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사 후 반응이 좋았다. 칸영화제 때와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
"칸에서 해외 분들이 봤을 땐 로컬 색이 짙다는 반응이 있었다. 한국 사회나 역사에 대해서 이해도가 있어야 재밌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어서 자책도 하고 바꿀 방법을 고민했다. 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부터 각색을 다시 했고 수정도 많이 했다. 정보가 많을수록 헷갈릴 거 같아서 조금 더 날렵하게 하려 했다. 디테일하게는 숨소리를 좀 더 넣고 싶은 곳에 호흡을 넣고 하는 등 감정도 더 넣었다."
-'진짜 이정재가 만든 게 맞냐'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호평이다.
"증인단을 만들어서 배포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하하."
-시대상이 짙은 작품이다. 사람 이정재로서 그 시기를 살아 본 인상이나 기억이 있을까.
"어렸을 때 신촌에서 살아서 최루탄 냄새가 익숙하다. 일주일에 4~5일을 맡을 정도였다. 동네 아저씨들 나오셔서 응원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반대로 생활하기 너무 힘들다고 하는 분들도 많고, 그런 모습을 많이 봐왔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시위가 심할 때의 기억이 크진 않다. 나중에 성장하고서 내가 어렸을 때 알았던 사회적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실제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부담은 없나.
"어마어마한 부담이었다. 굳이 내가 왜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영화에 넣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자칫 잘못 했을 때 비난과 안 좋은 영향들이 혹여나 다음에 연기 생활을 할 때도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까지도 느낄 정도였다. 첩보 장르라는 것에만 집중해서 현대극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주제가 잡히면서 이 나이를 가진 사람으로서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결합하는데 꽤 어려움이 컸다. 셀 수 없을 정도로 포기하려고 글쓰기를 중단했었던 일도 있었다. 모든 감독님이 못한다고 했는데 내가 뭐라고 한다고 했을까, 아집은 아닐까 생각도 했다."
-정우성의 증언에 따르면 연출하면서 살도 많이 빠졌다고.
"체력이 많이 저하되더라. 촬영 끝나고 차에 타는 게 어려울 정도로 힘이 빠졌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구나 싶다가 햄스트링 파열이 오기도 했다. 열흘간 목발과 함께했다. 이 촬영이 연기자가 연출하는 거에 대한 리스크를 다 안고 시작한 작품이라, 작은 실수도 하면 안 된다는 압박이 많았던 거 같다."
-연기와 연출을 동시에 해보니 어땠나.
"연기, 연출 같이 하는 게 장점도 있다. 시나리오 쓰고 수정도 하다 보니까 배우로서는 좀 더 작품에 빠져있는 것도 장점이 된다. 좀 더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보니까 수정도 빠르다."
-연기와 연출 무엇이 더 어려운가.
"연기가 가장 어려운 거 같다.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이었다면 좀 더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다시 찍고 싶은 장면도 있고, 이럴 땐 도망하고 싶다. (감독으로서) 데뷔작이니까 양해 좀 부탁드린다는 말을 많이 했던 거 같다."
-연출 데뷔작으로 칸도 다녀왔다.
"칸영화제 같이 국제적인 영화제에 출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헌트'를 통해 말한 이런 주제는 사실상 한국만 느끼는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나라를 불문하고 좀 더 많은 관객분과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게 칸영화제에서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군다나 한재덕 대표님은 칸에 많이 갔던 분이고 나와 우성씨는 한 번씩 갔던 사람들인데 가장 의미 있는 영화인 동료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한재덕 대표님과 우성씨와 한 작품으로 가니까 개인적으로도 기쁜 일이었다. 동료 영화인 분들에게 인사를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까 책임감이나 한국 콘텐트를 이 기회에 해외 시장에 알려야겠다는 사명감도 들었다."
-처음이라 아쉬움도 있을텐데 스스로의 만족감이나 성취감은.
"감사하다는 감정이 가장 많다. 매 작품 열심히 하는 편이긴 하다. 이번엔 연기만 한 게 아니라 연출까지 하다 보니까 많은 부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대한 열심히 했다. 부족하다 느끼는 부분들은 나의 한계라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오징어 게임' 전후로 삶이 크게 달라졌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과 나 이정재를 비롯해 다른 출연자분들을 알아봐 주시는 호응도가 상상한 것의 곱하기 100이다. 내 나이에 해외에서 많이 알아봐 주시고 외국 식당에서 서비스까지 얻어 먹을 수 있는 배우가 되다 보니까 그런 현상 자체가 너무 신기하다. 개인적인 기쁨이지만 더 잘 만들어서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나올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더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동료들에게 축하 메시지 올 때마다 답장하는 게 '다음은 당신이야'다. 그들의 연기와 노력이 꼭 인정을 받길 바란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든다.
-감독으로서 차기작 계획은.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다신 안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생기면 써볼까 싶긴 하다. 지금으로서는 전혀 생각하진 않고 있다."
증인단 웃김ㅋㅋㅋ 근데 차에 오르기도 어려웠다니 얼마나 힘들었을지ㅠㅠ
인터뷰 전체는 여기서 - https://mnews.jtbc.co.kr/News/Article.aspx?news_id=NB12069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