 찌질하거나 웃긴 에피소드들이야 웃음 유발을 위한 과장된 연기겠지만, 이미지 감옥에서 탈출하려는 임현준의 몸부림이 배우로서 이정재의 심정과 맞닿아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이정재의 얼굴을 더욱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또한, 그가 선보이는 화려한 의상을 살펴보는 것도 '얄미운 사랑'만의 관전포인트다. 평소에도 남다른 슈트핏과 세련된 패션 센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가 이번에 극중 연예인이라는 캐릭터를 십분 활용해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보는 즐거움까지 더하고 있다. 특히 남자들은 잘 소화하지 못하는 스카프를 수시로 걸치고 나오는 이정재의 감각적인 스타일링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얄미운 사랑' 속 이정재에게 빠져들면 들수록, 임현준의 매력에 스며들게 되는 위정신과 한마음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임현준에게 쌍심지를 켜던 위정신이 '착한형사 강필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한 2회 말미에 이르러서는 임현준을 강필구로 동일시 하며 눈에 하트를 그리게 됐다. '얄미운 사랑' 속 이정재를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과 '착한형사 강필구' 속 임현준을 향한 위정신의 마음이 다를 리 없는 것이다.
당장 임현준에게 설렘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정재와 임지연의 불꽃 튀는 케미스트리만으로도 재미 만점이기 때문이다. 이정재가 지닌 국민배우의 아우라와 여유, 그리고 ㅇㅈㅇ의 넘치는 에너지와 카리스마. 이 두 축이 만나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얄미운 사랑'의 가장 큰 무기다. 서로의 허점을 찌르고, 다시 감싸는 리듬이 경쾌하면서도 따뜻하다.

이렇듯 웃음과 진중함이 교차하는 '얄미운 사랑'에서 이정재는 노련하고 야무지게 자신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묵직하게 여운을 주던 배우 이정재의 존재감이 이토록 얄밉도록 유쾌할 수도 있구나 감탄하게 만든다. 팬들은 안방극장에서 그를 지켜보며 마음껏 웃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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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리 노력을 다들 알아주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