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잡담 김혜경 여사 1심 재판 앞두고 이재명이 쓴 글 읽는데 눈물나
81 1
2024.12.16 09:50
81 1

- 법정으로 향하는 아내 -

 

가난한 청년변호사와 평생을 약속하고 생면부지 성남으로 와 팔자에 없던 월세살이를 시작한 25살 아가씨.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인권운동 시민운동 한다며 나대는 남편을 보며 험한 미래를 조금은 예상했겠지만 세상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훼술레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게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인데 금가락지 하나 챙겨 끼지 못하고, 아이들 키우고 살림 하느라 그 곱던 얼굴도 많이 상하고, 피아노 건반 누르던 예쁘고 부드럽던 손가락도 주름이 졌지만 평생 남의 것 부당한 것을 노리거나 기대지 않았다. 

남편 업무 지원하는 잘 아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 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음식물 값에 더해 조금의 용돈도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했다.

 

아내는 내가 불필요하게 세상사에 참견하고, 거대한 불의를 고치고야 말겠다는 오지랍 당랑거철 행각으로 수배를 받고, 검찰청 구치소를 들락거리는 것까지는 참고 견뎠지만, 선거출마는 이혼하고 하라며 죽어라 반대했다.

고생해도 내가 하지 니가 하냐는 철없는 생각으로 아내 말을 무시한 채 내 맘대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시장, 도지사였지만 변호사때보다 못한 보수에 매일이다시피 수사 감사 악의적 보도에 시달렸다. 이해타산을 따지면 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지만 나름 의미있는 일, 하고싶은 일이었고, 그래도 아내와 가족들은 안전했다.

그런데 대선에서 패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 

 

수년동안 백명에 가까운 검사를 투입한 무제한 표적 조작수사가 계속됐다. 천번을 향하는 무수한 압수수색, 수백명의 소환조사, 사람들이 목숨을 버릴만큼 강압적인 수사로 없는 먼지를 털어 만든 기소장이 연거퍼 날아오고, 구치소에서 구속을 대기하기도 했지만, 진실은 나의 편이라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러나 동네건달도 가족은 건들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은 나의 상식과 달리 아내와 아이들이 공격표적에 추가됐다.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이들은 다행히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아내는 희생제물이 되었다.

선물까지 일일이 뒤져, 혹여 값 나가는 것이 있으면 다시 포장해 돌려주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조심하며 살아온 아내가 공개소환 수사에 법정에 끌려 다니는 장면은 남편 입장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 

안그래도 힘든 남편이 자기 때문에 더 힘들까봐 아무렇지 않은 척 활짝 웃고 말하지만 얼마나 수치스럽고 억울하고 힘들까.

 

재판 받는다며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서는 아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 소설 속에서나 읽었던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체감한다. 숨이 막히고 쪼그라들며 답답해진 가슴을 양손으로 찢어 헤치면 시원해 질 것 같다.

남자는 태어날 때 부모상 당했을 때 죽을 때 말고는 울지 않는다는 경상도식 가부장적 교육 탓도 있겠지만 나는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 탓이겠지만 아무 잘못 없이 나 때문에 중인환시리에 죄인처럼 끌려다니는 아내를 보면 그렇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힌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1990. 8. 9. 잠실 롯데호텔 페닌슐라에서 007미팅으로 만난 붉은 원피스의 아가씨. 
만나는 순간부터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평생, 아직도 나를 자기야라고 부르며 자신보다 남편과 아이들을 더 챙기는 혜경아. 

미안하다. 
죽고싶을만큼 미안하다. 


언젠가, 젊은 시절 가난하고 무심해서 못해준 반지 꼭 해 줄께. 

귀하게 자라 순하고 착한 당신에게, 고통과 불행만 잔뜩 안겨 준 내가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혜경아, 
사랑한다.

 



전에 한번 읽어본건데도 ㅅㅂ 개같이 슬픔 ㅠㅠㅠㅠㅠ

목록 스크랩 (0)
댓글 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샘🩶] 하이라이터로 SNS를 휩쓴 품절대란템! ✨샘물 싱글 섀도우 6컬러✨ 체험 이벤트 561 12.10 87,813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12.06 193,538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04.09 4,255,08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989,53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404,504
공지 알림/결과 스퀘어나 핫게에 올라온 게시물 또는 댓글을 욕해달라는 식으로 뒷담성 중계를 하는 것이 공지위반입니다. 핫게 저런글 왜 올리냐, 핫게 저글 어이없다, 핫게 댓글에서 또 누구 까려고 난리네, 슼 뫄뫄글에 댓글 정병 많다, 슼 저글이 xx플 갈 글이냐, 제목보니까 까려고 일부러 저런거다 등등 뒷담성으로 해당 글이나 댓글을 욕해달라고 중계하는 행위가 공지위반입니다. 8 10.16 463,097
공지 알림/결과 2025년 상반기 주요 공연장 일정 15 08.04 821,149
공지 알림/결과 2024년 하반기 주요 공연장 일정 116 04.09 1,606,207
공지 잡담 핫게 글 주제에대한 이야기는 나눌수있어도 핫게 글이나 댓글에대한 뒷담을 여기서 하지말라고 10 23.09.01 2,429,170
공지 알림/결과 🔥🔥🔥[왕덬:공지정독바라 차단주의바람] 🔥🔥🔥왕덬이 슼방/핫게 중계하는것도 작작하랬는데 안지켜지더라🔥🔥🔥 95 18.08.28 5,060,505
모든 공지 확인하기()
22924609 잡담 이준석 지지자들 40대 남자들 극혐하지 않나 12:45 0
22924608 잡담 그러고보니 민주당 처음 기호 1번 받아갈 때 어색하다했는데 12:45 5
22924607 잡담 난 그냥 사람들 볼때마다 심란하고 기분이 이상해 12:45 0
22924606 잡담 쟤네 우리랑 다른 세상에 사는걸까 12:45 4
22924605 잡담 이명박 일본 2ch이라고 극우사이트 있었는데 그걸 모델로 만들었을 것 같다 12:45 7
22924604 잡담 개와 고양이의 친구 이재명 12:45 20
22924603 잡담 이준석이 무서워 12:45 17
22924602 잡담 박지원 영감님 어둠의 문사모 시절 12:45 30
22924601 잡담 ^오^ << 이것도 일베용어야.. 12:45 34
22924600 잡담 이준석 존나싫네 12:45 12
22924599 잡담 블퀘 2층 시야 어때 12:45 6
22924598 잡담 이준석은 진짜 쉴새없이 갈라치기 하는구나 ㅋㅋㅋ 3 12:44 92
22924597 잡담 지금 2~30대 한남의 정수가 이준석임 사회 문제라는 뜻 12:44 33
22924596 잡담 덬들 요즘 마스크 계속 껴? 11 12:44 64
22924595 잡담 쥐가 천마리가 만마리가 나 한때 매일매일 듣던 노래 ㅋㅋ 12:44 31
22924594 잡담 지금플타는 그 남성분 뭔가 일본인 상이지않음? 12 12:44 200
22924593 잡담 지금까지 대선결과를 보면 먹고살만해지면 부동산에 미쳐서 2찍하는데 1 12:43 79
22924592 잡담 요즘 좀 삶의 의지가 생김 4 12:43 144
22924591 잡담 일베=명절때 사촌, 고모, 이모 엉덩이근접사진 찍고 인증샷올리는곳 2 12:43 159
22924590 잡담 이준석은 어느병크를 가져와도 더싫음 정치를 떠나서 사회악임 1 12:43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