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승의 무비가즘] 영화 '사냥의 시간' 2편을 고대하며…
코로나19 역풍 아니었으면 '제대로 극장 개봉'할 수작
배우들의 연기와 앙상블 흠 잡을 곳 없어
호불호 갈릴 장르지만 주제의식과 새로운 연출 사운드로 덮어
입력 2020-04-24 14:54 수정 2020-04-24 16:30
제목처럼 제대로 관객들을 ‘사냥’했다. 우여곡절 끝에 극장 개봉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스트리밍 넷플릭스를 통해 23일 오후 4시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 ‘사냥의 시간’이 인고의 세월을 벗을 것인가.
‘파수꾼’(2010)에 이은 윤성현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공개된 다음날부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독일어 자막에 ‘동해’가 ‘일본해’로 잘못 표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사이버외교 사절단 반크가 24일 넷플릭스에 항의와 함께 시정을 촉구했고, 넷플릭스는 즉각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하지만 영화만큼은 제대로 나왔다.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만하다.
하지만 ‘사냥의 시간’은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의 현재를 경제가 무너진 미래를 배경으로 청춘들이 겪을 불안함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명의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는 익히 알려진 기본 플롯이다.
원하는 것만 넘기면 끝날 줄 알았던 네 명의 친구들은 각각 이제훈, 안재홍, 박우식, 박정민이 맡았다.
이들은 고아 혹은 지방에 부모를 두고 홀로 상경한 외로운 처지다. 전과자라는 공통점과 더불어 불법 도박장에서 근근히 일하는등 나름 살려고 발버둥치지만 울타리는 없다.
공개 당일 스페셜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을 직선적인 영화라고 정의했다. 그는 “‘파수꾼’이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영역에서 깊이 고민한 영화였다면 이번에는 복잡한 플롯과 깊은 감정보다는 직선적인 시선을 담고 싶었다.
한국 사회를 지옥으로 대변하는 용어인 ‘헬조선’이 유행하던 시기에 시나리오를 구상했다”면서 “진짜 지옥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그래서일까. 영화는 제대로 한 탕을 성공한 친구들과 그들을 돕는 범죄자, 그위의 또 다른 권력, 그리고 비밀스런 추격자의 감정선이 팽팽하다.
서스펜스 장르라는 규범안에서 가장 공포스럽고 극적이면서도 이국적인 화면이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총기허가가 금지인 한국의 현실에서 이들이 총포상을 통해 총을 구하고, 직접 싸우는 장면 또한 ‘사냥의 시간’을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그 동안 극장에서 익숙하게 보던 할리우드 배우들의 총기난사의 수준이 아니다. 아마도 이 작품은 총을 소재로 삼은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역대급 현실감을 갖췄다.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서스펜스를 화면 가득히 담아낸 것은 배우들의 몫이었다. 한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이국적인 로케이션도 ‘사냥의 시간’의 힘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눈에 띄는 건 역시나 배우들의 앙상블이다.극중 이들은 시종일관 서로에게 욕을 해대고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정 사이에도 약육강식이 있음을 관객들은 이미 뉴스와 각종 사회면을 통해 봐왔다.
하지만 ‘사냥의 시간’은 그 거친 패대기 속에서도 어린 시절을 공유하고 서로의 약점을 익히 알고 있으며,비밀을 지키면서 동시에 복수도 마다하지 않는 끈끈함을 놓치지 않는다.
한때 친구였고 그 중 누구는 소외됐으며 또 희생하는 모습은 ‘젊음’과 ‘노련함’의 대립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신구의 대립은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원하는 걸 얻었음에도 “끝을 내야 끝낸 것”이라는 한(박해수)의 대사와 맞물려 서늘함을 더한다.
단지 불법 도박장의 소액 달러를 노렸던 젊은 청춘들이 경찰이자 법 위에 있는 존재들에게 제대로 사냥 당하는 모습은 영화 마지막에 가서야 반전을 더한다.
친구를 잃고 혹은 희생으로 얻은 목숨을 걸고 그토록 탈출하고팠던 지옥으로 결국 걸어들어가는 장면은 ‘사냥의 시간’ 프리퀄 혹은 2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가장 극악무도하면서도 본능에 가까운 악을 스크린에 스며들게 하는 박해수의 존재감은 뾰족한 단검같다.
