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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서양 사람들이 제아무리 장황하게 말하여도, 이는 모두가 석씨(釋氏)가 밟고 지나간 조잡한 발자취로서, 논리의 정미함에 있어서는 도리어 석씨 쪽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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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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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차라리 달마(達摩)나 혜능(慧能)의 식심(識心)이니 견성(見性)이니 하는 말을 따를지언정, 어찌 밤낮없이 간절히 기도하기를 무당이나 다름없이 하는 서양 사람들이 하는 짓을 따라서야 되겠는가. 그렇게 해서 과연 지옥(地獄)가는 것을 면한다고 하더라도 뜻이 있는 선비는 하지 않을 것이네. 그런데 더구나 우리 유학(儒學)을 하는 사람들이겠는가. 이는 성문(聖門)의 도깨비요 유림(儒林)의 해충들로서 하루 속히 쫓아내야 할 것이네.


무릇 도가(道家)에서 노군(老君)을 존경하는 것이나, 석씨들이 석가(釋迦)를 존경하는 것이나, 서양 사람들이 예수[耶蘇]를 존경하는 것이나, 그 뜻은 다 한 가지이네. 서양 사람들의 학문이 뒤에 나왔으면서도 도가나 석씨보다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서 무상(無上)의 천주(天主)를 내세웠네. 그리하여 제가(諸家)들로 하여금 아무 소리 못 하게 하면서 천자(天子)를 끼고 제후(諸侯)를 호령하듯이 하고 있으니, 그 계책이 역시 교묘하기도 하네.


내가 그들의 책을 대충 보았더니 흠집 투성이라서 책 안에 있는 말들이 망녕스럽고 허탄스러워 성현을 헐뜯은 것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참된 길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고 하고 있으니, 어쩌면 이렇게도 꺼림이 없단 말인가. 그런데도 우리 유자들이 이를 분명하게 변석하여 배척하지 못하고, 도리어 옷깃을 여민 채 손을 묶고 앉아 있으니, 모르겠거니와 거기에 무슨 확실하고 분명한 이치가 있어서 그런 것인가. 대개 서양 사람들은 실로 이류(異類)가 많아서 총명과 재변, 기예와 법술에 있어서 중국으로서는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거기에 굴복되어 그들의 학문까지 믿게 되었다고 하지만, 어찌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들의 학설이 황당무계하고 괴상망측하기로는 실로 저 노씨와 석씨 이가(二家)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네. 그런데 지금의 유자들은 노씨와 석씨는 이단(異端)으로 배척하면서도 도리어 이쪽은 참된 학문이라고 하고 있네. 사람들의 마음이 미혹되어 빠져드는 것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이는 바로 세도(世道)의 부침(浮沈)과 학문의 사정(邪正)이 나뉘어지는 하나의 큰 전기라고 하겠네.
아, 이 세상에 인류가 살아온 지 이미 오래이네. 그런데 기화(氣化)의 운행에 따라 풍속이 각박해지고 인심이 야박해져서, 태평한 날은 적고 혼란한 날은 많으며, 군자의 도는 소멸하고 소인의 도가 자라며, 정학(正學)은 꺼져 가고 사설(邪說)이 판을 치네. 그리하여 시대가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더 못된 데로만 내려가니, 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서양의 예수[耶蘇]란 이름은 바로 세상을 구제한다는 뜻인데, 높이 떠받드는 것은 천주이고,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함에 있어서 천당과 지옥의 설을 만들어 놓은 것은 저 노씨나 석씨와 같네. 그들이 사람들을 꾀어내기 위해 하는 말은 기껏해야 천주, 천당, 지옥으로, 큰 뜻은 단지 이것일 뿐이네. 


이제 내가 그들의 말에 따라 해명해 보겠네. 저들이 천주가 있다고 하면 우리에게도 천주가 있네. 천주는 상제(上帝)를 말하는 것일진대, 《시경》, 《서경》에서 상제를 말하였네. 성인(聖人)이 하늘을 말한 것은 분명한 문(文)이 있으니, 어찌 실제로 없는 것을 가상해서 말한 것이겠는가.
