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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한국영상자료원 기증된영화유산 - 헌트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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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4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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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호(이정재) 의상 세트


HJUgFM

김정도(정우성) 의상 세트



- 조상경 의상감독 인터뷰 -

김성훈: <헌트>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조상경: 시나리오 초고를 빨리 받았다. 거친 초고였다. 초고는 시대극처럼 1980년대 실제 인물과 실존 사건의 색깔이 더 많이 반영된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가 더 파급력을 가지려면 박평호과 김정도 두 주인공 중에서 평호가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투톱 영화지만 평호의 관점에서 서사가 진행되어야 이야기가 더 재미있을 거라고 보았다. 시대성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데 공을 들이기보다는 스타일리시한 첩보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또, 젊은 관객들이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각색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드렸다. 그때만 해도 (정)우성씨의 출연이 확정되지 않았다. 우성씨가 함께 작업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김성훈: 왜 그렇게 생각했나.


조상경: <더 킹>(2017) <강철비>(2017) 등 그와 함께 일을 하면서 우성씨와의 인연이 생겼다. 그때 우성씨한테 언젠가는 ‘한국의 007 시리즈’ 같은 영화를 찍어달라고 얘기했었다. <헌트>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그런 영화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우성과 이정재, 두 스타배우가 출연한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남녀노소 등 모든 연령층의 관객을 아우르는 스타니까.


김성훈: 의상감독으로서 <헌트>는 어떤 도전이 될 거라고 보았나.


조상경: 두 배우에 대한 관객의 판타지가 깨지지 않는 게 중요했다. 두 배우와 함께 일을 한지 10여년이 지났다. <신세계>(2013) 때 이정재를, 같은해 작업했던 영화 <감시자들>때 정우성을 처음 만났다. 우성씨의 연출 데뷔작인 <보호자>를 먼저 작업하고 <헌트>로 넘어왔는데, <헌트> 작업을 앞두고 오랜만에 만났던 그들은 많이 지쳐보였다. 그런 그들에 대한 관객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게 중요한 과제였다.


김성훈: 안기부 요원인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의 의상은 어떤 컨셉으로 설계했나. 박평호가 입은 정장은 베이지색, 김정도가 입은 정장은 네이비색이던데.


조상경: 김정도가 입은 의상은 의도적으로 블랙을 뺐다. 등장인물이 영화에서 입는 의상의 색을 처음 정할 때 당시 정보기관이었던 중앙정보부나 안기부의 자료를 찾아봤다.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의 사진을 보았는데 굉장히 밝은 그레이톤이나 브라운톤의 의상들을 입었더라. 정보 요원들은 당연히 블랙 계통의 의상들을 입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그 사진 자료들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 영화의 톤은 좀 더 다양한 컬러를 배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독님과 함께 원단 조각들을 하나씩 보면서 각 인물별 컬러, 우리 영화의 색을 찾았다. 분명한 건 1980년대 초반을 시대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은 1970년대 룩에 빚는다는 사실이다. 해가 바뀐다고 해서 사람들이 입은 의상들도 덩달아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그러면서 관객이 평호가 입은 수트를 보고 <신세계>의 정청(이정재)을 떠올리면 안 된다는 과제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때 그 시절 양복은 요즘 정장과 달라서 꼼꼼하게 고증하는 게 중요했다.


김성훈: 어떻게 다른가.


조상경: 옛날 양복은 조명을 받으면 빛 반사가 요즘보다 더 심하다. 그리고 평호든 정도든 평소 집에서 입는 의상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많이 고민됐다. 첩보누아르 장르라 등장인물들이 주로 수트 차림으로 긴장감 높은 시퀀스에서 등장하다가 가족과 함께 있거나 집 안에서 평상복을 입으면 톤이 많이 튀지 않나. 다행스럽게도 감독님께서 ‘집에서는 평상복을 입히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해주신 덕분에 집에서도 셔츠 차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김성훈: 평호와 정도가 입은 정장은 투 버튼인가, 아니면 쓰리 버튼인가.


조상경: 투 버튼이다. 감독님과 함께 정한 기준은, 보통 <암살>(감독 최동훈, 2015)이나 <밀정>(감독 김지운, 2016) 같은 시대극을 작업할 때 그 시대 의상의 패턴까지 사실을 기반으로 작업하는데, <헌트>는 시대의 뉘앙스 정도만 표현하기로 정했다. 왜냐하면 1970, 80년대 정장은 바지 통이 너무 커서 배우의 핏을 온전히 드러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양복을 제작한 이용순 선생님과 함께 1960년대 수트를 참조했던 것도 그래서다. 1960년대 유행햇던 패턴 일부를 활용했고, 빈티지 원단을 해외에서 공수해 제작했다. 평호와 정도가 입은 수트는 개인적으로 만족할만큼 되게 예쁘다.


김성훈: 전혜진씨가 입은 정장도 멋지더라. 정장 안에 셔츠도 여러 디자인으로 배치해 인상적이었다.


조상경: 안기부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조직이라 어디에서도 튀어보여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입는 의상의 컬러와 라인도 내추럴해야 했다. 이런 기준에서 인물마다 차별성과 개성을 부여하는 건 배우의 몫이다. 먼저 말했듯이 의상의 기본 룩은 1970년대를 베이스로 하되, 배우가 가진 얼굴과 이미지에 따라 카라, 라펠의 스타일과 사이즈를 각기 다르게 설정했다. 분명한 건 어느 시대를 표현하더라도 클래식한 게 가장 세련됐다는 사실이다.


김성훈: 김정도의 오른팔인 장철성(허성태)이나 그밖에 안기부 요원들이 입은 의상들을 보면 굳이 누구 편을 구분하지 않더라.


조상경: 이 영화는 인물을 색깔이나 흑백으로 구분하는 게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영화 속 안기부 요원들은 대부분 비슷한 톤의 의상을 입고 있지만,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그 일관성 안에서 차이가 조금씩 난다. 애매한 그레이나 그린 톤이라 좀 더 들여다봐야 인물마다 가진 특성들이 눈에 들어오는 이야기라 이들이 한 프레임에 모였을 때 특정 인물에게 콘트라스트를 몰아주는 방식은 이 영화의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김성훈: 도쿄 시퀀스에서 박평호가 입은 트렌치코트는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1996) 같은 영화를 떠올리게 할만큼 멋지던데.


조상경: 의상감독으로서 그 영화를 레퍼런스로 참조하진 않았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그 얘기가 가장 많이 나오더라. 지금 젊은 관객들은 마이클 만의 <히트>를 전혀 모르지 않나. (웃음) 이 영화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한창 더울 때 찍었다. 도쿄 시퀀스에서 박평호가 입은 트렌치코트는 1960년대 빈티지 스타일이다. 낙하산과 같은 소재인 명품 브랜드 옷이다. 전작 <남산의 부장들>(2020, 감독 우민호)을 작업할 때는 김규평(이병헌) 캐릭터에 가제트 트렌치코트를 입혔었다. 김규평이 해외로 출장갈 때 가방에 구겨넣을 수 있는 소재의 의상이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입는 의상은 이야기나 캐릭터의 설정과 잘 어울려야 관객들이 납득한다. 박평호가 입은 수트 바지의 주름을 두 번만 접은 건 배우도, 관객도 전혀 모를 거다. 그건 나만 아는 거다. (웃음) 이처럼 영화에 인물마다 각기 다른 설정들이 꼼꼼하게 숨겨두었다.


https://www.koreafilm.or.kr/museum/theater/module/TI_00000062


의상 정말 다 예뻤어 그시대느낌 내면서도 세련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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