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의 이야기를 흑백 영화처럼 그려낸 소설
그곳은 이곳보다 일곱 시간 늦게 해가 뜨지요.
이제 멀지 않은 날에, 내가 정오의 태양 아래에서 필름조각들을 꺼내들 때
당신은 새벽 다섯시의 어둠 속에 있겠지요.
당신 손등의 정맥을 닮은 검푸른 빛은 아직 하늘에서 다 새어나오지 않았겠지요.
당신의 심장은 규칙적으로 뛰고, 타오르며
글썽이던 두 눈은 눈꺼풀 아래에서 이따금 흔들리겠지요.
완전한 어둠 속으로 내가 걸어들어갈 때,
이 끈질긴 고통 없이 당신을 기억해도 괜찮겠습니까.