그들이 천당이 있다고 말하면 우리에게도 천당이 있네. 《시경》에 이르기를, ‘문왕이 오르내리며 상제 곁에 계신다네.[文王陟降 在帝左右]’라고 하였고, 또 ‘삼후가 하늘에 계시는도다.[三后在天]’라고 하였으며, 《서경》에도 이르기를, ‘많은 선대의 어진 임금들이 하늘에 계신다.[多先哲王在天]’라고 하였네. 이미 상제가 계신 바에야 어찌 상제가 사는 곳이 없겠는가.
또 저들이 지옥이 있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지옥의 형벌이 성왕(聖王)이 형벌을 만든 뜻과는 달라 몹시 의심이 가네. 성왕은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형벌을 두었으니, 그 얼마나 인자한가. 그런데 저 지옥의 형벌이란 것은, 살았을 때는 무슨 짓을 하든지 내버려 두었다가 죽은 뒤에야 그 영혼에게 죄를 소급해서 따지니, 이는 백성들을 죄망(罪網)으로 그물질하는 것과 무슨 다름이 있겠는가. 지금 그들의 책을 보건대, 이른바 지옥의 형벌이란 것이 자못 인간 세상의 형벌과는 비교가 안 되네. 지극히 인자하여야 할 상제의 마음이 어쩌면 그리도 참혹하고 모질단 말인가.
그들은 또 ‘사람들의 영혼은 영원히 존재하면서 선악을 행한 데 따른 보복을 받는다.’고 하는데, 만약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인류가 지구상에 태어난 이래로 그 수가 아주 많은데, 지옥과 천당이 제아무리 넓다고 해도 그 영혼들을 어디에 수용할 것인가. 인간 세상을 두고 미루어 말하더라도,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다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사람들의 숫자가 아주 많을 것인데, 이 세상에 다 수용할 수 있겠는가. 일찍이 불가의 서적을 보니 ‘바리[鉢] 하나 위에 보살 60만을 수용한다.’고 하였는데, 그것이 과연 이와 같다는 것인가. 이것은 물론 망녕된 말이네. 그러나 굳이 배척할 것 없이 그들의 말에 따라 말해 보겠네.
선한 자에게 상을 내리는 천당이 있으면 역시 악한 자에게 벌을 내리는 지옥도 있다는 것은 혹 그럴 수도 있네. 그러나 천당과 지옥을 그 누가 보았는가. 전기(傳記)에 남아 있다거나 민속(民俗)에 전해지는 것과 같은 데에 이르러서는, 이는 결국 황당무계한 말이니 논외로 쳐야 할 것이네.
《진서(晉書)》에 보면 왕탄지(王坦之)가 승려 축법사(竺法師)와 학문을 가지고 사귀는 친구로 지냈는데, 일찍이 천당과 지옥에 대한 의심이 있었네. 이에 먼저 죽은 자가 와서 알려 주기로 서로 약속하였는데, 하루는 축법사가 와서 하는 말이 ‘나는 이미 죽었다. 지옥에 관한 설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니 다만 부지런히 도덕을 닦아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마땅하다.’ 하였네. 그렇다면 이는 지옥이 없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것은 말할 만한 것이 못 되네. 지옥이 있고 없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말이 필요 없고 단지 ‘성인은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하지 않는다.’고 한 말만 있으면 되네. 괴(怪)란 드물게 있는 일을 말하고, 신(神)이란 무형의 물체를 말한 것으로, 드물게 있는 일이나 무형의 물체에 대해 계속 말하게 되면 그 폐단이 장차 어디에 이르겠는가. 이 때문에 성인이 이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던 것이네. 우리 유자(儒者)들이 상제를 섬기는 도리로써 말하면, 상제가 내려주신 성품과 하늘이 명하신 성품은 모두 하늘에서 품부받은 것으로서, 나에게 고유한 것이네. 《시경》에 이르기를, ‘상제가 네 곁에 계시니 네 마음에 의심을 두지 말라.[上帝臨汝 無貳爾心]’ 하였고, 또 ‘상제를 대한 듯이 하라.[對越上帝]’고 하였고, 또 ‘천명을 두려워하라.[畏天命]’고 하였는바, 이 모두가 우리 유자들의 계구(戒懼), 근독(謹獨), 주경(主敬), 함양(涵養)의 공부가 아닌 것이 없네. 상제를 높이 받드는 도가 어찌 이보다 더한 것이 있겠는가. 이는 서양 사람들의 말을 기다릴 것도 없이 자명한 일이네.
