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와 제우스의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 형들의 인터뷰와 웃음 속에 뒤늦게 페이커 옆에 서던 어린 제우스의 모습, 크리스마스 이브 형들과 함께하던 공방 게임, 팰월드의 세계에서 깨어난 푸른 피부의 대머리 남자가 물어보던 "이게 너야?", 어린 동생이 자신만만하게 한입만 달라고 하자 "네 형님 드시죠" 하며 건내주던 재밌는 페이커의 모습, 사우디컵 이후 페이커 가방에서 나오던 제우스의 모자, 촬영 중 페이커가 피아노를 치자 뒤에서 얌전히 손 모아 듣고있던 제우스의 모습, 제우스가 말실수를 할때마다 정정해주는 페이커의 모습 등등..
저는 2019년에 페이커가 갠방에서 했던 얼불춤을 지켜봤고 몇년 후 제우스가 소란스러운 모습으로 우당탕탕 똑같은 게임을 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그는 지난 날의 페이커처럼 게임 화면을 내리고 멋있게 연주를 하려고 했어요. 페이커가 언제부터 안경을 썻는지 월즈 뮤비를 보고 정확하게 알고 상혁이형은 지금 다시해도 잘할거라고 확신에 차서 말했었죠. 이런 순간들이 너무너무 많아요.
시간은 겨울 눈 덮인 베를린으로 돌아갑니다. 제우스는 페이커와 인스타 팔로우 후 귀여운 고양이 움짤을 댓글로 달았어요. 전 그때 이 아이는 한번도 거울을 본 적 없다 생각했어요. 고양이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기도 같은 고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이들을 지켜보는게 언제나 평온하진 않았습니다. 그럴때도 변함없는 동생의 지지가 있었어요. MSI에서 말이 많았을때도 제우스는 "우린 언제든지 트리스타나를 꺼낼 수 있다"며 자신감이 있다 했습니다. 여름에는 "상혁이형이 코르키를 하면 안정적으로 잘해주기 때문에 코르키 승률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라고 말했어요. 주변이 소란스러워도 변함없이 항상 그를 믿었습니다.
1년의 다큐를 멀리서 지켜보았습니다. 페이커가 다큐에서 "우제를 보면 어릴 적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지금은 어려서 괜찮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이라고 했고 그런 페이커를 보고 걸어가는 제우스는 새로운 장비와 자세에 적응하는 페이커가 올 한해 많이 힘들었을 것 이라며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 느끼고 있다고 했죠.
형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끈기를 배우고, 경쟁하기 위에 끝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잘 지켜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절박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말이죠. 그렇게 그 둘은 월즈의 모든 팀들 중 가장 완벽한 사이드 호흡을 자랑하는 미드와 탑이 되었습니다.
S13 결승이 끝나고 둘이 나란히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나눴던 축하의 말과 S12에 대한 평범한 대화는 얼마나 아름다웠나요? 인생의 가장 화려한 순간에 아무렇지 않게 평범한 축하를 건내고 지난 일을 농담처럼 말하고.. 한명은 롤의 대마왕이고 한명은 파엠을 받은 소신왕이라는게 믿기 어려운 지극히 평범했던 그 대화들
페이커 당신은 이제 더욱 넘기 어려운 높은 산의 정상이자, 지난 10년을 넘게 우뚝 서있는 우리 젊은이들의 우상입니다.
온 세상이 당신을 우러러보고, 모두가 당신의 태도를 칭찬하고, 당신의 업적을 높게 평가하고, 당신의 인기를 부러워하는 힘들고 지치는 세상에서 순수하게 당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시대를 초월한 어린 나와 같은 모습을 한 동생이 당신을 보며 생각하고 있어요.
'형제여 이렇게 높은 곳에 혼자 서 있기는 힘들겠구나.. 나는 당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잡담 중국의 맏막 팬이 쓰신 글인데 글이 너무 예뻐서 번역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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