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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가사도 흥미롭다. 전체적인 주제 의식이 희망과 만남, 그리고 사랑임에도 노래는 시종일관 슬픔, 상처, 헤맴, 거친, 벽 같은 단어들을 나열하며 노래의 비장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이 노래의 핵심적 주제 의식은 결국 희망과 환희 그리고 내일에 대한 다짐과 의지다. 그래서 노래는 처지지 않고 시종일관 질주하며, 뮤직비디오 속 소녀시대의 모습 역시 상징적인 ‘발차기’를 포함한 긍정적 에너지와 젊은 기백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곡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왜 국가적 위기와 혼란의 상황에서 많은 이에게 꺼지지 않는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가이자 투쟁가로 불리게 됐는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다. 이 노래에서 화자는 닥쳐온 고난과 아픈 과거의 상처를 애써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들을 마냥 붙잡고 슬퍼하기보다는 그 슬픔을 잊고 보내버리면서 과거와의 적극적인 작별에 대한 굳은 의지를 드러낸다.
8년 전 그 비장했던 촛불의 행진을 바라보면서도 똑같이 했던 말이지만, 이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새로운 시대의 민중가요가 됐다. 그 위상은 이제 더욱 확고해졌다. 그것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리고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순간에. 그것은 작곡가인 켄지도, 작사가인 김정배도, 이 그룹을 기획했던 SM엔터테인먼트조차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과거 김민기가 《아침이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노래를 민중가요로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시위나 집회 현장에서 이 노래를 목 놓아 부르는 모습에 부담감을 느낀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대중적 민중가요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대중음악의 의미는 역사적 맥락을 통해 늘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2025년 현재, 소녀시대는 K팝 역사의 명곡이 아니라 연대와, 사랑과, 그리고 굴하지 않는 의지의 표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