가슴 아픈 일은 서양 사람들이 상제를 자기들의 사주(私主)로 생각하면서 중국 사람들은 상제를 모른다고 하는 것이네. 그들은 반드시 하루에 다섯 번 하늘에 예배하고 7일에 한 번 재소(齋素)하고, 밤낮으로 기도하여 지은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비는데,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하늘을 섬기는 실제적인 일이 되니, 이는 불가(佛家)에서 참회(懺悔)하는 일과 다를 것이 뭐가 있는가.
우리 유가의 학문은 광명정대하기가 마치 높고 넓은 천지(天地)와 같고, 천지를 비추는 해나 달과 같아서 털끝만큼도 가리워져 있거나 보기 어려울 만큼 모호한 것이 전혀 없네. 그런데 어찌하여 이 길을 버려 두고 도리어 참된 길이 저쪽에 있다고 하는 것인가.
그들의 학설에 말하기를, ‘이 세상은 현세인데, 현세의 화복(禍福)은 잠시일 뿐이다. 어찌 만세(萬世)를 두고 고락(苦樂)을 받는 후세(後世)의 천당과 지옥의 화복에 비하겠는가.’라고 하는데, 나는 이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네. 천주가 이 세상에 상계(上界), 중계(中界), 하계(下界)의 삼계(三界)를 만들어 상계에는 상계대로의 일이 있고, 중계와 하계에도 각각 일이 따로 있네. 이른바 상계와 하계의 일은 인간으로서 헤아릴 수 있는 일이 아니네. 중계에서 사람들이 하는 일로 말하면, 인간 노릇을 하는 길은 수기(修己)와 치인(治人) 그것뿐이고, 수기와 치인하는 일은 모두 책에 있네. 만약 그에 의지하여 행한다면 자연 행할 만한 도리가 있을 것이네. 그러니 이른바 서학에서 말하는 세상을 구제한다는 술법이 어찌 이것보다 낫겠는가.
그들은 명분은 비록 세상을 구원한다고 하지만, 속 내용은 오로지 개인의 사욕을 위한 것으로, 도교나 불교와 다를 것이 없네. 그들이 말하는 세상을 구원한다는 것은 성인의 명덕(明德)이나 신민(新民)의 일과는 공사(公私), 대소(大小)의 차이가 과연 어떠한가. 그 말류의 폐단은 장차 없는 것을 있다고 하고 허한 것을 실하다고 속여 온 세상을 환망(幻妄)의 영역으로 몰아넣고 말아 인심을 선동할 것이네. 그리하여 후세에는 이른바 연사(蓮社) 같은 무리들이나 미륵불(彌勒佛)을 사랑하는 자들이 반드시 꼬리를 물고 일어나서 요적(妖賊)의 효시(嚆矢)가 되어 난리가 그칠 날이 없게 될 것인바, 못된 짓을 창안한 죄를 반드시 받게 될 것이네.
우리가 이미 이 현세에 태어났으면 당연히 현세의 일을 하면서 경전에서 가르친 대로 따라 행하면 그만이네. 천당과 지옥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설령 어떤 사람이 이들을 일망타진할 계책을 세워서 몸을 망치고 이름을 더럽히게 될 경우, 그때 가서 천주가 능히 구원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천당의 즐거움을 미처 누리기도 전에 이 세상의 화가 먼저 이를 것이네. 그러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으며,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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