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광화문에서 행진할 생각으로 나왔다가
생각보다 내가 늦게 도착해서 남태령으로 노선 돌린 거라
깔고앉을 의자도 없고 옷도 얇고 심지어 목도리도 안하고 감
응원봉이랑 핫팩 두개랑 후랜치파이 두개 챙겨감
2번 출구로 나가라그래셔 나갔는데 계단이 끝도 ㄷ없이 이어짐
존나 좁고 가팔라서 무서웠어ㅠ
체감상 고척4층
근데 계단 끝나니까 또 계단나오고 또 나와서 이미 지침
근데 그렇게 나가보니 존나 깜깜함..
밤이라 깜깜한 게 아니라 걍 주위에 불켜진 가게가 하나도 없어서
ㅈㄴ 깜깜함
밝은 거라고는 저 멀리 보이는 경찰차벽밖에 없었음
시위한다는 사람은 하나도 안보이고(차벽에 가려서)
경찰만 존나 많고
그동안 내가 나가본 국회시위랑은 완전 다른거야....
여차저차해서 갔는데 트랙터는 다 깨져있고
사람은 존나 적음
겨우 몇백명이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인터넷엔 집회신고가 안돼있어서 응원봉 꺼내면 안된다, 구호외치면 안된다는 글이 계속 올라와서 무섭고
바닥엔 눈이 얼어있었음... 진짜 개추웠다는 뜻
경찰차벽 앞이 제일 따듯햇음
경찰차가 바람 막아줘서;;
여튼 사람이.ㅈㄴ 없는데 농민분들은 그 사람들이라도 붙잡고싶어서 무슨 말이든 계속 하고
와중에 노래는 안나오고...
사람이 적으니까 당장이라도 경찰이 밀면 걍 죽을 것 같아서
속으로 도망루트까지 정해놓음..
근데 사람이 점점 계속 들어차는 거임
배고파 디질 거 같아서 훌쩍거리고 있었는데 김밥이랑 빵도 얻어먹고 물도 받고
밤샘은 못하고 막차시간 맞춰 집에 돌아왔는데
거기 있던 내내 진짜 펑펑 울었음
무섭고 이 정부가 징그럽고 경찰이 환멸나는데
이 추위에 용감하게 여기까지 모여든 시민들의 연대는 아름다워서
눈물이 질질질질 흐르더라
나는 추워서 집에 돌아가는데
돌아가는 사람보다 들어오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어
거기서 밤샐 작정으로 두 눈을 형형하게 빛내면서 이불이랑 각종 짐을 싸들고 오는 여성들이 끝없이 이어짐
지하철에서도 존나 움
조금만 더 따듯하게 입고갈걸 나도 밤새 거기 있을 수 있었을텐데.. 후회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