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표현이 과한 면도 있는데 맞는 말도 있고..
이 과정에서 아이돌은 무대 위 ‘아티스트’가 아닌, 돈을 내면 응답해주는 ‘가상 연인’으로 포지셔닝 된다. 철저한 비즈니스 논리로 구축된 관계에서, 아이돌의 실제 연애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자 ‘불량한 상품’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팬들 입장에선 ‘나만 바라보는 연인’을 구독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에 환불을 요구하는 격이다. ‘배신’이자 ‘불륜’ ‘바람’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획사의 이중적인 태도다. 마케팅 단계에서는 팬들의 ‘과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유사연애 코드를 적극 활용한다. 멤버들 간의 관계성을 부추기거나, 팬을 ‘여자친구/남자친구’로 대입시키는 콘텐츠를 쉴 새 없이 쏟아낸다. 본능적인 감정인 ‘사랑’을 인질 삼아 지갑을 열게 만드는 고도화된 비즈니스다.
실컷 관심을 끌어놓고, 리스크가 터지면 회사는 뒤로 빠진다. “사생활은 확인 불가”라는 간단한 답으로 선을 긋고, 아티스트의 인권을 방패 삼는다. 수익은 ‘가상 연애’로 벌고, 책임은 ‘인권’으로 회피하는 모순을 보여준다.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건 결국 아이돌 개인이다. 허울 좋은 가수일 뿐이다. 퍼포먼스보다 감정 노동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쉬는 시간에도 휴대전화를 붙잡고 가짜 사랑을 속삭인다. 그러다 연애사실이 밝혀지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다. 회사가 깐 판에서 춤췄을 뿐인데, 책임은 오롯이 아티스트가 감당하는 구조다.
‘유사연애’는 K팝을 글로벌 산업으로 키운 일등 공신이지만, 이젠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비즈니스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아이돌은 늙지 않는 인형이 아니다.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아티스트를 ‘애인 대행’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행위에 돌아볼 때가 왔다. 팬덤 또한 비용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아티스트의 사생활을 소유하려는 인식을 재정돈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 이미 ‘유사연애’의 달콤한 맛에 도취된 K팝 산업이 쉽게 포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 음악과 퍼포먼스의 본질 대신 ‘가짜 사랑’에 의존하는 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 모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