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들을 살해한 죄로 지난해 징역 20년 형을 받은 뒤 잠적했던 데시 바우테르서 남미 수리남의 전 대통령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년 79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5일(현지 시간) 알베르트 람딘 수리남 외무부장관은 “정부는 자체 수사와 가족들을 통해 바우테르서 전 대통령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찬드리카퍼사드 산토키 수리남 대통령은 또한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군인 출신인 바우테르서는 1980년 쿠데타를 일으켜 군부 독재 통치를 시행했다. 특히 1982년에는 바우테르서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던 야당 정치인, 언론인, 변호사, 대학교수 등 15명이 살해당해 국제적인 지탄을 받았다. 1987년에는 국내 지지 기반도 약해지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압력도 커져 잠시 정권에서 물러났지만, 결국 1990년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1992년까지 집권했다. 이후에도 정치인과 사업가로 활동하며 막후 실력자로 군림하다 2010년, 2015년 대선에서 승리해 2020년까지 연임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수리남 법원은 바우테르서가 1982년 반정부 인사들을 살해하는 데 직접 관여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20년형을 확정됐다. 2007년 첫 재판이 시작된 뒤 바우테르서는 의회를 통한 ‘셀프 사면’이나 법무부장관을 통한 ‘재판 중단’ 등 유죄 판결을 피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총동원했지만, 결국 사건 발생 37년 만에 유죄 판결을 받은 셈이다.
다만 당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던 바우테르서는 “형 집행기관에 자진 출두하겠다”고 말한 뒤 잠적해버렸는데, 이번에 사망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사망 장소나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