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남겨 둔 여름
「아이스크림 사러 나갈 건데 비 옴?」
1. 무명의 더쿠
ㅇㅇ 우산 가져가
2. 무명의 더쿠
안 오는데? 나 지금 밖임
나는 2덬을 믿었다. 편의점 문을 나서자 비가 쏟아졌다.
「2덬 나와 봐」
1. 무명의 더쿠
ㅋㅋㅋㅋ 어디 편의점인데
위치를 적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삭제 버튼을 누르려는데, 알림이 떴다.
2. 무명의 더쿠
거기 있어 우산 가져갈게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런데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누군가 노란 우산을 흔들었다.
“혹시…… 케톡?”
인터넷에서만 쓰던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니까 이상하게 부끄러웠다. 너도 웃다가 우산을 조금 높이 들었다.
“아이스크림 녹겠다.”
집까지 십 분이었다. 너는 자꾸 우산을 내 쪽으로 기울였고, 나는 다 녹은 아이스크림을 버리지 못했다.
현관 앞에서 이름을 물으려다가 대신 말했다.
“너 때문에 다 녹았잖아.”
“그럼 내일 하나 사 줄게.”
그날 밤, 내 글에 댓글이 하나 더 달렸다.
3. 무명의 더쿠
그래서 아이스크림은 먹었어?
나는 한참 답을 고르다가 썼다.
ㄴ 내일 먹으려고
에어컨이 켜진 방에서 젖은 운동화가 마르고 있었다. 휴대폰은 엎어 뒀다가, 금방 다시 뒤집었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