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하건대 케이팝은 단 한 순간도 평화로운 적이 없었다. 아마 케이팝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터이다. 거칠게 나눠 기획사, 가수, 팬이라는 세 개의 힘이 각자의 위치에서 팽팽하게 서로 잡아당기며 유지되는 이 산업을 떠받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슬프게도 의사들이 그렇게 피하라고 입을 모으는 ‘스트레스’다. 만약 이 사실을 모른 채 그저 맑고 밝게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과 그들의 국위 선양을 흐뭇하게 바라봐왔다면, 부디 앞으로도 그렇게 사셔야 한다고 두 손을 모아 기도라도 드리고 싶다. 그건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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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의 가장 큰 동력이 스트레스라는 걸 생각하면 일견 아득해진다. 스트레스에 무뎌진 뇌는 심지어 스트레스가 있어야 사랑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이렇게 폭탄 돌리기처럼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전가해온 세 개 힘의 중심에 조용히 숨어 있던 미디어의 몫도 꺼내본다. 자랑스러운 한국 문화라며 케이팝을 아무리 추앙해도 숫자와 기록을 제외한 무엇도 쉽게 가시화되지 않는 그들의 눈에 띄기 위해 오늘도 배는 영차 어기영차, 눈에 뻔히 보이는 수를 쓰면서 어떻게든 꾸역꾸역 나아간다. 사랑과 신뢰가 뭔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 자리에 악과 깡과 비즈니스만 차오른다. 그런 게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나? 당장 마트로 달려가 ‘감속 노화’를 위한 렌틸콩과 귀리를 사와야 할 것 같다. 그때까지 이 산업이 살아 있다면 말이다.
출처(꼭 가서 전문 읽고와주길 바람ㅠ 유익하니까):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