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잡담 시사인) 어른들이 옳았고 나는 틀렸다
277 3
2025.01.11 14:33
277 3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712


10년 전 입사 면접에서 거짓말을 했다. ‘세계관이 완전히 뒤바뀐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병을 앓고 생각이 넓어졌다’고 말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병은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세계관이 바뀌진 않았다. 천성이 고집스러워 그렇다고 여겼는데, 사실 경험 부족이 원인이었다. 2024년 12월3일 계엄을 겪으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자로 일하며 만난 취재원 가운데에는 1970~1980년대에 대학을 나온 ‘어른’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한 주 기사를 채우는 데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로서 남다른 지성과 통찰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세대에 속하는 취재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공유하는 듯한 어떤 전제에는 좀처럼 동의할 수 없었다. “저쪽(보수세력)은 수틀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인간들”이라는, 적개심과 약간의 공포가 뒤섞인 감정이었다. 나는 이걸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해석했다. 북한에 대한 공포, 일제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세대처럼 군사정권의 후신을 극히 경계하는 세대도 이해는 갔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거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제 와서 보니 ‘설마 그럴 리 없다’는 내 생각이 편견이었다. 2024년 12월3일 밤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눈이 돌아간 대통령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불이 난 휴대전화 메신저를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은 항상 옳았고 나는 완전히 틀렸다’는 감각에 머리가 얼얼했다. 50~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시민들은 그날 밤 국회 앞에서도 계엄군을 저지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기색으로 보였다. 절대 겪지 않을 줄 알았던 사건 앞에 멍해 있던 나와 대조적이었다.


한편으로 윤석열이 고맙다. 과거 한 취재원이 했던, “차곡차곡 쌓이는 앎도 있지만 알던 사실이 무너져내리는 앎도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자가 폭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무너뜨려주었다. 보수적인 여당일지라도 헌정의 근원적 위기 앞에서는 정권 재창출보다 헌법 방어를 우선시할 것이라는 믿음을 깨뜨려주었다. 꾸준히 이 사실을 경고해온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통찰력 있었다는 사실을 국민 대다수가 알게 됐다.


각자 직업도 정치색도 극과 극으로 다른 대학 동기들이 저마다 가족과 함께 탄핵 집회에 나갔다. 집회에 나가지 않는 이들과도 오랜만에 메신저로 긴 대화를 나누었다. 이 체험은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어떤 세계관을 심어줄 것이다. 아래 세대에게는 집단적 ‘편견’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 편견이 우리 공동체를 다시 구해낼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목록 스크랩 (0)
댓글 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이소이 X 더쿠💖] 세럼이 아니다. 쎄럼이다! 더 쎄져서 돌아온 아이소이 NEW 잡티로즈쎄럼! 50명 체험단 모집 423 03.15 21,179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292,70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5,852,64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219,26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099,704
공지 알림/결과 2025년 하반기 주요 공연장 일정 2 24.11.22 494,258
공지 알림/결과 ✨아니 걍 다른건 다 모르겠고....케이돌토크 와서 돌덬들한테 지랄 좀 그만해✨ 143 24.08.31 967,937
공지 알림/결과 2025년 상반기 주요 공연장 일정 56 24.08.04 1,429,331
공지 잡담 핫게 글 주제에대한 이야기는 나눌수있어도 핫게 글이나 댓글에대한 뒷담을 여기서 하지말라고 10 23.09.01 3,043,757
공지 알림/결과 🔥🔥🔥[왕덬:공지정독바라 차단주의바람] 🔥🔥🔥왕덬이 슼방/핫게 중계하는것도 작작하랬는데 안지켜지더라🔥🔥🔥 95 18.08.28 5,682,93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363856 잡담 제모는 걍 공장형 가도 되지? 21:53 0
23363855 잡담 ㄱㅌㅎ내돌초성이랑 똑같아서 자꾸 놀람 21:53 6
23363854 잡담 퓌발 아이브 이리유가 에스파콘에 가게된이유가 몽땅 귀여워서 죽겠다 21:53 15
23363853 잡담 블핑콘서트 의탠딩이겠지? 스탠딩 있었으면 좋겠다 1 21:53 8
23363852 잡담 레이저 제모하러 갈때 밀고가야한다며 근데 면도기로 겨 제모하고 조금 남는건 어떻게해?? 21:53 25
23363851 잡담 담주쯤에 패딩 맡겨도 될려나 21:53 13
23363850 잡담 하투하 이안이 짤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네 21:53 16
23363849 잡담 폭싹 금명이 아이유인게 너무 몰입안됨ㅠ 2 21:52 291
23363848 잡담 ㅅㅈㅎ 버티면 ㄱㅅㅎ이 유리한거 알아서 저러는거같음 21:52 142
23363847 잡담 케이스티파이처럼 폰 상단에 핸드폰고리 걸수있는 폰케없나? 21:52 14
23363846 잡담 덕질하기 전에 그냥 유툽영상 몇개보고 재밌다 멋있다~ 이럴때가 제일 재밌는거같음 2 21:52 40
23363845 잡담 ㄱㅅㅎ 나중에 질질 끌어서 대중들이 피곤해한다라고 안되었으면 21:52 83
23363844 잡담 면도기로 어떻게 잘 깎는거야? 21:52 16
23363843 잡담 왜 갑자기 겨털플이야 21:52 22
23363842 잡담 오늘 결정함 에스파 1 21:52 42
23363841 잡담 부산 체감온도 -10도네 6 21:52 134
23363840 잡담 왕 닝닝 이 짤 알티맘찍 겁나 많이탐 3 21:52 160
23363839 잡담 탱구 쫌만 꼬시면 고척돔 가능할 거 같은데 2 21:52 49
23363838 잡담 김복형 조한창 김복형 조한창 김복형 조한창 김복형 조한창 김복형 조한창 김복형 조한창 김복형 조한창 김복형 조한창 1 21:52 17
23363837 잡담 아 굿데이 진짜 이해가 안 됨 5 21:52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