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사령관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가결된 직후인 4일 오전 1시를 전후해 구 여단장에게 전화해 가라앉은 목소리로 "다 끝났다"며 이제 부여할 임무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되지 않고 계엄 반대 시위가 격화될 경우 구 여단장에게 장갑차 등 기갑 전력을 출동시키라는 명령을 내리기 위해 구체적인 임무를 알려주지 않은 채 대기시킨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구 여단장은 계엄 실행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육사 50기 동기다. 정보사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기갑여단장인 만큼 이날 정보사 사무실에 간 이유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이와 관련해 구 여단장은 최근 수사기관 조사에서 "몇 달 전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내게 전화해 진급 이야기를 하며 '김용현 장관이 네게 국방부 TF 임무를 맡기려고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에도 이 말을 하며 판교 정보사 사무실로 가 대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그 임무가 뭔지에 대해서는 "장관님이 알려주지 않는다"며 구 여단장에게 일절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장관님이 네게 조금 있으면 명령을 내릴 것이다"라는 말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여단장은 수사기관에 "국회에서 계엄 해제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그 임무가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았다"며 "진급을 미끼로 임무가 무엇인지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계엄 이후 상황에 대비해 나를 묶어둔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기갑여단은 1979년 12·12쿠데타 당시 탱크 35대를 동원해 중앙청과 국방부 육군본부 등을 무력으로 장악했던 부대다. 지난 2017년 국군기무사령부(현재 국군방첩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검토 문건'에도 2기갑여단이 계엄군 편성에 포함됐다.
이 때문에 군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7년 작성된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의 이른바 '계엄 검토 문건'에 계엄 실행 시 2기갑여단을 계엄군으로 편성한다고 돼 있어 관련성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군 안팎에선 "서울 한복판에 장갑차를 보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무력 진압 계획까지 준비했거나 국회 등 주요 시설 장악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후엔 기갑전력까지 투입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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