비중이 크지 않지만 네명의 배우들이 가진 무게감을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해 내는 모양새다. ’사냥의 시간‘은 한국 영화 최초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그것과는 별개로 ’사냥의 시간‘은 충분히 큰 화면에서 최대한의 사운드를 갖춘 채 봐야 할 영화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결론은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그 값어치를 인정 받을 작품이란 소리다. 134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http://m.viva100.com/view.php?key=20200424010009029
코로나19 역풍 아니었으면 '제대로 극장 개봉'할 수작
배우들의 연기와 앙상블 흠 잡을 곳 없어
호불호 갈릴 장르지만 주제의식과 새로운 연출 사운드로 덮어
입력 2020-04-24 14:54 수정 2020-04-24 16:30
제목처럼 제대로 관객들을 ‘사냥’했다. 우여곡절 끝에 극장 개봉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스트리밍 넷플릭스를 통해 23일 오후 4시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 ‘사냥의 시간’이 인고의 세월을 벗을 것인가.
‘파수꾼’(2010)에 이은 윤성현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공개된 다음날부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독일어 자막에 ‘동해’가 ‘일본해’로 잘못 표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사이버외교 사절단 반크가 24일 넷플릭스에 항의와 함께 시정을 촉구했고, 넷플릭스는 즉각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하지만 영화만큼은 제대로 나왔다.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만하다.
하지만 ‘사냥의 시간’은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의 현재를 경제가 무너진 미래를 배경으로 청춘들이 겪을 불안함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명의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는 익히 알려진 기본 플롯이다.
원하는 것만 넘기면 끝날 줄 알았던 네 명의 친구들은 각각 이제훈, 안재홍, 박우식, 박정민이 맡았다.
이들은 고아 혹은 지방에 부모를 두고 홀로 상경한 외로운 처지다. 전과자라는 공통점과 더불어 불법 도박장에서 근근히 일하는등 나름 살려고 발버둥치지만 울타리는 없다.
공개 당일 스페셜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을 직선적인 영화라고 정의했다. 그는 “‘파수꾼’이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영역에서 깊이 고민한 영화였다면 이번에는 복잡한 플롯과 깊은 감정보다는 직선적인 시선을 담고 싶었다.
한국 사회를 지옥으로 대변하는 용어인 ‘헬조선’이 유행하던 시기에 시나리오를 구상했다”면서 “진짜 지옥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그래서일까. 영화는 제대로 한 탕을 성공한 친구들과 그들을 돕는 범죄자, 그위의 또 다른 권력, 그리고 비밀스런 추격자의 감정선이 팽팽하다.
서스펜스 장르라는 규범안에서 가장 공포스럽고 극적이면서도 이국적인 화면이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총기허가가 금지인 한국의 현실에서 이들이 총포상을 통해 총을 구하고, 직접 싸우는 장면 또한 ‘사냥의 시간’을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그 동안 극장에서 익숙하게 보던 할리우드 배우들의 총기난사의 수준이 아니다. 아마도 이 작품은 총을 소재로 삼은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역대급 현실감을 갖췄다.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서스펜스를 화면 가득히 담아낸 것은 배우들의 몫이었다. 한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이국적인 로케이션도 ‘사냥의 시간’의 힘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눈에 띄는 건 역시나 배우들의 앙상블이다.극중 이들은 시종일관 서로에게 욕을 해대고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정 사이에도 약육강식이 있음을 관객들은 이미 뉴스와 각종 사회면을 통해 봐왔다.
하지만 ‘사냥의 시간’은 그 거친 패대기 속에서도 어린 시절을 공유하고 서로의 약점을 익히 알고 있으며,비밀을 지키면서 동시에 복수도 마다하지 않는 끈끈함을 놓치지 않는다.
한때 친구였고 그 중 누구는 소외됐으며 또 희생하는 모습은 ‘젊음’과 ‘노련함’의 대립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신구의 대립은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원하는 걸 얻었음에도 “끝을 내야 끝낸 것”이라는 한(박해수)의 대사와 맞물려 서늘함을 더한다.
단지 불법 도박장의 소액 달러를 노렸던 젊은 청춘들이 경찰이자 법 위에 있는 존재들에게 제대로 사냥 당하는 모습은 영화 마지막에 가서야 반전을 더한다.
친구를 잃고 혹은 희생으로 얻은 목숨을 걸고 그토록 탈출하고팠던 지옥으로 결국 걸어들어가는 장면은 ‘사냥의 시간’ 프리퀄 혹은 2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가장 극악무도하면서도 본능에 가까운 악을 스크린에 스며들게 하는 박해수의 존재감은 뾰족한 단검같다.
비중이 크지 않지만 네명의 배우들이 가진 무게감을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해 내는 모양새다. ’사냥의 시간‘은 한국 영화 최초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그것과는 별개로 ’사냥의 시간‘은 충분히 큰 화면에서 최대한의 사운드를 갖춘 채 봐야 할 영화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결론은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그 값어치를 인정 받을 작품이란 소리다. 134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http://m.viva100.com/view.php?key=20200424010009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