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OOO 기자입니다. 원내에서…."
"다른 언론사 하세요."
12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간 말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비상의원총회가 끝난 후 이 자리에서 첫 번째 질문을 던진 MBC 기자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질문을 받길 거부했다. 전에 없던 일에 수십 명의 취재진이 일제히 당황한 기색을 보였고, 권 대행은 이어진 다른 언론사의 질문 3개에만 답하고 자리를 떴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왜 MBC 질문을 거부한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계속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묘한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다. 권 대행의 이날 언행은 '용산-MBC'의 관계를 '국민의힘-MBC'의 관계로 옮겨온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을 낳았다. 윤 대통령은 2022년 미국 방문 당시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보도한 MBC와 줄곧 대립각을 세웠고, 해외순방에서 대통령전용기에 MBC 취재진 탑승을 불허하기까지 하며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한동훈 전임 대표를 사실상 내쫓은 친윤(親윤석열)계가 국민의힘 당권을 쥘 경우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당 안팎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권 대행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 그 탄핵안을 발의·표결(찬성)한 국회의원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여야가 공동 발의하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 '내란당을 자처하는'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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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반대한 85명의 의원 중 절대 다수는 민심 파악이나 국민 눈높이에 주파수를 맞추는 등의 역할과 의무 등에 무관심한 채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런 행태는 계엄 당일 국민의힘 의원 108명의 단체 텔레그램방에서 오간 대화 전체가 언론에 공개되며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의결을 통해 계엄이 해제되기까지 108명의 의원은 당시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의 엇갈리는 지시 속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의원 대다수는 눈치만 보고 있었다"면서 "개별 연락을 취하는 행태였다면 누락 등이 있었을 수 있지만 단톡방은 전원이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 상황에 국회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은 의도가 있었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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