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규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어본 결과.
수록곡들 전반적으로 리스너블한 구성임.
리스닝하기에 괜찮음. ㅇㅇ
내일 있을 경복궁-광화문 공연과 함께
이 앨범 제목이 왜 ‘아리랑’인가 핫한 주제인 거 같아서
나 또한 이 앨범이 왜 ‘아리랑’인가 궁금해서,
수록곡 가사들도 전체적으로 다 훑어보고 생각해 봄.
일단 <아리랑>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민요이자,
모두 알다시피 한의 정서를 담고 있는 노래임.
우리가 민요 <아리랑>이 탄생한 시기에 살지는 않았지만,
한국인들이 들었을 때, 모두가 공감하는 공동의 정서가 있음.
외세침략, 일제감정기, 분단 등 역사적으로 집단적 상실과 단절의 경험으로
오랜 시간 한국인에 축적된 슬픔과 억울함의 정서가 있어서 그런지,
한국인들은 공통적으로 ’버티는 슬픔’의 정서를 가지고 있다 생각해.
그런데, 이 앨범 어느 곡에서 대중들이 <아리랑>이라는 단어가 담고있는 한의 정서를 느껴야하는지 모르겠음.
첫번째 트랙인 body to body은 아리랑이 직접 샘플링되어 들어감.
가사의 전체적인 내용은 관객과 아티스트가 하나 되어,
증오, 싸움 같은 것을 멈추고 같이 이 무대를 즐기자 이런 내용인데,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이 멜로디와 가사가 막바지에 나오는데,
노래의 다른 가사와 어떤 맥락을 같이 하는지 전혀 맥락적 연결고리가 없어.
뜬금없이 느껴지는게 아쉬움.
세번째 트랙인 ‘Aliens’ 이라는 노래에서 ‘김구 선생님’ 이라는 한국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을 언급하며,
그룹이 이뤄놓은 세계적 성과를 표출하는 노래 정도라 이 곡도 아리랑의 정서랑 연결되지 않음.
그리고 여섯번째 트랙인 ’No.29’도 한의 설화로 유명한 에밀레종 이야기의 실제 종인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만 나오는 트랙인데,
interlude 역할을 하며 한의 정서를 앨범의 콘셉트라고 명확히 제시해.
근데 그 이후 트랙인 ‘swim’이랑 감정선을 잇지 못하고 단절됨.
7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swim’은 현시대의 아리랑이라는데,
너무 안일한 설명이라고 느껴짐. 아리랑이 담고있는 한의 정서나 그리움과 슬픔의 느낌보다는 흔한 r&b pop 노래라는게
이 앨범을 기대한 사람들에게 가장 실망시킨 포인트라고 생각해.
타이틀 곡은 앨범을 대표한 곡인데,
‘아리랑’이라는 앨범 타이틀을 보고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간극이 가장 클 거 같음.
한국어 가사를 안쓸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아리랑을 표방했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쉬운 지점.
그리고 나머지 곡들은 뭐 즐기자는 곡이나,
사랑에 대한 노래,
그룹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자기 변론 등 개인적 서사가 중심인데,
만약 이 그룹의 개인적 고난을 ‘한’의 정서로 치환했다면,
국가적 정서와 개인 서사를 무리하게 동일시 한 거라,
적절한 접근이라고 보기 어려운 지점이라 생각해.
어째든 앨범 전체를 감싸는 아리랑적 정서의 맥락과 연결성이 희박함.
샘플링이나 사운드 모티프를 가져왔지만,
가사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이어지지 않아 콘셉트가 충분히 설득되지 않음.
더불어 광화문 광장은 대통령퇴진 시위 등 여러 촛불 시위들로
국민들에게 함께 만들어나간 뜻이 깊은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공간인데,
이 곳에서 <아리랑>이라는 타이틀로 공연한다면, 당연히 특정한 역사적, 정서적 무게감이 따르게 된다 봄.
그런데, 이 앨범은
그 공간과 아리랑이라는 주제가 지닌 무게를 충분히 흡수하거나 재해석하지 못했음.
그래서 대중들로 하여금 좀 간극을 느끼게 하는 듯.
특히, 경복궁 내 왕의길을 걸어 나오는 연출적 퍼포먼스가 아리랑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자칫하면, 난 지금까지 여러 역경의 과정을 거치고 한스러웠지만 그걸 이겨내고
국가를 대표하는 왕이 되었다는 인식으로 느껴지게 만들 수 있는 퍼포먼스라
그 연출이 대중에게 맥락적으로 와닿지 않을듯.
어째든, 광화문 공연으로 대중적 관심을 환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앨범이 가진 메세지는 그 기대만큼 강하게 와닿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
회사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