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화 쓴 덬은 아니야
—————-
## 2화: 기묘한 제안
하루 종일 머리가 어지러웠다.
데뷔전의 처참한 실패, 감독의 가차 없는 계약 해지 통보.
롤파크를 빠져나오던 순간이 계속해서 떠오르며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와 함께 가방 속에 있는 피넛 선수의 시계와 오너 선수의 목걸이 생각도 끊임없이 맴돌았다.
그걸 돌려주지 못한 게 왠지 불안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집에 돌아온 나는 가방을 툭 내려놓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가방을 열어보니 그 빛나는 시계와 목걸이가 마치 나를 지켜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계는 오데마피게 로얄 오크,
목걸이는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호랑이 모양이었다. 평소에 동경하던 선수들의 물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만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긴장감이 들었다.
“설마…. 이걸 그냥 가져도 되는 건가?”
장난스레 혼잣말을 하며 목걸이를 손에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목걸이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더니 손끝이 따끔하게 찌릿했다.
놀라 목걸이를 놓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으로 기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우리를 찾았군. 넌 이제 선택받았다.”
“뭐야…? 누가 말한 거야?”
주위를 둘러봤지만, 당연히 내 방에는 나 외엔 아무도 없었다.
당황한 나는 목걸이를 억지로 손에서 떼어내려 했지만, 이상하게 손에 달라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네가 필요하다. 네가 잃은 것은 곧 되찾게 될 것이다. 단, 우리와 계약을 맺는다면.”
“계약? 대체 무슨 계약을 말하는 거야?”
내 말에 목소리는 조용히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너는 롤파크에서의 자격을 잃었다. 하지만 우리가 널 도와줄 수 있지. 피넛과 오너의 힘을 빌려 너도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줄 수 있어.”
피넛과 오너? 설마 이 목걸이와 시계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란 말인가?
이 상황이 믿기 힘들었지만, 목소리의 존재감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제안은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다.
나는 게임단에서 쫓겨났고, 프로로서의 경력은 이제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계약을 맺으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할 일은 뭐지?”
목소리는 흥미롭다는 듯 살짝 웃었다.
“간단하다. 우리는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네가 경기에서 승리할 때마다 우리도 힘을 얻을 것이고, 그 힘으로 너는 더욱 강해질 거야. 물론, 그 대가는 네 의지의 일부분을 넘기는 것이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내 의지를 넘긴다? 뭔가 위험한 소리처럼 들렸지만, 이미 나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그 계약, 받아들이겠어.”
그러자 갑자기 목걸이와 시계가 동시에 환하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 빛은 내 몸을 감싸더니,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지고 다시 시야가 돌아왔을 때, 나는 더 이상 내 방에 있지 않았다.
“여긴… 어디지?”
눈을 뜬 곳은 롤파크였다. 텅 빈 경기장, 아무도 없는 무대 위에 나 혼자 서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앞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피넛 선수와 오너 선수였다. 하지만 그들은 예전의 모습과 달랐다.
그들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그들의 눈동자는 무언가 다른 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린 이제 동료야. 우리와 함께라면 너도 다시 일어설 수 있어.”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건 분명 내 머릿속으로 직접 전해진 것이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들이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내가 이제 그들과 같은 힘을 가졌다는 것을.
“준비됐나?”
피넛이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너의 첫 번째 경기를 시작해보자.”
순간, 롤파크의 조명이 환하게 켜지며 관중들의 환호성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관중석은 가득 찼고, 모든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이 기묘한 힘이 나를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제 나는 다시 무대에 섰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 혼자가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