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opinion/choibosik/2020/12/21/BTTRU4R26BBGVJAEKR2WYQDKUM/
불하하하
-김혜자 선생은 아주 드물게 (최보식 기자 본인에게) 문자를 보내오는데 나라 걱정이 많더군요. 언론에 몸담고 있지만 시원한 답변을 못 해줬습니다.
“내 아내(김민자)도 뉴스를 보는 시간이 길어졌고 걱정이 많더군요.”
-이런 분들까지 ‘나라가 어떻게 될까’ 걱정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지금 정치가 크게 잘못됐다는 방증이겠지요.
“정치란 국민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려는 것인데, 지금 시국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내 주위 사람들도 다들 불안해합니다. 그렇지만 마음속 말을 바깥으로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됐어요. 말 잘못하면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민주화 이후로 지금까지 다른 정권 시절에는 느껴보지 못한 불안감이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 통념적으로 받아들여 온 가치나 예의, 상식 기준이 급격히 허물어져버린 것 같아요. 아예 대놓고 이를 조롱하고 폄하하는 무리도 생겨났습니다.
“세상이 갑자기 왜 이렇게 가고 있는지 답답하죠. 현 정권 출범할 때만 해도 많이 기대했는데’'', 문 대통령이 나라를 어디로 이끌어가는지 잘 모르겠어요. 국민은 가는 길이 어디인지를 좀 더 분명하게 알았으면 해요. 모르니까 불안한 거죠.”
-문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며 가야 할 길의 청사진을 이미 보여줬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것 같군요.
“우리가 못 알아들어서 그러는지 모르겠으나, 언론에서 아무리 지적하고 의문을 제기해도 대통령의 대답을 들을 수 없어요. 국민은 그걸 알 권리가 있잖아요. 대답이 정 어려우면 ‘지금은 이런 이유로 말을 못 하겠다’ 하든지’’'. 그러다가 대통령이 겨우 답변을 내놓을 때도 있지만 그게 무슨 뜻이고 무슨 의도가 담겨있는지를 모르겠어요.”
-설마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못 알아듣는 것은 아니겠지요?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잘 모르겠다는 거죠. 국민이 다들 불안하고 무언가 알고 싶어 하는데, 왜 터놓고 알아듣게 얘기해주지 않느냐는 겁니다. 지도자의 뜻을 알아야 국민이 따라가잖아요. 국민에게 납득이 안 되는 전략을 쓰니 불안한 거죠.”
-문 대통령이 하는 말과 실제로 이뤄지는 것은 다릅니다. 세간에서는 문 대통령이 말하는 것과 반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들 하지요.
“아마 대통령도 고민이 많을 거예요. 그렇지만 대통령은 자신의 속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나요. 차라리 노무현처럼 ‘힘들어서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하는 게 더 낫겠어요. 지금 모든 국민이 불안하게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점심 자리에서 그는 앞서 빠뜨렸던 정말 중요한 얘기를 꺼냈다.
“오늘 최 형을 만난다니까 아내가 ‘말씀 조심하고 묻는 말에만 간단하게 대답하라’고 걱정했어요. 우리처럼 얼굴 내놓고 사는 사람은 참 말하기 어려워요. 그리고 나는 지금껏 자기주장을 별로 안 내세우고 살아왔어요. 남들과 충돌하지 않고 세게 고집부린 적도 없었어요. 하지만 요즘 시국을 보면 너무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