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나다 / 심보선
완만한 경사길 끝에
이름 모를 새가 잰걸음으로 총총거리고
먼지들이 햇살에 난반사하며 홀어진다
어떤 것도 나쁘지 않고
어떤 것도 좋지 않다
영원을 생각하면
그 생각에서 but어날 수 없다
시간이 시간을 미분하며 흐른다
산책만으로 한 권의 책이 완성되면 좋겠다
덧없음을 생각하면
그 생각에서 but어날 수 없다
구름이 하늘에 빛바랜 셔츠처럼 떠 있다
천사의 날개는 분명
더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희망에 대한 생각을 하면
곧바로 지워버린다
절망도 마찬가지
좋은 생각은 좋고
나쁜 생각도 나쁘지 않다
무엇을 배우는지 모르겠는
상상 속 학원
책을 펼치세요 하면
책을 펼치지 않을 수 없는
누군가의 속삭임
숨어 살 만한 작은 구석들이
세계 곳곳에 넘쳐난다
어떤 생각은 나쁘고 어떤 생각은 좋다
어떤 삶이 어떤 삶으로부터
나타난다
모든 것이 스스로
존재의 황금비를 찾아간다
시 적어 보내다가 알게 됨 그래서 어케 썼는지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