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과몰입, 불안, 강박
상태로 몰아넣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임
그러니까
2분 대화가 문제가 아니라 거기 들어가는
비용, 준비, 상상, 경쟁, 자기평가 같은게
더 문제라는거
일단 팬싸 전에는 정신이 반쯤 잠식됨
몇백만 원을 썼다는 사실 때문에 그 사람은
팬싸를 평범한 만남으로 취급할 수가 없음
뭔가 남겨야 한다
기억돼야 한다
그 자리를 망치면 안된다
너무 큰 돈을 쓰기 때문에
그에 맞는 의미를 만들어내야 함
안 그러면 그 지출이 합리화가 안됨
그래서 머리 화장 옷 멘트 표정 향수 타이밍
목소리 톤까지 다 점검하게 됨
사람 하나 2분 만나는데 준비 강도가
웬만한 면접 오디션보다 더 빡셈
그리고 당일은 더 심함
2분은 원래 별거 아닌 시간이거든? 근데
앞에 대기와 상상과 돈이 붙어 있으니까
그 2분이 체감상 몇달 인생의 판정처럼 느껴짐
내가 예뻐 보이나?
지금 웃는게 이상한가?
이 멘트 괜찮았나?
쟤가 진심으로 반응한 건가? 서비스 멘트인가?
나 기억한척 한 건가? 진짜 기억했나?
모든 순간이 대화가 아니라 현장 채점임
그리고 본인의 상상에 비해서 팬싸 시간은
너무나도 짧고 빠르고 허무하게 지나감
팬싸 후에는 더욱 위험함
끝나고 나면 행복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뇌가 본격적인 복기 모드에 들어가서
그 표정 하지 말걸
목소리 왜 그랬지
옆 팬보다 반응 별로었나?
기억 못한거 같았는데?
너무 들이댔나?
이렇게 한 장면을 수십 수백번 되감음
이벤트는 2분인데 심리적으로는 몇 주를 가게 됨
심한건 이런게 한번으로 안 끝난다는거임
원래는 한 번만 보고 싶었다고 치더라도
1. 너무 허무해서 다시 안 감
2. 이번에 망쳤으니 다음에 잘 해야지
2번 테크로 빠지는 순간 팬싸는
소비가 아니라 복구 시도가 됨
이전 경험을 만회하려고 또 돈 쓰고, 준비하고
또 해석하고 그래서
경제적 손실
자존감 상실
해석 중독
이 셋이 합쳐지면 점점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에서
아이돌의 반응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사람으로 바뀌게 되는거
이까지 가면 정서가 안 뒤틀리는게 이상한거지
몇백만원 써서 2분 만나고 마음이 멀쩡하면
그건 정신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그냥 아직 덜 빠진거임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