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하루가 지나고 딱 그만큼 내내 생각했음에도, 나로서는 결국 네가 추구하려던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제부터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언어들이 네가 처음부터 우리와 함께 할 마음이 없었던 거라고 얘기한다. 넘쳐나는 정황들이 네가 이 팀을 이용했을 뿐이라고 증언한다.
그 결과, '무엇이 그렇게 싫었을까...' 돌아오지 않을 질문만을 허공에 흩뿌리며 기이한 자책을 하고야 말았다. 설마하니 함께 웃던 찬란한 순간들에, 너는 추호도 그렇지 않은 시점이 있었을까 되려 곱씹어 보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틀어진 판국에, 전혀 의미 없는 질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일개 팬인 나로써는 굳이 돌아볼 필요조차 없을 한낱 과거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혹은 우리가, 너에게 쏟았던 마음을 이렇듯 무너뜨려 버리기엔 그 애정이 너무나도 소중했던 탓이다. 너에게 쏟았던 게, '아무것도 아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음이다. 말그대로 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진 우리를 놓고싶지 않았음이다. 이것조차 널 떠나보내는 팬의 이기적인 마음이라 치부되는 밤이 야속하다.
낭만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너희가 준 우승이 오롯이 낭만이었음에. 그럼에도 어렵사리 트로피를 들게된 팀의 팬으로써, 그 여운을 조금 더 길게 느끼고 싶었다면 욕심이었을까. 앞으로는 그 추억조차 되새기기 어려울 것이라, 아름다운 이별은 어디에서나 어려운 일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인식으로 지배된 시각은 얼마나 냉정한가. 내가 알던 너는, 내 안에서 하루만에 다른 사람이 되어있고. 그리하여 지금까지 쏟은 마음으로부터 딱 정 반대의 감정이 너를 향하게 되었다.
망하라는 저주는 하지 않겠다.
그저 네가 후려친 이들의 마음만큼, 네 인생에 자근자근 후회가 함께하길 바란다. 네가 흘리게 한 이들의 눈물만큼, 그 소중함을 곱씹게 되는 일들로 찰랑이길 바란다.
우리의 여정은 네 손에서 진작에 끝났음에도. 아둔한 나는 오늘 하루를 오롯이 버리고 서서, 기어이 너의 계약까지 마주하고서야 너를 놓게 되었다.
많이 애정했다.
그리고 딱 그만큼 증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