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가는 사람들은 나 포함해서 한 두명이었는데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에 사람들이 줄줄이 서 있는거야
첫차 타고 올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버텼지만 솔직히 얼마나 오겠어 이 새벽에..라는 생각을 했는데
에스컬레이터 가득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었어
믿기지 않기도 하고 기력이 다 떨어졌기도 해서 멍하니 사람들을 보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손을 흔들더라구
나한테 하시는 건가 싶어서 나도 응원봉을 흔들었는데
또 다른 분은 꾸벅 인사를 하시더라 그래서 나도 몸을 숙여서 인사했어
그러고 어케저케 집 들어가서 기절했다가 깨어나서 더쿠 글을 봤는데 환한 대낮에 정말 많은 사람이 남태령에 모여있는거야
여섯일곱 시간 전만 해도 그 어둑어둑한 벌판에서 서로서로를 의지하면서 겨우 버텼었는데..몇 배로 불어나있더라고 날도 환하고..
그때의 싱숭생숭한 먹먹함이 잊히지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