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에 투자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거두고 이를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나눈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방 의장 측근이 주축이 돼 설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운용사는 2019년 설립 후 하이브에만 투자했고 차익을 실현하자 설립 2년5개월 만에 폐업했다. 사실상 하이브 투자만을 위한 기획 펀드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브 투자용 펀드를 운용한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는 2019년 설립 당시부터 방 의장 지인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등기임원 세 명 중 두 명이 방 의장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중동 전 SV인베스트먼트 상무와 현재 하이브 브랜드시너지본부를 이끄는 이승석 대표였다. 나머지 한 명은 증권사 출신인 양준석 이스톤PE 대표다.
김 전 상무가 하이브 투자를 따왔고, 양 대표가 자금 모집(펀딩)을 맡았다. 은행 출신인 김창희 뉴메인에쿼티 대표는 공동 운용사로 합류했다. 그해 이스톤PE는 6월 이스톤 제1호(250억원), 11월 이스톤·뉴메인 제2호(1050억원) 펀드를 조성해 하이브 구주 11.4%를 사들였다. 그리고 방 의장은 이스톤·뉴메인 제2호 펀드 이익의 30%가량을 현금으로 받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빠르게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아 이듬해 10월 상장했다. 펀드 투자자는 5~6배 이익을 거뒀고, PEF 키맨 3명은 운용 성과보수로 2000억원을 나눴다. 방 의장은 해당 PEF에서 2000억원 안팎을 분배받는 등 여러 PEF로부터 약 4000억원을 받았다.
하이브는 “공동 창업자 등이 대규모 지분을 팔려다 보니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회사 측에 우호적인 투자자를 물색해 연결해준 것”이라며 “방 의장은 지분 매각에 도움을 주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원금 보장을 약속하는 부담을 지고, 그에 따른 보상을 얻는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이브와 사모펀드간 다리 역할…방시혁 측근 김중동 1000억 벌어
2020년 하이브 상장 당시 공모 투자자들은 방시혁 의장과 이익을 공유하기로 한 신생 사모펀드(PEF)의 존재를 알 길이 없었다.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에 주주 간 계약 내용은 물론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라는 명칭도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톤PE 설립을 주도한 김중동 전 SV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증권신고서에 하이브 최고투자책임자(CIO)로 기재돼 있었다. 방시혁 의장의 신임을 받던 그는 이스톤PE와 하이브를 오가며 이 프로젝트의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펀드 청산 후 1000억원을 벌고 투자업계를 떠났다. 이스톤PE는 하이브 상장 이듬해 문을 닫았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V인베스트먼트에서 하이브 초기 투자를 담당한 김 전 상무는 방 의장이 가장 신뢰하는 자본시장 인사로 꼽힌다. 방 의장이 2015년 씨그널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사건과 엮여 투자자가 이탈할 때도 투자금을 빼지 않고 사태 진화를 도와 방 의장의 신뢰를 얻었다.
이스톤PE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2018년 말께다. 김 전 상무가 하이브 공동창업자인 최유정 부사장이 지분을 팔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방 의장에게 들으면서다. 김 전 상무는 한국투자증권에서 넷마블의 하이브 투자 실무를 맡은 양준석 씨와 손잡았다. 양씨가 먼저 퇴사한 후 2019월 4월 이스톤PE를 설립해 대표를 맡았고, 김 전 상무는 SV인베스트를 나와 이스톤PE 기타 비상무이사가 됐다.
방 의장 절친들이 차례로 PEF 임원이 됐다. 이벤트 업체 리앤플래닝의 대표이자 2016년 하이브 감사를 지낸 이승석 대표가 먼저 합류했다. 이 대표는 2019년 6월 이스톤PE 등기임원으로 있다가 3개월 뒤 퇴사했다. 그해 10월 물적분할로 설립된 빅히트IP(현 하이브 브랜드시너지본부) 대표를 맡아 하이브에 합류했다. 영화 제작사 대표이자 방 의장의 오랜 지인인 노봉조 대표도 이스톤PE 등기임원에 올랐다. 김 전 상무는 “이들은 사외이사 성격으로 영입했고 펀드 의사 결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스톤PE는 2019년 6월(1호 펀드)과 11월(2호 펀드) 두 차례에 걸쳐 하이브 투자 계획을 짰다. 양 대표가 1호 펀드 투자금인 250억원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자 은행과 운용사에서 네트워크를 쌓은 김창희 씨를 끌어들였다. 김씨는 운용사에서 나와 뉴메인에쿼티를 세우고 합류했다. 1050억원 규모의 이스톤·뉴메인 제2호가 조성된 배경이다. 이 펀드는 이익의 30%가량을 방 의장과 분배하는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김 전 상무는 하이브와 PEF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이스톤PE에 합류한 이후 2020년 3월부터 하이브 CIO를 겸직하며 하이브 상장 작업 전반에 관여했다. 거래소 상장 담당자와의 미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해 5월 하이브가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기 직전에는 이스톤PE 등기임원을 관뒀다.
김 전 상무는 이스톤PE에선 비상근이었고, 하이브에선 상근이었다. 통상 PEF가 투자 대상 기업에 임원을 파견하는 것과는 달랐다. 이스톤PE는 하이브 투자 후 양 대표를 하이브 사외이사로 파견했다. 하이브 상장을 1주일 앞두고 김 전 상무는 하이브를 떠났다.
이스톤PE 펀드는 하이브 상장 직후 나흘간 3600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내 이익을 실현했다. 10월 말 하이브 주가가 상장 1주일 만에 반토막 나자 이스톤PE 등기이사 전원이 동시에 사임하기도 했다. 이스톤PE는 이듬해 6~7월까지 하이브 지분 9.16%를 모두 팔았고, 펀드 정산 후 9월 운용사 문을 닫았다.
PEF 키맨(핵심 운용인력) 세 명은 성과 보수로 약 2000억원을 받았다. 김 전 상무가 절반인 1000억원가량을 받았고, 양 대표와 김 대표는 500억원가량을 수령했다. 하이브 측은 “공동창업자와 초기 투자자 지분을 받아줄 우호적인 펀드를 찾는 과정에서 하이브 첫 투자자인 김 전 상무가 주변에서 투자자를 물색해 도와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